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한 선택에 대해

by 부끄럽지 않게

침실로 가기 전 나는 꼭 집 전체를 돌며

전등은 모두 껐는지

수도 꼭지가 조금 열려 있는 건 아닌지 점검하는데

혹시나 전기와 물이 낭비되서

쓰지 않아도 될 돈이 낭비될까 염려되어서다.


고등학생, 대학생

아니 사회 초년생 시절까지만 해도

돈에 나름 연연하지 않고

있다가도 없고 없다가도 있는 게 돈이라며

꽤나 호탕한 소비 패턴을 보였었는데

이제는 적은 돈조차도 허투루 쓰여질까

전전긍긍하는 나를 발견한다.


연장선상에서 예전보다 걱정도 훨씬 많아졌는데

예전 같으면

잘못되면 떳떳하게 실수 인정하고

그로 인해 불이익이 생기면

내 실수로 인해 생긴 일이니 당연하게 받아들여야지

라던 마음이

이제는 아주 작은 피해도 내게 미칠까봐

모든 선택에서 작은 실수도 하지 않으려 조심하고

일이 마무리될 때까지 밤잠을 설치며 전전긍긍한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무엇이 나를 이렇게 바꿨는지 생각해보게 되는데

지금의 자산과 안정이

나의 최대 노력이 수년간 쌓인 결과치라는 점,

그래서 손실을 입으면 쉽사리 회복이 어렵다는 점,

그리고 허투루 낭비한 돈이 내 소중한 가족의 기회비용이라는 점을 깨닫는다.


어렸을 때는

돈 앞에 자존심을 버리고,

도전적이고 창의적이지 못하고

늘 재미없고 뻔한 선택만 하는

어른들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그리고 나는,

어른이 되어서도

늘 반짝이고 가슴 두근거리는 낭만적인 선택을 할거라

생각했는데,


그것은,

책임의 개념이 배제된

그저 혼자만의 즐거움만 추구하면 되는

아주 부끄러운 어린 날의 치기였음을

이제는 안다.


부모님,

그리고 가족을 위해

함께하는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오늘도 최선을 다하는 모든 분들께

새삼 존경을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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