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34-36 <김은경, 에세이를 써보고 싶으세요?>
초반에 눈길을 사로잡지 못하면 당신의 무대를 끝까지 봐주지 않을 것입니다.
제목, 첫 문장, 주제 셋 중 하나에는 강력한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
첫 문장을 관념적으로 시작할 수밖에 없다면, 두 번째 문장에라도 힘을 주세요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설국 / 가와바타 야스나리>
행복한 가정의 사정은 다들 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저마다 다른 이유가 있다. <안나 카레니나/톨스토이>
3초의 법칙. 첫인상. 글도 첫 문장에서 읽고 싶은지 아닌지 결정이 된다. 글과 사람 모두 시간의 순서대로 알아간다. 순서를 뛰어 넘어서는 알 수가 없다. 첫 문장부터 읽어야 한다.
여기서 첫 문장에 시간을 투자한다는 말은. 첫 문장을 쓰느라 고민하지 말 것에 가깝다. 일단 글은 쓰되 첫 문장을 가장 정성스레 퇴고할 것의 의미다. 어린 시절 글을 썼을 때 어려웠던 건 항상 첫 문장이었다. 일단 써놓고 고쳐도 되는데 왜 나는 항상 완벽한 문장을 찾느라 글쓰기를 어려워했던 걸까? 우리는 항상 퇴고하는 법을 가장 나중에 배운다. 글을 쓸 때 소재와 주제를 정하고, 구성을 하고, 쓰고 나중에 퇴고를 배운다. 그런데 모든 배움은 뒤로 갈수록 잘 안 들어온다. 보통 뒤로 가는 챕터일수록 중요하긴 한데 더 배우기 어렵고, 지친다. 대부분의 수학의 정석이 뒷부분으로 갈수록 깨끗해지는 것이 그 증거가 아닐까? 우리가 만약 퇴고를 먼저 배웠다면 글쓰기를 좀 더 수월하게 배울 수 있었을까? 어차피 고치면 되는데 라는 마인드로 글을 쓴다면 글을 시작하는 것에 대한 부담을 줄 일수 있지 않았을까? 애착이 가는 글일수록 발행 전에 혹은 발행 이후에도 다시 읽어보고 고치곤 한다. 고친다는 것이 더 나은 글로 가는 길이라는 걸 본능적으로 안다. 고치는 것이 습관이 되면 처음 시작은 문제가 아니다. 첫 문장에 두려워하지 말자 대신 발행 전에 가장 힘이 실릴 수 있는 문장으로 정성스레 퇴고를 하자. 첫인상은 늘 중요한 법이니까.
다만 명심할 것. 첫인상이 좋다고, 모두 좋은 사람은 아니다. 첫 문장만 좋다고 좋은 글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