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to. 알바루 시자와 함께한 여행
난 예술평론가도 아니고 특정분야의 전문가도 아니다. 건축가는 어지러운 많은 일을 바로잡는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 그렇다면 더더욱 난 건축가가 아니고, 그저 서로 맞물려 있는 공간을 주의 깊게 여행하는 사람일 뿐이다. P9
"건축계획, 그것은 땅 그 자체다"라고 말한 것을 난 기억 한다. 늘 그랬듯이 시자는 어떤 구호에도 찬동하지.. P11
왜 떠날까?
매년 짧게는 보름, 길게는 한 달씩 여행을 했는데- 매번 떠날 때마다 왜 떠나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베를린 Berlin'은 그 발음과 글자 모양이 좋아서 갔었고, 런던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이 좋아해서 갔었다.
한 달간의 긴 안식이 시작되었었고, 어떻게 쉴까라고 하다가 친구에게 빌린 책에 나온 도시를 가기로 했다.
열 페이지 남짓 읽은 책을 안고 그가 태어나고, 자란 도시 포르투로 떠났다.
역시 왜 떠날까 라는 질문에 답은 없고, 동행만 있었다.
알바루 시자(81)는 시인 혹은 현자로 불리는 포르투갈의 건축거장이다. 그는 튀는 형태적 표현이나 유행에 휘둘리지 않는다. 당장 눈에 띄지 않아도 물 흐르듯 유기적인 곡선으로 콘크리트 건축의 둔중함을 무화시키는 특유의 감수성이 성찰하는 건축의 대가로 그를 자리매김시켰다....프랑스의 독립언론인 도미니크 마샤베르가 지은 <알바루 시자와의 대화>는 시자의 건축 여정에 대한 길라잡이로 맞춤하다. 1977년부터 2005년 사이 장소를 바꿔가며 진행한 거장과의 대화를 엮은 교감의 기록이다.
원문보기 :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633329.html
도루 Douro 강으로 내민 저소득층 주거지 이야스 Ilhas 의 오래된 화강석 벽들 사이로 시자는 첫번째 동을 밀어 넣었다. p21
*이야스 Ilhas
포르투에만 존재하는 기원이 불분명한 도시 주거유형. 5.5미터 폭의 입면이 가로에 면해 있고 대개 30미터까지는 큰 주택이 차지하고 그 너무 깊이 100미터에 이르는 필지에 불량
장소는 지금 그대로의 성격과 언젠가 되고자 하는 성격을 동시에 가진다 p67
포르투에서는 대부분 그의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가 졸업하고 후에 출강한 모교 포르투 대학을 찾아가 한참을 앉아 책을 읽었고, 그의 사무실이 있다는 동네를 한참을 걷다가 돌아오고.
외려 그림을 그리기보다는 그의 가치관을 천천히 음미하는 시간이었다.
그의 건물과 그의 거리를 떠나 그림을 그렸다. 포르투를 떠나 20여 일의 여행이 더 남아있었는데 - 그곳에 있을 때 보다 떠나 있을 때 더 시자를 많이 읽은 느낌이었다.
https://www.instagram.com/p/BD7oxVlQuZA/?taken-by=bobae7days
포트루에서 시작한 여행은 리스본을 지나, 스페인에 세비아, 프랑스에 몽펠리에 그리고 다시 스페인으로 약 한 달 동안 이어졌지만, 리스본부터 덜그럭 거리던 몸상태가 몸펠리에에서 무너졌었다. 돌아와서 확실히 알게 된 건 난 포르투부터 이미 임신 중이었다는 것.
이 여행을 끝으로 한참을 혼자 하는 여행을 할 수 없을 거다. 그래서 사치인 줄 모르고 팡팡 돌아다니며 그리고 쓰던 시간들, 묵혀두었던 여행의 기록과 느낌을 정성스럽고 조심스럽게 하나씩 꺼내본다.
여행 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