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Pick #067 | 7/29
1. 미국의 AI 데이터 스타트업 아스트로노머는 최근 최악의 기업 스캔들을 맞았습니다. 콜드플레이 콘서트에서 기혼인 CEO 앤디 바이론과 인사총괄 크리스틴 카봇이 키스 캠에 포착되어 어색하게 숨으려 하자, 크리스 마틴이 둘이 불륜 중이거나 매우 수줍음이 많다고 농담한 장면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4500만 뷰를 기록한 이 영상으로 두 임원은 며칠 만에 사임했고, 회사는 자기반성에 나섰습니다. 유명하지 않던 B2B 데이터 기업이 하루아침에 전 세계 가십의 중심이 된 상황, 보통 기업이라면 조용히 사과하고 잠잠해지기를 기다렸을 테지만 아스트로노머는 정반대 선택을 했습니다.
2. 회사가 꺼낸 카드는 바로 귀네스 팰트로였습니다. 콜드플레이 보컬 크리스 마틴의 전 부인이자 할리우드 배우인 그녀를 임시 대변인으로 고용한 패러디 영상을 공개한 것입니다. 영상에서 팰트로는 자신이 아스트로노머의 300여 직원을 대표해 임시로 고용된 사람이라고 소개하며, 최근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 가장 자주 묻는 질문에 답하겠다고 말합니다. 팰트로는 태연하게 많은 분들이 데이터 워크플로우 자동화에 새로운 관심을 갖게 되어 기쁘다며 회사의 기술력을 홍보합니다. 소셜미디어 팀이 어떻게 버티고 있냐는 질문 역시 끊어버리고 9월 컨퍼런스를 홍보하는 장면은 화룡점정입니다.
3. 이 영상이 대단한 점은 스캔들을 정면으로 다루지 않으면서도 완벽하게 활용했다는 점입니다. 귀네스 팰트로와 크리스 마틴과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며, '그 일'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도 유머러스하게 우회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이 전략이 완벽하게 먹혔다는 것입니다. 2700만 뷰를 기록하며 위기를 기회로 만든 PR의 모범사례라는 평가를 받았고, 사실을 피하고 숨기기보다는 재치있게 대처한 것이 오히려 위기 극복에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습니다. 영국 PR 컨설턴트 마크 보르코프스키는 이를 '완전한 천재성'이라며 회사가 굉장한 유머 감각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4. 아스트로노머 사례는 위기관리의 새로운 측면을 보여줍니다. 조용히 사과하고 시간이 지나기를 기다리는 수동적 접근이 아닌, 스캔들 자체를 마케팅 소재로 활용하는 공격적 전환을 시도했어요. 특히 무엇이든 빨리 퍼지는 요즘 시대에는 어차피 숨길 수 없다면 차라리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습니다. 팰트로의 마지막 멘트인 "이제 우리가 가장 잘하는 일로 돌아갈 것이다"라는 메시지 역시 기업의 본래 이미지로 자연스러운 전환을 만들어냈습니다.
5. 물론 이런 접근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잘못하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거나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스트로노머 케이스는 위기 상황에서도 브랜드의 톤앤매너를 유지하면서 창의적으로 대응할 수 있음을 보여준 모범사례입니다. 누군가의 위기는 정말 다른 누군가의 기회인 셈이죠.
하루 하나의 뉴스, 하루 하나의 명화로 당신의 하루를 더 풍요롭게❤️
장 오노레 프라고나르, 그네(The Swing), 17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