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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m Essay Jul 06. 2018

기척

by 초안


찰나의 주머니는 깊고 넓어서 

뒤적이기도 전에 향기로움이 손으로 굴러들어오곤 했다   


그가 입을 오므리면 휘파람 소리가 잠들 무렵까지 따라왔고 

그 온기는 시간의 그림자만큼이나 오래도록 간직될 터였다   


그가 강허리에 머무는 날이면 어김없이 어스름한 잔모래로 모래둥치가 빛났었다 

이 위를 지름길 삼아 따라 내려오면 걸음걸음이 황홀하게 부서지곤 했다   


이따금 힘겨운 허리쉼을 할 때면 먼빛으로 손등을 다독여주기도 했다 

그 가벼운 움직임에 올이 풀린 물레도 채비를 재촉하곤 했었다   


그렇게 계속되던 동행의 끝은 등화가 사그라들면서 시작되었다   


정박해 있던 밤안개를 풀어내자 찰나의 장막은 발걸음마저 거두어갔다 

제자리를 잃은 실타래는 헤어짐을 거듭하며 서려만 있다  

 

허공이 휘장을 늘어뜨리자 

시룻밑에 갓 안친 눈송이가 보인다 

소복이 쌓여서 언발을 녹일 눈송이가 가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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