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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Jan 27. 2024

탐닉

어김없이 밤은 찾아온다. 별다를 이유도 없지만 그래도 밤이 다시 찾아오면 좋다. 

공기와 대기가 왠지 무겁게 내려앉은 듯하다. 기분이 차분해진다. 이런 때는 음악을 틀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다. 뜨거운 커피가 한 잔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한 밤중의 커피. 왠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는 듯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의 대부분 재미거리는 하지 말아야 할 것들에서 나온다. 


우리는 무엇에든 빠져 본 적이 있다. 책에 빠지고, 음악에 빠지고, 영화에 빠지고, 때로는 술에, 연애에, 취미에 푹 빠지곤 한다. 탐닉한다는 것은 이렇다. 어떤 일을 몹시 즐겨서 거기에 빠진다. 음식이나 약물의 독성에 의해 기능 장애를 일으킨다. 쾌감이나 즐거움을 주는 대상에 지나치게 집착한다. 탐닉이라는 단어 자체는 경계에 서있다. 긍정과 부정의 아슬아슬한 경계 위에 서 있는 단어다. 단순히 즐겨하는 것부터 집착을 거쳐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선까지 모두 탐닉의 영역이다. 우리는 그 영역 안에서 균형을 잡아야 한다. 


밤을 탐닉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단순히 어둠 속에 깨어 있는 것으로 탐닉이라 말할 수 있을까? 밤이 주는 쾌감이나 즐거움은 무엇일까? 밤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었을까? 의외로 밤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제공하지 않는다. 단지 우리가 밤을 쫓을 뿐이다. 밤이 갖는 분위기에 취해 밤을 쫓아갈 뿐이다. 대부분의 매력은 그러하다. 무엇을 얻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가지고 있는 본질이 좋아 쫓을 뿐이다. 매력적인 사람은 나에게 이득을 주는 사람이 아니다.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말투, 행동, 생각이 좋아 우리가 쫓는 사람이다.


밤이 가지고 있는 매력은 무엇일까? 밤은 백가지의 얼굴을 가지고 있지만 내가 쫓는 밤의 매력은 이것이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밤에는 기분이 다르다. 소음이 사라지고, 시선이 분산되지 않는다. 필요한 곳만 조명을 밝혀 집중하기에 좋다. 무엇을 해도 좋다. 음악도, 소설도, 영화도 낮에 보는 것과는 다른 집중력과 시선으로 즐길 수 있다. 밤에 하는 모든 것이 다르게 각인된다. 사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것만으로도 밤은 매력적이다.

밤이 주는 매력 중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여유다. 나만을 위해 시간을 쓸 수 있다는 여유가 밤을 포기하지 못하게 한다. 낮의 인간이 사회적인 인간이라면 밤의 인간은 좀 더 개인적인 인간이된다. 해가 진 후의 인간이 좀 더 솔직해진다고 느끼는 것은 나의 착각일까? 혼자만의 착각이었을 지언정 나는 타인과의 관계에 좀 더 솔직하게 대했다. 해야할 말 보다 하고 싶은 말을 했었다. 사회의 통념과 규칙보다 나의 생각이 더 중요했다. 모두가 밤이어서 가능했다. 그래서 나에게 밤은 좀 더 나다운 모습을 만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하지말아야 할 것은 이유가 있다. 즐거움엔 대가가 따른다. 밤도 그렇다. 탐닉은 항상 경계에 있다. 과하면 상처 입는다. 밤의 탐닉은 결핍을 부른다. 기능 장애를 일으키기 좋다. 밤의 탐닉의 대가는 잠이다. 우리는 잠을 대가로 하여 밤을 즐긴다. 낮을 살고 있는 인간이 밤을 탐닉한다는 것은 잠을 포기한다는 것이다. 경계를 지켜야 한다. 우리가 아직 낮의 삶을 포기할 수  없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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