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bae Nov 27. 2018

제주 챕터의 미완의 완결

트래블저널B의 첫단락 마무리 지으며

제주 이야기로 한 단락을 지어둔다.

chapter jeju island(이렇게 이름을 두고, 아래와 같은 글을 썼습니다.)  island

  └ 제주의 식사 

  └ 제주의 나무 

  └ 제주의 집 

  └ 제주의 아이 

  └ 제주의 사람 


사실 제주 대망의 마지막은 제주에서 살고, 제주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싶었다. 

한 주 조용한 펑크를 내면서 나는 그 글을 쓰고 지우고를 반복하며, 그건 지금의 내 깜냥이 아니구나라는 걸 알았고, 핑계 자리에 그 깨달음을 가만히 두기로 한다.


돌아보면 어떤것이 내 밖으로 나오기 위해서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했다. 

회사일이나, 육아처럼 바깥 시계에 맞춰 마구 끌어낼 수 없는 종류의 것들이었다. 


"어느 정도 차오를 때까지 기다려야 해요.
취미로 하기엔 글 쓰는 건 힘들어요. 요즘 여자들 글 쓰고 싶어들 하지요. 70년대, 이십 대의 젊은 작가들이 활동하던 시기에 마흔 살은 늦은 거였지요. 그게 제가 처음 각광받은 요인이기도 했어요. 차오를 때까지 기다렸다는 게 지금까지 오래 글을 쓸 수 있게 하는 거 같아요. 경험이 누적돼서 그것이속에서 웅성거려야 해요." P143


최근에 읽었던 『박완서의 말』 에서 멈췄다. 

나는 충분히 차오르지 않았던게 아닐까. 


제주에 관한 글과 그림은 2013년부터 기획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우리'는 책을 만들기로 했었고, 그 시절 나는 '그 시절, 내 깜냥'이 안되는 일에 발을 들인게 아닐까 싶다. 많은 사람을 얻고, 잃으며 나는 결혼 그리고 임신과 출산을 핑계로 그 일에서 페이드 아웃 되었고, 책은 세상에 나왔다. 

http://www.yes24.com/24/goods/30709202


처음 기획을 들었던 날을 기억하고, 쓸 데 없는 즐거움을 누렸던 찰라들을 기억한다. 

내가 얼마나 내 그림과 글에 무책임했는지를 기억한다. 창작물로 밥벌이를 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한다.


내가 사랑한 제주는 얼마나 사소한지. 휴대폰에는 항상 이런 사진들만 수두룩하다. 위치도 이름도 불분명한 것들.   


그 때 수습하지 못했던 글과 그림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아 트래블저널B에 제주챕터가 되었다. 

이 글의 부제에 '트래블저널B의 첫단락을 마치며'가 아니라 '트래블저널B의 첫단락 마무리 지으며' 인 것 역시 이번에도 끝내 다 만들어 내놓지 못했던 이야기가 언젠가 '내 안에서 웅성거리'다가 뛰쳐나와 마침표를 찍어주길 내심 바래서 이렇게 적어두는 게 아닐지.


5년 전에 제주는 지금만큼 열뜨지 않았다. 지금만큼 북적이지 않았다.

이제는 흔해진 제주의 풍광이 있다. 열어보지 않아도 이미 알 것 같은 홀리데이 시즌 박스 같은. 


그럼에도 제주는 절대 변하지 않고, 그리워지는 것들이 있었고 - 그걸 글과 그림으로 쓰고 싶었다. 어느해 라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을 시간으로, 어디라고 이야기해도 이상하지 않을, 나라고 혹은 너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일반명사'로 말하고 싶었다. 

그래서, 제주챕터에 나오는 인물들의 성별을 지칭하는 대명사가 없고, 제주의 특정 지역이나 마을을 떠올릴만한 고유명사는 없다.


다시 5년 뒤, 10년 뒤에도 그리울 순간들만 남겨둔다. 

손가락으로 가려진 카메라, 그 너머에 아무렇지 않은 지붕 같은 내 제주 




매거진의 이전글 왜 떠날까(2)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