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jeju island
시작하기 전, travel journal B의 인트로 읽기
<travel journal B>, 오랫동안 써왔던 손노트의 정리입니다.
그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실제 있었던 일에 살이 붙은 경우도 있고, 덜어낸 경우도 있습니다.
매주 일요일 연재합니다.
제주에 나무는 여느 곳과는 다르다.
도심의 먼지가 쌓여, 아무리 넓은 잎을 내놔도 꾀죄죄했던 동네 것과는 다르다. 작은 잎들마저도 물이 오동통 올라있고, 늠름하다.
그들이 도시의 조경 造景이라기보다는 도로와 인도, 그리고 낮은 건물들이 이곳에서는 그들의 조경이다.
공항에서 만나는 이들이 관광객을 맞이하는 화려한 제주의 나무라면, 동네로 들어서면 맘껏 잎을 불리고 줄기를 뻗어 내 선명한 색으로 꽃을 피우면서도 늠름한 이들의 사회적인 면모가 돋보인다.
숙소가 있는 동네에서 한 시간, 채 열 명도 타지 않은 커다란 버스를 타고 차도 건물도 만나지 않고 달려 도착하면 곶자왈을 만날 수 있다.
여전히 이곳의 나무는 여느 곳과 다르지만, 사람 곁에 이들과 또 결이 다르다. 사회적인 면모가 여기에는 없다.
곶자왈이다. ‘곶’은 숲, ‘자왈’은 돌이다. 화산이 폭발했던 그때 던져진 돌들이 만든 숲이라고 한다.
뜨거웠던 한라산이 던진 풀씨와 꽃씨가 아무도 찾지 않는 긴 시간 동안 자신의 방법으로 만든 공간이다. 그들만의 방법으로 세상에서 유일한 곳이 되었다. 열대식물이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추위, 한대식물이 견딜 수 있는 최소한의 더위가 있다. 열대식물과 한대식물이 공존하는 곳.
선명했던 색감은 원시적인 무게감으로 채도가 눌리고, 원시 초록 위에 회색 암갈색 같은 색들이 정신없이 뛰어놀고 있다. 온전히 그들의 땅이다.
제각기 두께가 다른 넝쿨이 불규칙한 크기의 돌들을 타고 있다.
역동적으로 나무를 감싸 안으며 올라서는가 하면 그저 무심히 돌 위에 얹혀 있거나 비집고 나온 것들도 있었다. 넝쿨과 고사리 그리고 나무들의 광장 한가운데 앉아서 나는 한참을 헤맸다.
이끼와 고사리로 꼼꼼히 쌓인 흙더미와 돌계단을 따라 걸어 내려갔는데, 산 정상이라거나, 유연하게 몸통을 꺾은 나무줄기를 바쁘게 쫓다 보면 어느새 고개를 젖히거나, 바닥에 코를 박는 식이다.
벤치는 뜬금없지만, 덕분에 편하게 앉아서 헤매고 있다. 닦아 놓은 길은 아직도 손때가 타지 않아 벤치는 기우뚱하다.
새소리도 차 소리도 요원하고 손끝은 얼얼하다.
그림 그리는 회사원
회사에서는 그림 그리지 않는 그림 그리는 회사원
- 방송 삽화 한 번, 매거진 일러스트 작업 한 번, 브랜드 협업 한번, 개인의뢰를 한 번
- 한 번 받고, 한 번씩 일하기도 한 번도 제대로 못하기도 혹은 두 번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