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리고 세상이 잠에 빠져들 때, 종종 나만의 고립된 세계에 갇힌다. 나만의 시간이라 착각했던 평온은 근원을 알 수 없는 긴장과 밤이 깊어질수록 날카로이 곤두서는 감각만을 남긴다. 숫돌에 칼날을 벼리듯 천천히 하지만 멈추지 않는 속도로 날을 세운다. 초침의 움직임이 보이고, 침구의 사각사각 스침 소리가 온몸을 타고 전해질 때쯤엔 여명이 밝아오기도 한다. 긴 하루의 끝에서 나는 끝내 평온을 얻지 못한다.
이 순간엔 질문이 많아진다. 나의 삶과, 나의 존재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들이 마구 던져지고, 해답을 찾지 못한 채로 소용돌이친다. 결코 쉽게 답을 낼 수 없는 질문들을 너무도 쉽게 던져버리고는 스스로 답을 찾지 못함에 또다시 날카로워진다. 반복되는 질문, 얻을 수 없는 해답들.
이 순간들이 내가 가진 문제들을 똑바로 마주 할 수 있는 시간이다. 나는 평온을 대가로 질문을 할 수 있는 찰나를 얻었다. 내 속에 있지만 쉽게 마주 하지 못하는 어둠, 그것의 본성을 마주할 기회를 얻었지만, 쉽게 해답을 찾을 수는 없다.
쉽게 잠들지 못하는 불면의 밤은 인간에게 고통과 고뇌의 시간일 수 있지만 동시에 발견과 성찰의 기회를 얻는다. 밤은 나에게 묻는다.
"넌 왜 잠들지 않니?"
그 질문에 해답을 찾기 위해 나는 낮에 다다르지 못한 내 깊은 곳을 탐색한다. 미뤄왔던 고민들과, 잊고 싶었던 기억들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밤은 내가 감춰왔던 감정의 층을 드러내 보이고, 나에게 대면하라 한다.
대면이 쉽지 않다. 애써 시선을 돌렸던 추악하고, 감추고 싶었던 나약함이 나를 쏘아본다. 인정하면 애써 지켜왔던 낮의 모습을 잃어버릴 것만 같다. 애써 가꿔왔던 가면뒤에 감춰진 얼굴은 나만이 볼 수 있다. 그 가면의 이면을 애써 다른 이에게 보일 필요는 없다.
나는 나의 본디 모습을 외면하고는 애써 가면을 꾸며왔다. 거울에 비친 가면의 모습은 꽤나 그럴듯하지만, 밤에는 그 모습이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 가면의 그림자 속에 감춰진 얼굴이 드러나는 시간이 두렵지만, 피할 수 없다.
매일 밤 그 모습을 마주하고는 나는 또 질문을 던지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어둠을 헤맨다.
불면이라는 밤의 동반자와 함께, 나는 더 나에게 솔직해 지려한다. 답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어쩌면 대면할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인지 모른다.
언제고 가면 속의 내 모습을 받아들이는 날이 되면, 나의 긴 밤은 평온해질지 모른다. 그날이 올 때까지 나는 끊임없이 찾으려 할 것이다. 내가 던진 수많은 질문들의 답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