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vel journal B 를 시작하며
최근 글이 작년 3월에 글이고, 제목은 (나는) 왜 떠날까?(1) 였다. 마치(2)가 곧 이어질것 같았지만 1년 하고도 6개월이 지났다. <그림 그리는 회사원>을 쓰기 시작한 이유는 그냥 그림을 그리는 사람으로 내 이야기를 남기고 싶었다.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왜 그리는지 혹은 어떻게 그렸는지 같은 소소한 이야기들.
그래서 <그림 그리는 회사원>의 이야기들은 지금껏 그랬듯이 앞으로도 맥락도 없고 일정도 없을 것이다.
'많이' '적게' 같이 셈할 수 없는 단어들이 그렇듯 가늠할 수 없지만, 나는 적게 그리고, 오래 마음에 담아놨다.
그동안 그림을 많이 그리지 못했다. '많이' '적게' 같이 셈할 수 없는 단어들이 그렇듯 가늠할 수 없지만, 나는 적게 그리고, 오래 마음에 담아놨다. 그렸던 시간과 그리지 못했던 시간들을 천천히 훑었다. 그림 그리는 내가 이제 말을 할 수 없다면, 그림에게서 말을 들어야 하는게 아닐까.
내가 그린 그림 대부분 성인남자의 손바닥 만한 노트에 있다.
걷다 문득 보이는 모든것 따라 머릿속 펜으로 외곽선 그릴 때가 있었고, 가만히 앉아 있을때는 아무생각 없이 손이 움직일 곳이 필요했다. 일상적인 공간에서 항상 있어야 해서 딱 그 사이즈였고, 덕분에 항상 함께했다.
출근 전 이른 새벽 회사 앞 카페, 혹은 집 근처 골목, 그리고 오후와 휴일의 카페들. 만나서 떠들고 헤어지는 사람 들 속에서 혼자 멍하니 앉아 있던 시간들. 여행지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아, 내 여행의 시간도 오롯이 저 노트에 있다.
사실 그림을 사람들에게 보이는게 어색하다. 그리다 만 것들, 마음에 들지 않아 그냥 그 위에 메모가 덮여진 아이들. 이제는 기억이 나지 않는 이국의 찻잔과 거리와 탈것들- 그저 내 책상 한켠에서 먼지를 맞고, 때로 가방 귀퉁이에서 커피를 먹어 퉁퉁 불고 시간에 지친 내 오랜 Travle journal. 가끔 이런것들도 그저 보여주는 게 어떻냐는 다정한 위로의 한마디가 씨앗처럼 떨어져서 나는 '그림'의 이야기를 글로 쓰기로 했다.
어떤글이 가장 좋은글일까, 나는 무슨 글을 쓰려고 여기 앉았을까.
<travel journal B>는 앞서 이야기한 저 늙은 손노트들의 정리다.
내 손을 떠난 것은 내가 아니게 되어, 그 때의 나를 어렴풋이 짐작해 보기도 하고, 그 때의 나로 천천히 걸어들어가기도 했다.
그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었다.
실제 있었던 일에 살이 붙은 경우도 있고, 덜어낸 경우도 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다정한 위로는 좋은 씨앗이 된다.(혹시 시간이 난다면 우리 언제나 다정해지자) 여행기가 언제나 꼭 구체적인 정보를 요구 하는게 아니라 정서를 팔기도 한다는 또 다른 다정한 위로의 말이 또 나를 멋모르고 키웠다.
픽션과 논픽션 사이 어디쯤 서있는 여행기다.
그래서 가장 일반적인 명사들을 써서, 고유한 느낌을 드러내고 싶었다. 장소도 사람도 되도록 일반적인 나무, 풀, 사람, 버스로 썼다. 때문에 디테일한 내용은 부러 지우기도 했다.
그림은 그 때의 것을 그대로 쓰기도 하고, 다시 그리기도 했다.
여전히 내 그림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건 어색하다. 온전히 내가 느끼고 그냥 그려낸 날것들이기에, 게다가 항상 마음 내키는 만큼 그려져 있지 않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되도록 그림은 그 때의 것을 그대로 쓰려고 했다. 그리고 그 때 느꼈지만 종이로 옮겨지지 못했던 마음속 그림은 다시 그리는 작업도 같이 했다.
그림에는 글이 함께여서 미진한 기술 때문에 내지 못했던 자신의 소리를 낼 수 있기를 바랬고, 글에는 그림이 붙어야 온전한 한편이 되기를 바라며 작업했다.
매주 일요일 연재 합니다. travel journal B
chapter jeju isla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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