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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bae Nov 21. 2020

[드로잉 워크숍] 관람객의 손수첩 후기

독립출판이 독자를 만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 -

한옥서점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에 빼곰 한장 붙여 두었어요.

안녕하세요.

지난 일요일에 [드로잉 워크숍]관람객의 손수첩이 있었어요.


갑자기 무슨 워크숍이냐면,..

https://brunch.co.kr/@teamsbobae/50



독립출판 <관람객의 손수첩>에는 여백이 많아요. 그림이 띄엄띄엄 놓여 있기도 하지만, 그냥 여백 한 장이 있기도 해요. 항상 가지고 다니며 그렸던 것처럼, 읽고 계시는 분들도 이 책이 그런 작은 그림 수첩이 되길 바랬어요.

그래서 크기도 손안에 꼭 들어오게 만들었어요. 만들면서 크고 작게 숨겨둔 이런 마음을 기획자님들이 잡아서 만든 자리가 [드로잉 워크숍] 관람객의 손수첩입니다.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는 왁자한 영천시장 골목을 걷다가, 지나치기 쉬운 옆길을 찾아내면 쉽게 발견할 수 있어요. 마치 ‘비밀의 화원’에 고개 숙여 들어가는 기분이었어요! (압니다. 제 설렘이 지금 매우 과하다는 것을 ㅎㅎ )


관람객의 손수첩을 위해 그린 작은 그림을 문 앞에 붙여서, 그저 지나치지 않게!



네, 저는 꽃 못잃는 사람. 사실 모두에게 마음으로는 한다발 안기고 싶었어요! l
세팅이끝나고, 기획자님과 미리 연습도 했어요. 저는 매우 떨었지만, 여러분들은 절대 알 수 없었을거예요!

해를 가득 안은 한옥에 앉아 있으니 여러 마음이 오고 갔어요.

이 공간을 충분히 즐겨주셨으면 좋겠다. 여기서의 시간이 정말 좋았으면 좋겠다.


고민하던 동생의 베이킹은 사과파이와 쵸코땅콩 쿠키, 그리고 레몬파운드 케이크. 나놈은 다시 자리마다 꽃을.


펀딩에 참여하지 않으셨어도, 신청하실 수 있어요!

워크숍만 참석하신 분들은 오셔서 바로 만날 수 있게, 자리에 미리 책을 놓아 드렸어요.

펀딩 후원자 분들께 보내드렸던 눈시린 파랑에 이번에는 부서지지 않을 꽃을 놓았어요 : )


시간이 되자

한 분 한 분, 길을 잃지 않고 오시고.

저는 설레는 마음을 조용히 숨기고 ㅎㅎ 차를 따라 드렸어요 : )


모두들 정말 맛있다고 감탄하며 드셨다지요! 에그타르트를 메뉴로 고민했었는데, 정말 맛있는 사과가 들어와서 급선회한 메뉴 였거든요. : ) 더더 맛있을 줄 알았어요.


워크숍은 크게 3개의 시간으로 나뉘었어요.


하나, 기억 속에 여행을 떠올리는 시간.

책에도 그렸지만, 숙소만으로도 여행이 되기도 하죠. 사실 책 마지막 장은 용산역 앞에서 그린 그림이에요.

정신없이 일상을 살다가 잠시 다른 길로 빠지는 게 여행이라면, 다른 버스 노선, 혹은 이 곳 드로잉 워크숍을 왔다는 새로운 경험이 여행이기도 하겠죠. 여행의 정의도 이야기해보고, 최근의 여행도 이야기했어요.

 


둘,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시간이에요.


집에 가지고 있던 그림 도구들을 챙겨 갖고 갔어요. 하나하나 사모으니 어느새 개수를 세지 않는 마카. 물을 묻히면 수채화가 되는 수채화 색연필. 카페에서 그림 그리고 있는데 갑자기 오늘 산 그림 도구라고 생판 처음 보는 분이 선물해주신 오일파스텔.

