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by 안녕

모두가 잠든 늦은 밤입니다.

바쁘게 흘려보낸 하루의 끝에서 아직 다 채워지지 않은 일기장에 오늘을 기록합니다.



지하철을 타고 멀리 찾아간 곳에서 소소한 즐거움을 깨달았습니다.

가챠샵을 들르고, 게임기를 산 후에 먹은 쌀국수와 볶음면은 꽤 맛있었지만 모둠카츠는 19,000원이라는 가격에 비해서는 아쉬웠습니다.



찾아서 들른 커피숍에서 산미가 가득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잔 시켜놓고선 <복자에게>를 읽었습니다.



제주를 배경으로 한 여인들의 서사를 읽다가 몇 번이고 책을 덮으며 생각했습니다.

이제 내게 김애란과 이슬아는 가고 김금희가 남겠구나, 하고요.



흘러가듯이 쉽게 읽히는 문장을 곱씹으면 그 안에 작가의 생각이 녹아있습니다.

그 문체가 좋아 몇 번이고 읽어 보았습니다. 나도 그런 글을 써 보고 싶다고, 그런 글을 써보고 싶다고

지하철이 한강을 넘어가는 내내 생각을 했습니다.

마침 한강은 폭이 넓었고 덕분에 끊이지 않고 다짐할 수 있었습니다.



책을 좋아하고 글쓰기를 사랑하는 엄마를 가만히 지켜보던 나의 딸은 요새 책 만들기에 열심입니다.



<사라진 보석을 찾아서>

<사랑 마법의 비밀>



보기만 해도 말랑한

이야기를 적으면서 한 장 한 장 보여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쪽대본을 벌써 쓰네요. 하하.



오늘은 왠지 모르게 뾰로통한 것 같아 물어보니



"나도 엄마처럼 노트북으로 글 쓰고 싶어."



합니다. 8살에게도 글 쓰는 모습은 멋져 보였나 봅니다. 성공입니다. 글 쓰는 모습이 멋있어 보이는 사람이 되는 것은 제 삶의 서브 목표였거든요. 옆에 커피 한 잔은 필수.



아무튼 남은 오늘을 책과 글과 약간의 일로 채울 예정입니다.

밤은 깊어가고 사위는 조용합니다.

저는 그런 고요를 사랑하고 이 마음을 어디엔가 남기고 싶어 집니다.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저 멀리 오고 있는 가을이 느껴지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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