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여름, 완주>의 완독

by 안녕

어젯밤에 갑자기 꽂혀 다 읽었어요.

좋아하는 박정민 배우의 출판사 '무제'에서 출판한 책이라죠.

오디오북으로 시작한 새로운 콘셉트의 책은

판형과 내용 구성부도 색달라요.

'여름'이라는 계절을 앞두고 출판된 이 책이

'여름'을 한창 살아내고 있는 지금

감각적으로 느껴져요. 작가의 문체와 상상력 덕분이겠죠?

한참을 인덱스를 붙이면서 보다가 멈췄어요.

좋은 문장과 장면이 많은데 그걸 다 붙이다간 읽을 수 없을 것 같아서요.


열매, 어저귀, 수미, 양미, 수미 엄마 등의 인물이 만들어 내는

서사는 어쩌면 흔할 수 있어요.

어디서 한 번 봤을 법한. 들었을 법한. 겪었을 법한.

그런데 그걸 끌고 나가는 작가의 필력이 좋아요.

여름이라는 계절 묘사, 완평군(군 맞죠? 시는 아니었던 것 같아서) 묘사는

정말 눈에 그리듯, 귀에 들리듯 생생해요.

자정을 넘겨가며 새벽 두 시까지 읽었는데

읽다 말고 김금희 작가 검색했고, 그의 책 몇 권을 저장해 두었어요.

소설 잘 안 읽는 저인데, 찾아보려고요. 일단 도서관에서!


전 여름을 싫어해요.

끈적임, 윙윙 귓가에 맴도는 벌레 소리, 제 존재감을 미칠 듯이 드러내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죽어버린 매미, 그리고 그 곁에 우글우글 모여든 개미.

집어삼킬 것 같이 타오르는 태양, 모든 것이 뜨겁게 반짝이는,

무섭게 썩어가는 그 계절이, 전 싫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제가 여름이 좋을 수도 있겠다, 싶은 마음이 들게 했어요. 이 책이.


표지를 보며 가만히 생각해요.

아, 그래서 사람들이 소설을 읽는구나.

내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보기도 하고

너무 아팠던 경험에 밴드를 붙이기도 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힘을 얻기 위해서,

그래서 소설을 읽는구나, 하고요.


그럼 내가 쓰는 글은 누군가에게 그런 힘을 주고 있나? 싶은데

아직은 먼 것 같네요.


방학은 길고

아직 쓰고 싶은 이야기는 많으니

언젠간 닿을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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