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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준 Apr 06. 2022

나도 스물다섯때가 있었어!!

나는 이진이보다는 어리고 희도보다는 나이가 많다



이진과 희도는 대부분의 첫사랑처럼 이별로 끝이 났고, 작가는 죽일 놈이 되었다. 댓글을 보면 알콩달콩 달달구리한 백도 커플이 해피도 아니고 새드도 아닌 어딘가 애매한 이별로 끝이 났다는 것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듯하다.

나 역시 달달한 마무리를 원했다. 상대에게 힘이 되는 서로가 되어 평생을 함께하는 판타지를 원했었다. 그것이 드라마의 역할이며, 이 거칠고 험한, 볼품없는 세상을 헤쳐 나가는 낙이 될 거라고 기대고 있었던 것 같다.


나는 그들과 같은 시간을 살아왔다. 그들처럼 삐삐 메시지로 서로에게 그리움과, 속마음을 전했다. 모든 공중전화는 빈 곳이 없었고 남은 잔액은 다른 이를 위해 수화기를 올려두곤 했다. 난수표 같은 암호문은 수학 공식보다 더 잘 외워지던 때였다. 곧 PCS와 벽돌폰이라 불리던 핸드폰으로 서로를 찾았고, 조금이라도 더 통화를 하기 위해 커플 요금제를 찾아다니던 바로 그 세대였다. 백이진 처럼 IMF를 경험했고, 극복했으며, 9.11에 가슴 아파했고, 월드컵에 열광했었다. 백도커플같은 뜨거운 사랑도 했었고, 그들보다 더 절절한 이별도 경험했었다. 아니라 해도 어쩔 수 없다. 다른 사람의 중병보다도 내 손톱 밑의 가시가 더 아프다고 어르신들도 말했다. 나도 백도 커플만큼이나 달달했고, 씁쓸했던 사랑을 했었다. 나도 누군가의 백이진이었고, 나희도 였다.


...아마 그..그럴거다


드라마니까 현실 같지 않은 환상을 원하는 욕망은 이해할 수 있다. 우리가 드라마를 보는 이유 중 하나는 어쩌면 현실에서 만나기 힘든 사건들에 대한 대리만족일 테니까. 현실에서 경험하기 힘든 사이다 같은 통쾌함이나 애틋한 절절함을 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관점에서 작가는 참 몹쓸 짓을 한 사람이 맞다.


너무도 현실적으로 첫사랑을 그려버렸으니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는 첫사랑을 모습을 드라마에서 보고 싶지 않았는데 말이다. 작가는 어쩌면 나의, 우리들의 첫사랑에 묵직한 뼈 때리는 팩트를 한 방 날려 준 것이다. 누군가의 백이진이었고, 나희도였던 우리들도 절절했던 이별을 경험했고, 또 다른 사랑을 했었다. 그리고 그 이별에는 어찌 보면 거창한 이유가 없기도 했다.


익숙해져서....

더 이상 설레지 않아서...

함께 있어도 외로움을 느껴서...


이렇게 어찌 보면 허무한 이유들로 우리는 사랑을 끝내곤 했다. 굉장히 현실적인 이유였다.

자연스럽게 멀어졌었다. 영원할 것 같았던 첫사랑도, 이번엔 다를 거라 믿었던 사랑들도 끝이 났을 때의 이유가 이전의 인연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좀 더 다를거라 믿었던 새로운 만남도 그 끝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비단 첫사랑만일까? 우리는 대부분의 사랑에 실패하고 실패하지 않는 단 한 번의 사랑으로 결혼을 한다. 대략

그렇다면 대부분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며, 이루어지는 사랑은 결혼인 것이다. 일반론적으로

그렇기에 일반적인 사랑의 모습에 이별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며, 그 결과보다는 과정에 의미가 있다. 어떤 완성을 했느냐보다, 그 사랑을 어떻게 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백도커플은 참 바람직한 모습의 사랑을 한 것이다.

서로에게 힘이 되고, 서로를 좋은 곳으로 이끌어가며, 나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은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는 관계 어쩌면 작가가 보여주고 싶은 사랑에 모습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드라마를 보는 우리에게 그 결과도 중요할 것이다.

그러나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는 결과 못지않게 어떤 과정의 사랑을 나누었느냐가 더 중요할 것이다.



백도 커플 같은 서로를 만났다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마지막이 아닐 것이다. 마지막으로 가는 과정과 추억으로 남을 이야기들이 우리가 기억해야 할 무언가였으면 한다.


유림이의 말처럼  "가져봤잖아! 그게 중요한 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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