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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May 27. 2024

밈(Meme) 아니고 미믹(Mimic)_40대의 생존법

생태계는 언제나 치열하다. 수많은 종들이 생존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이용한다. 그들 사이에는 자비나 배려는 존재하지 않는다. 먹이를 사냥하는 데 있어 주저함이 없다. 갓 태어난 새끼를 죽이고 먹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느끼거나, 아파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은 생태계를 보며 적자생존, 약육강식의 세계라 부른다. 


생존을 위한 전술과 전략은 다양하고, 심오하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나누고 있기 때문이다. 실수는 곧 죽음이다. 정교하고 고도화될 수밖에 없다. 그중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바로 흉내내기다. 


Mimic - 어떤 대상이나 행동을 흉내 내거나 모방하는 행위. 생물이 생존을 위해 다른 생물이나 환경을 모방하는 전략을 뜻함


호버플라이는 약한 종이지만, 독이 있는 말벌과 외모가 흡사하다. 포식자들은 호버플라이를 말벌로 착각해 먹이로 인식하지 않고 피한다. 벌란타나라는 난초 과의 식물은 꽃의 형태가 암컷 벌과 유사하여 수컷 벌을 유인해 수정을 한다. 심해 앵무고기는 신체의 일부를 빛을 내는 미끼로 사용하여 작은 물고기나 다른 물고기를 사냥한다. 동박새는 다양한 새들의 소리를 모방하며, 심지어 인간이 만든 소리까지 흉내 낼 수 있다. 이로 자신을 보고하거나 짝을 찾는데 이용한다. 


고등생물에서도 이런 경우는 종종 발생한다. 무독성인 밀크 스네이크는 독이 강한 산호뱀의 무늬를 흉내 내어 포식자로부터 보호받는다. 침팬지는 다른 개체의 제스처, 행동, 도구 사용등을 모방하여 학습하고 사회적 유대를 강화한다. 


미믹은 크게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눌 수 있다. 약한 종이 강한 종을 흉내 내어 생존하기 위한 미믹이다. 호버 플라이나, 벌란타나의 미믹이 이런 이유라 하겠다. 또 다른 한 가지는 강한 종이 약한 종을 사냥하기 위해 흉내내기를 한다는 것이다. 앵무고기가 신체 일부를 미끼로 활용하는 것이 이와 같다. 


인간은. 인간에게도 이런 모습이 보일까? 인간도 생존을 위해 타인을 흉내 내거나, 위장하여 어려움으로 회피하려 할까? 만약 그렇다면 인간의 삶 속에서 나타나는 흉내내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언어적 미믹

인간의 상대방의 말투, 억양, 단어등을 모방하곤 한다. 이를 통해 친밀감을 형성하고 소통을 원활히 한다. 특히 이중 언어 사용자들이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과 대화할 때면 상대방의 언어나 억양을 따라 하는 것을 코드 스위칭이라 하며, 언어적 미미의 예이다. 

비언어적 미믹 
상대방의 몸짓과 표정, 자세등을 무의식적으로 따라 한다. 상대방의 신뢰를 얻기 위한 방법이다. 상대방이 팔짱을 끼면 자신도 팔짱을 끼거나, 상대방의 미소에 미소로 응답하는 경우를 미러링(거울 보기)라 한다. 친밀감과 호감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사회적 미믹 
특정 그룹이나 계층에 속하기 위해 그들의 패션 스타일을 따라 하는 경우를 말한다. 직장에서의  드레스코드를 준수하거나 스타일을 유지하는 것. 

문화적 미믹
상대의 행동, 전통, 관습등을 모방하는 것 

감정적 미믹 
공감 표현 및 슬픔과 기쁨을 나누는 것을 감정적 미믹이라 한다. 


