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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bae Nov 12. 2018

제주의 사람

chapter jeju island

시작하기 전, travel journal B의 인트로 읽기

<travel journal B>

오랫동안 써왔던 손노트의 정리입니다.  

그림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입으니까 다르네, 봐 내가 딱 옆에서 분위기를 잡을게."
 “그게 그러니까,걔가 그래서.. 딱히 모 그렇다는 는 건 아니고.. “  


“우선 옆에 앉아봐”  

“그게 아니라니까”


두서없는 대명사 앞뒤로 맥락을 지어주지 못하는 부사들이 무의미하게 놓인 대화가 이어졌다.
 트래킹은 처음이었다. 트래킹이 끝난 뒷풀이에서 이런저런 의미없는 코칭을 받는 것도 처음이다.

걷는 동안 만났던 바다 다 좋았다. 그림은 무당벌레가 있어서 신기해서; 찍고 그리고;;


성산일출봉을 지난 시간은 아침 6시 였고, 일면식만 맺어둔 이들의 의미없는 경치 이야기가 이곳 저곳에서 밟혔다.  


멀리 보이는 성산일출봉이 호젓했다.  

분화구를 타고 오르는 관광객 행렬도 아직 일어나지 않았고, 길도 텅 비어있었다.  

뛰지 않을 수 없었다.  


트래킹은 처음이었다.


운동을 시작한지는 오래되지 않았다.

나가는 숨과 들어가는 숨이 교통정리가 되지 않아서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르는 것. 겨드랑이 아래, 허벅지 뒤쪽 근육이 거기 있다는 걸 안다는 것.

'움직인다'는 것은, 손을 뻗는 단순한 동작처럼 당연하지 않았다. 내 몸을 인지하고, 움직이는 시간들은 생각만큼 움직일 수 없다는 걸 깨닫는 날들이었다.
내 몸은 오롯이 나를 말해주고 있었다. 한 평 사무실에 앉아 그게 거기 있다는 걸 알면서도 제대로 움직여 보지 못한 사람. 나라는 사람에게 운동은 계획도시 같다. 그려놓은 도면 그대로 의식적으로 길을 내고 건물을 세우고 인공의 숲과 나무를 모자라지 않게 여기저기 꼭꼭 꽂아두는 작업.


성산일출봉이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속도가 더뎌졌을 때는 사람이 드문 드문 보였다.

스텝의 안내를 받았던가. 딱히 어느 선에 들어선다 빠진다 셈없이 걷다보니 다섯이 걸었다. 오전 10시쯤 발을 맞추기 시작해서 어느새 저녁 7시 였고, 그 중 한 명이 같은 방을 쓰고 있었다.


저이는 나에개 이 옷을 입는게 어떻겠냐고 했던가. 본인이 물어봤을때 애인이 없다고 들었다고 했던가.

백스테이지에서 마지막 코칭 처럼 분주했고, 앉고 나니 내 표정도 비장했다.  

마음에 오래 남은 바다


바다수영 때문이다.  

나는 수영을 못한다. 집 바로 뒤에 있는 하얀색 문화센터, 구청에서 운영하는 거기서 수영교실을 ㅑㄷ1년 반을 다녔지만 겨우 물에 떴다. 키판을 놓아야 할 때도 나는 때를 못 잡았고, 머리를 물에 밖고 내달리다 숨을 옆으로 뱉어야 할때도 나는 때를 알지 못했다. 숨을 내뱉으면 그대로 꼬끄라 질까 봐 내내 고개를 물에 밖고 내달렸다. 그리고는 매번 레일에 반만가서 무뚝히 서야 했다.

하얀색 구청건물에 작은 상자 하나 같은 수영장이 그렇게 광활했다.

이미 한 길로 난 길인데도 나는 갈 수가 없었다.  


바다는 길이 없고, 우리 다섯 중 하나가 거기 있었다.  

방금 물질에 들어간 할머니 모두들 동시에 말하고 계셨다. 이 목소리가 닿기 전에 다음 목소리가, 그 다음 목소리가 여기 오기전에 다음 목소리가 쫓아오는 식이었다. 응수하는 소리도 사나운 것 같았다. 그 애가 바다에 발을 들인 순간 부터 관심이 부쩍 많았던 할머니들은 한 참을 그렇게 서로 맞부딪히 뒤에야 파도 저 편으로 사라지셨다.  


"위험하다구요."


거기 서있던 사람 모두 피식 웃었고, 동시에 겸허해졌다. 그치 바다는 위험하지.  

물로 들어서는 계단도, 손을 잡을 키판도, 길도 아무것도 없는데 그 애는 너울거렸다.


그 때 내 표정을 모두 다 본 것이다. 그들은 내 수영실력은 보지 못했지만 내 표정은 보고 만것이다. 내 수영실력도 같이 봤다면 내 표정을 제대로 읽을 수 있었을텐데. 생각하며 나는 비장하게 앉아 있었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제주사람이었다. 그냥 여기가 집인 사람, 모두들 제주를 노래하며 왔는데, 노래하지 않고 앉아있는 사람이었다. 꼬마 때 부터 바다 깊이 들어갔고,잠수병도 앓아 그 때 만큼은 못들어간다고 했다.  


아주 작은 꼬마가 들어가는 바다는 뭘까, 아주 작은 꼬마가 깊이 들어가는 바다.  

바다를 움직일 줄 아는 몸을 가지고 큰다는 게 궁금하다. 때를 논하지 않고 들어오지 않는 파도를 알아채는 법, 때를 알아서 숨을 내뱉는 법.  

이제 막 길을 낸 도심이 그 옆에 앉았다.  




그림 그리는 회사원

회사에서는 그림 그리지 않는  그림 그리는 회사원

 - 방송 삽화 한 번, 매거진 일러스트 작업 한 번, 브랜드 협업 한번, 개인의뢰를 한 번

 - 한 번 받고, 한 번씩 일하기도 한 번도 제대로 못하기도 혹은 두 번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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