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작업 이야기
PD수첩 방영은 1시간이고,
내 그림이 나온 시간은 합해야 고작 5분 이겠지만
작업하면서 들었던 생각들이 쌓여
글은 두벌이 나오고 말았다.
지난 글은 여기서.
왼쪽이 사용되지 않은 학생컷, 오른쪽이 화면에서 일렁이며 사용된 학생컷
사실 요청받은 건, 새내기와 헌내기 정도의 구분이라 두장을 그렸었다. 왼쪽을 사용하기에는 그녀의 무게를 표현하기에는 너무 가벼웠나.
그림 의뢰 텍스트에는 요청하는 이의 의도가 담기고
나는 그림에 내 의도를 꾹 담아 보내고
편집에서는 다시 다른 의도가 담긴다.
속내를 지레짐작하며 이건 마치 텍스트 없는 대화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종로나 마포를 걸어 다니면 항상 이렇게
바쁜 도시인과 여든이 지난 노인 같은 서로 다른 건물들이 겹겹이 있다.
저런 방은 항상 보기도 힘든 뚱땡이 티비가 있지는 않았는지, 부동산 아줌마는 항상 이봐요 수납공간이 넉넉하지요 하면서 구석이나 저 높은 곳에 억지로 만든 수납공간을 통통 두드리지는 않았는지.
구겨진 양말이나, 벽에 붙어 있는 형광노랑,연두 포스트잇을 그리며 잠시 저 방에 앉아 있었다.
아마 이제 대학교 3학년이 된 내 동생처럼 컵라면을 좋아하진 않을지, 나처럼 활용은 잘 안 하면서 꼭 맥을 고집하지는 않을지.
텍스트 하나에서 반죽을 부풀려 빵을 굽듯이 그림을 그려낼 때의 즐거움이 있다.
잘 보면 의자 아래에 세숫대야와 수건도 뒀는데 인터뷰하는 학생들의 방에도 욕실에나 있을법한 대야나 빨래를 위한 것들이 놓여있어 왠지 신기하면서도 맘이 어두웠다.
엄마가 힘들게 식당일로 번 돈을 대부분 방값으로 써야 한다는 스토리를 그림으로 옮기는 게 가장 어려웠다.
문장은 너무 단순하지만, 위에 네모난 자취방처럼 상상력을 불어넣을 틈이 없는, 형태 없는 현실이었다.
인터뷰를 보며, 사실은 이 부분은 그림이 가장 단순한 게 좋았구나 싶었다.
그녀의 입을 통해 나오는 어머니의 말을 통해 가장 보편적이지만 특별한 우리네 엄마가 보였으므로 내 그림은 사실 해 줄 일이 없었던 게 아닐까 싶었다.
방송을 보면서 아는 언니는 울었다고 했다.
길지 않게 주어진 시간동안 신명나게(?) 그려될 수 있었던 건, 지나치게 보편적인 이야기가 되버려서 그런건 아닌지. 문득 더 씁쓸했다.
시사프로그램에 과연 내 펜그림이 괜찮을까
제안을 받으면서도 고민을 말씀드렸었고
그리면서도 내심 고민이었는데
작업물 받아보시면서 좋다좋다 해주시는 덕분에 괜찮을까라는 고민은 접고, 그림만 그릴 수 있었다.
영상매체에 그림이 나가는 일은 내게 새로운 경험이었듯이 (일렁이는거나 그림선 보여주는 방법이라거나) ,방송일은 잘모지만, 의뢰받은 작업물이 누가 되지 않고 의도하시는 느낌을 주었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