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apter jeju island
시작하기 전, travel journal B의 인트로 읽기
<travel journal B>
오랫동안 써왔던 손노트의 정리입니다.
그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입으니까 다르네, 봐 내가 딱 옆에서 분위기를 잡을게."
“그게 그러니까,걔가 그래서.. 딱히 모 그렇다는 는 건 아니고.. “
“우선 옆에 앉아봐”
“그게 아니라니까”
두서없는 대명사 앞뒤로 맥락을 지어주지 못하는 부사들이 무의미하게 놓인 대화가 이어졌다.
트래킹은 처음이었다. 트래킹이 끝난 뒷풀이에서 이런저런 의미없는 코칭을 받는 것도 처음이다.
성산일출봉을 지난 시간은 아침 6시 였고, 일면식만 맺어둔 이들의 의미없는 경치 이야기가 이곳 저곳에서 밟혔다.
멀리 보이는 성산일출봉이 호젓했다.
분화구를 타고 오르는 관광객 행렬도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길도 텅 비어있었다.
뛰지 않을 수 없었다.
트래킹은 처음이었다.
운동을 시작한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나가는 숨과 들어가는 숨이 교통정리가 되지 않아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 겨드랑이 아래, 허벅지 뒤쪽 근육이 거기 있다는 걸 안다는 것.
'움직인다'는 것은, 손을 뻗는 단순한 동작처럼 당연하지 않았다. 내 몸을 인지하고, 움직이는 시간들은 생각만큼 움직일 수 없다는 걸 깨닫는 날들이었다.
내 몸은 오롯이 나를 말해주고 있었다. 한 평 사무실에 앉아 그게 거기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제대로 움직여 보지 못한 사람. 나라는 사람에게 운동은 계획도시 같다. 그려놓은 도면 그대로 의식적으로 길을 내고 건물을 세우고 인공의 숲과 나무를 모자라지 않게 여기저기 꼭꼭 꽂아두는 작업.
성산일출봉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속도가 더뎌졌을 때는 사람이 드문 드문 보였다.
스텝의 안내를 받았던가. 딱히 어느 선에 들어선다 빠진다 셈없이 걷다보니 다섯이 걸었다. 오전 10시쯤 발을 맞추기 시작해서 어느새 저녁 7시 였고, 그 중 한 명이 같은 방을 쓰고 있었다.
저이는 나에개 이 옷을 입는게 어떻겠냐고 했던가. 본인이 물어봤을때 애인이 없다고 들었다고 했던가.
백스테이지에서 마지막 코칭 처럼 분주했고, 앉고 나니 내 표정도 비장했다.
바다수영 때문이다.
나는 수영을 못한다. 집 바로 뒤에 있는 하얀색 문화센터, 구청에서 운영하는 거기서 수영교실을 ㅑㄷ1년 반을 다녔지만 겨우 물에 떴다. 키판을 놓아야 할 때도 나는 때를 못 잡았고, 머리를 물에 밖고 내달리다 숨을 옆으로 뱉어야 할때도 나는 때를 알지 못했다. 숨을 내뱉으면 그대로 꼬끄라 질까 봐 내내 고개를 물에 밖고 내달렸다. 그리고는 매번 레일에 반만가서 무뚝히 서야 했다.
하얀색 구청건물에 작은 상자 하나 같은 수영장이 그렇게 광활했다.
이미 한 길로 난 길인데도 나는 갈 수가 없었다.
바다는 길이 없고, 우리 다섯 중 하나가 거기 있었다.
방금 물질에 들어간 할머니 모두들 동시에 말하고 계셨다. 이 목소리가 닿기 전에 다음 목소리가, 그 다음 목소리가 여기 오기전에 다음 목소리가 쫓아오는 식이었다. 응수하는 소리도 사나운 것 같았다. 그 애가 바다에 발을 들인 순간 부터 관심이 부쩍 많았던 할머니들은 한 참을 그렇게 서로 맞부딪히 뒤에야 파도 저 편으로 사라지셨다.
"위험하다구요."
거기 서있던 사람 모두 피식 웃었고, 동시에 겸허해졌다. 그치 바다는 위험하지.
물로 들어서는 계단도, 손을 잡을 키판도, 길도 아무것도 없는데 그 애는 너울거렸다.
그 때 내 표정을 모두 다 본 것이다. 그들은 내 수영실력은 보지 못했지만 내 표정은 보고 만것이다. 내 수영실력도 같이 봤다면 내 표정을 제대로 읽을 수 있었을텐데. 생각하며 나는 비장하게 앉아 있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제주사람이었다. 그냥 여기가 집인 사람, 모두들 제주를 노래하며 왔는데, 노래하지 않고 앉아있는 사람이었다. 꼬마 때 부터 바다 깊이 들어갔고,잠수병도 앓아 그 때 만큼은 못들어간다고 했다.
아주 작은 꼬마가 들어가는 바다는 뭘까, 아주 작은 꼬마가 깊이 들어가는 바다.
바다를 움직일 줄 아는 몸을 가지고 큰다는 게 궁금하다. 때를 논하지 않고 들어오지 않는 파도를 알아채는 법, 때를 알아서 숨을 내뱉는 법.
이제 막 길을 낸 도심이 그 옆에 앉았다.
그림 그리는 회사원
회사에서는 그림 그리지 않는 그림 그리는 회사원
- 방송 삽화 한 번, 매거진 일러스트 작업 한 번, 브랜드 협업 한번, 개인의뢰를 한 번
- 한 번 받고, 한 번씩 일하기도 한 번도 제대로 못하기도 혹은 두 번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