모두 까만색이지만 하늘 아래 같은 까만색은 없다는 저의 라인드로잉 펜들. ( 이 날 말은 못 했지만 정말 보물이에요. 전용필통만 2개 예요 ㅎㅎ)

최근에 새로 빠져들기 시작한 두꺼운 흑탄? 이건 이름이 잘 기억나지 않아요. 종이 위에 스치는 소리가 정말 좋아요.


오래동안 어디 나가지 못했던 도구들이 반짝반짝 빛나던 순간들.
지금 가고 싶은여행을 그리는 기획자님. 온통 초록으로 가고 싶으시데요. 윈드미어에 그려서 속으로 내적 환호를 외쳤어요. 윈드미어는 진짜 그런 휴양지니까요 !!!
사진에서는 와인빛 하늘을 잘 볼 수 없었는데, 그림에 쏟아진 와인을 보는데. 같이 그 이국에 앉아 있는 기분이었어요.
글씨도 그림이 되는구나 하고 놀랬던 순간. 도시의 이름들.

이 한 시간을 가장 기다렸어요.


한옥 가득히 음악과 종이 위에 쓱싹이는 소리만 남는 시간.

우리는 뭘 그리고 싶은지 이야기하지 않았어요. 그리고 어떤 재료를 쓸지도 이야기 나누지 않았고요. 잠시 재료를 보는 분도 계셨고, 아주 빠르게 스케치부터 쓱싹이는 분도 계셨고. 한참 휴대폰 사진을 보며 고심하시는 분도 계셨어요.


그리고는 모두 각자 자기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게 참 좋았어요. 그리다가 이 재료가 무언지 물어보시기도 하고, 차이점을 물어보시기도 하고. 그럼 서로 또 쓰면서 달랐던 부분도 이야기하고. 각자 그림과 재료에 대해 가지고 있던 기억을 이야기하는 시간. 혼자 있는 시간처럼 내 종이, 그림과 마주 보고 앉았지만 우린 또 어디 다락방에서 소소한 이야기하는 아이들처럼 깔깔거리고 이야기했어요.


마음에 아주 오래 남을 한장.


맛있는 파이, 쿠키, 파운드케이크.

하나하나 사모으며 즐거워했던 재료들이 제대로 쓰이는 책상.

제가 그린 그림책이 여기저기 툭툭 놓여있는 책상.

사람들이 그린 그림.


와주셔서 정말 정말 좋았어요.

와주신 분들에게도 그런 자리이길!


세 번째, 마지막은 각자의 그림 이야기를 했어요.


지금 여기 한옥을 그려준 에이치h, 영혼의 음식옆에 세상 귀여운 영혼의 음식을 그려준 최고기획자님


좋은 여행이란 뭘까요?

고양이가 나른하게 누워있는 공간처럼, 마음을 쉬게 내어줄 수 있다면 그만큼 좋은 여행이 어딨을까 하는 이야기도 했어요. 너무 웅장하고 아름다운 순간도 있죠. 그런 장면들은 다시 올까요?

어떤 여행은 너무 지치잖아요. 그럴 때는 이국에서 먹었던 내 나라 음식들이 여행의 기억으로 남기도 하는 것 같아요.


지금 여기가 여행이 아닐지.

코로나가 만든 지금은 각자의 방식으로 여행을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우리의 커다란 테이블에 놓인 시간이 그려진 그림

우리가 못 보고 지나칠 뻔했던 한옥의 한 벽이 그려진 그림.


함께여서 저는 정말 행복했어요.

누구라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아니어도 혹은 그림을 그리며 사는 사람이어도. 어떤 가르침이나 가이드도 없이 충분하게 그리는 시간을 가진다는 경험. 그 경험이 만드는 순간이 있는 것 같아요.


*덧

한옥서점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에 책이 입고되었습니다 :)

<관람객의 손수첩>을 구매하실 수 있으세요 !


드로잉워크숍 , 관람객의 손수첩 - 관람객들

관람객들의 이름을 만들어준 귀여운 도장. 그리고 제 작은 선물 - 관람객 드로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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