위와 같은 경우가 긍정적 행위를 위한 미믹이다. 주로 상대방의 호의를 얻기 위해 사용된다. 자신의 모습과 비슷한 형태나 행동의 대상에게 호의적인 감정을 갖는 것은 모든 종들의 공통적인 현상인 것 같다.  반대로 타인을 공격하거나 이용하기 위해, 또는 지배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사용하는 흉내내기가 있다. 이런 형태의 미믹은 주로 상대방을 조종하거나 혼란스럽게 만들기 위한 목적으로 사용된다. 


심리적 조작의 일종으로 상대방이 자신의 기억, 인식, 현실 감각을 의심하게 만들기 위해 정보를 왜곡하는 행위가 있다. 상대방이 했던 말이나 행동을 모방하여, "너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어" 혹은 "그때 너는 이렇게 행동하지 않았어"라고 주장함으로 상대방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자신을 의심하게 만든다. 대상자는 자신의 정신 상태에 대해 의문을 가지게 되고, 결국 조작자의 통제하에 놓이게 된다. 이것을 가스라이팅이라 한다. 


상대방의 말투나 표현 방식을 모방하여 비꼬거나 조롱하는 행위를 한다. "맞아. 너 정말 똑똑하네~"와 같이 상대방의 발언을 조롱하는 경우다. 상대를 무시하거나 기죽이는 의도로 이용된다. 이를 비꼬기라고 한다. 이외에도 상대의 행동 말투를 과장하게 모방하여 웃음거리로 만드는 패러디나, 그런 정보를 타인에게 퍼뜨리는 소문내기 등도 있다. 




최근에는 힘이 조금 빠졌다고 하지만, 40대의 사회생활은 거의 만렙에 가깝다. 아직 체력도 남아 있고, 사회 경험의 연차도 거의 최종 단계 수준에 이르렀다. 주로 회사 현역의 정점에 위치한 연령대가 40대의 연차다. 지금까지의 40대들은 그랬다. 직장생활의 황금기와도 같은 때이기도 했다. 그들이 산업 생태계의 최고 선봉장에서 활약하는 까닭은 요령과 노하우에 있다. 요령이라 함이 부정적인 꼰대와 같은 어감으로 들리지 모르겠지만, 본디 뜻은 어떤 일을 쉽게 하거나 잘할 수 있는 방법이나 꾀를 뜻한다. 해야 할 일을 알고, 알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 연차가 된다. 


하지만 아직 중간 관리자급의 40대는 위로는 보스와 아래로는 팀원들을 모시고 살아간다. 신경 써야 할 대상이 가장 많은 때이기도 하다. 사람은 어려움을 겪으면, 방법을 찾아내기 마련이다. 하달받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아래로의 팀들에게 힘을 끌어내어야 한다. 팀원들의 요청과 필요성을 효율적이고, 거부감 없이 요청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잘 흉내 내어야 한다. 상대를 같은 편으로 인식시키기 위해 때로는 천적을 흉내내기도 하고, 때로는 동족임을 나타내어 우리는 한 팀이라는 연대감을 고취시켜야 한다. 쉽지 않지만, 살아남은 팀장들은 이것을 잘했다. 


그런 팀장도 때때로 포장마차에서 한 껏 취하고 "나도 힘들다~"를 외치며 살았다. 그들을 이해할 수 없었을 때는 내가 팀장이 되면 저렇게 하지 말아야지 했으면서도, 내가 그 자리에 있고 난 후, 나는 내 사수의 모습이 얼마나 멋진 모습이었는지 새삼 느낀다. 그리고는 내 사수를 흉내 낸다고 하지만 내가 하는 행동은 뭔가 어설프다. 흉내내는 것도 진정성이 필요하다. 목적이 분명해야 하고, 방법이 정확해야 한다. 단순한 흉내내기로 속아넘어가는 사람은 없다. 곧 탄로날 행복은 그저 비웃음만 당한 뿐이다. 


제대로 하면 미믹이고, 아니면 밈이 될 수 밖에.

나의 사회 생활은 어쩌면 미믹(Mimic)이 아니라 밈(meme)이 되고 있다.  

흉내내기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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