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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Mar 17. 2024

어둠 속에 감춰진 강력한 무기

우리는 종종 셀 수 있는 것들로 우리 자신을 나타낸다. 한 해 얼마를 벌어들이는지,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얼마나 커다란지. 내가 가진 것들로 자신을 표현할 때 우리는 안도감을 느낀다. 다른 이들과 비교하기 쉽고, 객관적으로 보이는 위치가 정해진다. 짧은 만족감을 느낀다. 그러나 그 비교는 곧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내가 가진 것들의 수치는 만족과 동시에 나의 한계를 나타낸다. 내가 가진 것보다 더 가진 사람들을 만나기는 쉽다. 내가 사는 집보다 넓은 집은 넘치고 넘쳤고, 내 차보다 비싼 차는 셀 수도 없다. 내가 벌어들이는 돈은 누군가에겐 고작 푼돈일 뿐이다.


그러나 나를 나타 내는 방법이 셀 수 있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수많은 셀 수 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지만, 종종 우리는 그것을 무시하곤 한다. 수치화할 수 없는 것들은 나의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나의 상상력과 창의력, 인내력, 지구력 등은 수치로 나타낼 수 없는 것들이다. 그리고 때로 그것들이 삶의 위기를 헤쳐나가는 데는 더 큰 힘을 발휘하곤 한다. 아니 종종 그것들이 나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전부가 되기도 한다. 우리가 가진 것들의 진정한 힘은 셀 수 없는 것들에서 나오곤 한다.


삶을 버티고, 살아 나가는 것들 중에 어떤 것들이 진정 내 삶에 중요한 것일까? 눈에 보이는 유한한 것들이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것은 순간일 뿐이다. 그것들의 힘은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아래에서만 힘을 발휘하며, 거의 무력하곤 한다. 많은 것들을 가진 사람들이 큰 위기에서 무너지는 것은 유한한 것들 아래서만 자신의 능력과 위기를 헤쳐나가려 하는 버릇 때문이다. 보통은 셀 수 없는 것들이 그 위기를 헤쳐나가는 열쇠가 되곤 한다. 사람과의 관계, 자기 자신과의 고민과 문제들, 알 수 없는 불안감에서 오는 위기감을 헤쳐나가는 데는 우리가 가진 셀 수 없는 것들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어둠은 자신이 가진 것을 드러내지 못하게 한다. 셀 수 없게 만들어 버린다. 깊은 어둠 속에서 내가 가진 통장과 집과 수치들은 모두 의미가 없어진다. 어둠 속에서 힘을 발휘하는 것은 상상력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을 형태화 시킬 수 있는 상상력, 어둠이 옅어지기를 기다릴 수 있는 인내력, 이것들이 우리가 어둠을 극복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무기가 된다.


매일 마주하는 밤은 스스로를 마주하게 만든다. 스스로 마주하는 자신이 가진 것을 탐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이것은 한 번의 우연으로 깨닫게 되지 않는다. 무한한 반복과 연습이 필요하다. 매일 만나는 어둠 속에서 우리는 더 깊은 곳의 자신을 찾아갈 수 있으며, 그 안에 잠재되어 있는 스스로의 능력을 찾아나갈 수 있다. 어제보다 더 깊은 내면의 자신을 만날 수 있는 시간. 더 깊은 곳에 있는 강인한 나를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어둠이다.


가진 것이 없는 내게서 다른 어떤 이도 빼앗을 수 없는 위대함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는 생각보다 강하며, 생각보다 끈질긴 존재다. 매일을 수많은 문제와 고민을 해결하며 살고 있으며, 이 원천은 셀 수 없는 것들로부터 나온다. 스스로의 나약함을 깨닫고, 스스로의 강인함을 찾게 되는 시간이다.


당신의 삶이 힘겹다면, 내가 가진 유한한 것을 찾기보다, 내가 가진 무한한 것들에 집중을 해야 한다.  무한한 것들은 한계 없이 증폭할 수 있고, 이것은 어떤 어려운 문제도 참고 견딜 수 있는 체력을 길러준다. 날카로운 바람은 잦아들기 마련이다. 바람이 잦아들 때까지 두 다리를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길러야 한다.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우리를 괴롭힌다면,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숫자로 나태낼 수 없는 것들로부터 나온다. 그것은 어둠 속에 감춰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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