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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무실에서 집중포화를 맞았다

by 부끄럽지 않게

일본 여행을 간간히 가는 우리 부부.

아내가 갑자기 좀더 알찬 여행을 위해 일본어를 공부해야겠다고 선언했다.


하루 종일 집에서 울려 퍼지는 일본어.

아내의 공부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나도 간단한 일본어로 아내의 말에 답변하기 시작했는데,

그렇게 조금씩 사용한 일본어가 너무 익숙해지고 입에 붙어 버린 탓일까..



"OO 부장님, 생기부 벌써 다 쓰셨대요"

"네?? 생기부를 벌써요??"


"OO 부장님 진짜 생기부 벌써 다 쓰셨어요?? 진짜요??"

"어, 나 원래 일 잘 못 미루는 편이라서 미리미리 썼어"

"와.. 부장님 진짜 완전 스고이예요!!"



아뿔사,

말을 끝내자마자 실수했음을 직감했다.

마치 좋은 건수를 잡았다는 듯,

주변 선생님들의 눈이 희번떡거리기 시작했다.



"스고이이...?

지금 스고이라고 한거야..?

여기 한국 교무실에서...?"


"부장님, 정말 어떻게 그러실 수 있어요..?

같이 일하는 계원이 한국사를 가르치는데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지 않게 일본어를 쓰세요...?"


"근데, 부장님도 과목 국어 아니세요..?

어떻게 국어 선생님이..

우리나라 말을 지켜도 모자랄 판에 스고이라니..

정말 충격이에요.."


일본 여행과 한일 문화 교류가 보편화되고,

고등학교 외국어 선택 과목으로 일본어가 들어온지도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국어와 한국사 교사는 일본어를 쓰면 장난의 대상이다.


하..

정말

이럴 땐 다들 어쩜 그렇게 한 마음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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