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성준 Mar 11. 2024

10년 숙성비법 상처 극복기2

무엇이 상처가 되었을까?

상처 없는 사람이 어디에 있고, 상처가 아프지 않은 사람이 어디에 있을까? 누구나 살다 보면 생채기 하나쯤은 나기 마련이고, 금방 아물 거고, 그러면서 커가는 거라고 했다. 적당히 아파하고 일어나는 법을 알아야 강해진다고 질리도록 들으며 자랐다. 다 맞는 말이고 살이 되는 말도 맞다. 상처는 잘 극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앞으로 더 큰 상처들의 백신쯤 될까 싶다. 


그런데 우린 무엇을 상처라고 생각할까? 육체적인 상처야 딱히 정의하지 않는다 하여도 눈으로, 통증으로 바로 확인할 수가 있다. 붓고, 시리고, 피가 나기도 하는 잇... 아니 상처는 바로 파악도 되고, 어떻게 치료해야 할지도 잘 알고 있다. 이를 물리적인 상처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를 바닥에 더 오래 잡아두는 상처는 이런 상처와는 조금 다르다. 일단은 겉으로 보기에 찾아지지가 않는다. 아픈 곳을 짚으라 하여도 딱히 어디를 가리켜야 할지 조금은 애매하다. 복잡한 머릿속이니까 머리가 아프다고 해야 할까? 무겁고 심란하고 마음이 아픈데 그럼 심장을 가리켜야 할까? 하늘이 빙글 돌아가고, 주변이 날 옥죄어오는 것 같고, 식은땀이 나고 말이 어눌해지는데 도대체가 어디를 가리켜야 할지를 모르겠다.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개인의 심리 상태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내부적인 손상이다. 이를 정신적인 상처라고 한다. 


이런 상처들이 우리를 더 오래 그리고 깊이 잡아둔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상처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기로 인해 만들어진다. 우리는 언제 정신적인 대미지를 받게 될까? 



     대인 관계에서의 문제: 가족, 친구, 연인, 동료 등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 이별, 배신, 소외감, 무시당함 등은 깊은 정신적 상처를 남길 수 있다.   

     학대와 폭력: 신체적, 성적, 정서적 학대와 폭력은 심각한 정신적 상처를 야기한다. 특히 어린 시절 경험한 학대는 성인이 되어서도 오랫동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상실과 슬픔: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 중요한 관계의 상실, 직업이나 경제적 안정의 상실 등은 극심한 슬픔과 함께 정신적 상처를 남긴다.   

     실패와 거부: 개인적 또는 직업적 목표에서의 실패, 사회적 거부나 소외 등은 자존감을 크게 떨어뜨리고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   

     트라우마 경험: 사고, 자연재해, 전쟁, 폭력 사건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사건들은 PTSD(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같은 정신적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자아 상실과 정체성 혼란: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의문, 성 정체성 문제, 직업이나 인생 목표에서의 방황 등은 내면적인 갈등과 정신적 상처를 초래할 수 있다.   

     지속적인 스트레스와 압박: 일상생활에서의 지속적인 스트레스, 과도한 업무 압박, 학업 스트레스 등도 정신 건강을 해치고 마음에 상처를 줄 수 있다.   


정신적 상처를 주는 무기는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 딱히 피하기는 어렵다. 그저 마음이 꺾이지 않길 기도하거나, 멘털을 깨지지 않게 꽈악 잡고 불어대는 바람이 잦아들기를 바랄 뿐이다. 이것 외에도 우리 마음을 상처 입히는 수많은 일들이 있다. 




최소 10년이 묶은 내 상처는 음... 아마도 상실과 슬픔 영역이 아닐까 싶다. 결혼과 동시에 이직을 했던 나는 실패했다. 성공적인 이직을 꿈꾸었건만, 내가 손대는 것마다 마이다스의 손이 아닌 마이너스의 손처럼 바스라트리고, 무너져 내렸다. 그 사이 아이가 생기고, 내가 아이를 보면서 아내의 사업을 돕기 시작했다. 내 자존감은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그럭저럭 버틸만했다. 나의 자존감은 낮았지만, 다행인지 우리 가족은 먹고살 수 있었기에 나는 조금씩 재기를 꿈꾸었었다. 그런 와중에 동생의 죽음이 방아쇠가 되었다. 소아 당뇨병으로 평생을 고생만 하던 내 동생은 세월호가 가라앉던 해  스스로 생을 놓았다. 겨울의 초입에 몸을 던졌다. 한강은 죄가 없지만 난 아직도 한강 근처를 잘 못 지나간다. 그 언저리를 지나갈 때면 가슴 한 곳이 꽈악 막혀온다. 잘못 없는 한강 없지만 난 아직도 한강이 불편하다. 그렇게 동생을 보내고, 나는 외동아들이 되었다.  


실직과, 동생의 죽음, 이어지는 불운들. 나태함이 순차적으로 나를 갉아먹었고, 나는 오래지 않아 살아있는 송장이 되었다. 뭐든지 YES를 말하는 예스맨이 되었고, 오늘 하루만을 무사히 넘기기를 바라는 하루살이가 되었다. 


일어설 수 있는 기회도 있었지만, 나는 쉽게 일어서지 못하고, 한참을 주저앉아 있었다. 상처는 아무는 듯하다가도 조금만 방심을 하면 다시 핏방울이 비치는 것 같았다. 아무렇지 않다가도, 세상의 모든 일에 분노하거나, 세상 모든 일에 무기력하기를 반복했다. 의미 없는 말들을 내 가슴에 꽂아 스스로 상처받기를 반복했다. 그런 날이 반복되며, 아... 우리 형제는 이럴 운명이었던 건가 싶은 지경에 이르렀다. 인생의 가장 어둡고 처절한 시간들을 보냈다. 스스로의 존재에 대해 부정하기 시작했다. 


나는 원래 그런 인간이다. 

나는 의미 없는 존재다. 

나의 부재는 다른 이에게 별 상관이 없을 것이다. 

나는 살고 싶지가 않다. 

.

나는 죽고 싶었다. 


나 자신에 대한 실패와, 실망감, 동생의 부재로 인한 상실감에서 시작된 상처는 전이되듯 전이되듯 마음의 다른 영역으로 퍼져나갔고, 내 존재에 대해 부정하고, 나의 능력에 대해 폄훼하는 날들이 반복되기 시작했다. 나라는 존재는 어느새 이 세상의 바늘귀보다 작은 존재가 되어있었다. 



이것이 나의 상처였고, 꽤 오랜 시간 나를 괴롭혔다. 



매거진의 이전글 10년 숙성비법 상처 극복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