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피곤도 무르익고...
화, 수, 목요일
3일간 12시간 자고
하루를 어떻게 어떻게 버텼습니다.
어제 3시 40분에 공문을 발송하고 그냥 뻗었어요.
눈을 뜨고 있었지만
무슨 정신으로 수업을 했는지도 모를 정도였죠.
어쨌든 완성해서 보냈습니다.
결과를 기다리는 일만 남았습니다.
안 했으면 후회했을 것 같기는 합니다.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도전을 했으니
그것에 의의를 둡니다.
그래도 작년 계획서에 비해서는 좀 나은 것 같기도 하고요.
집에 와서 그냥 뻗어버렸어요.
빨래 개다가 잠들고
커피 내리다가 잠들었어요.
12시간은, 이제 이 나이에 좀 버겁네요.
그럼에도 아침 6시 45분에 일어나서
집도 치우고
책도 정리하고 하루를 열었습니다.
늘어지면 딱 좋지만
성격 상 주말에도 뭔가를 꿈지럭거려요.
오늘은, 날이 좋아요.
가을이 무르익어 갑니다.
마침 며칠 전 생일이었던 우리 딸과
소소한 즐거움을 만끽하러 가기로 했습니다.
디폼블록도 맞추고
책도 사기로 했어요.
산책도 하고
아마도 카페에 가서 맛있는 커피도 먹을 것 같습니다.
지금은 밀린 연수를 듣고 있는데요.
연수를 들으면서 한가로이 이렇게
글을 쓰는 시간이 참 좋네요.
창문엔 햇살이 나른하게 쏟아집니다.
제가 가을을 좋아하는 이유이지요.
한가로이 즐겁게
주말을 보내려고요.
이제 다음 주부터 딱 2주 정도는
3학년 아이들의 마지막 시험이 있습니다.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는 편인 저는
아이들과의 마지막 수업을 위해서
제 나름의 최선을 다 해보겠습니다.
아참, 눈물이 많은 건 어쩔 수 없는지
벌써부터 문득문득 마음속 눈물이 차오르네요.
1학년때 추억보다도 3학년 때 추억이 많습니다.
매일 마이쮸를 뜯기고
제 철없던 고3 시절의 에피소드를 공유하고
(저 그때 엄청 삐딱했어요.)
아이들에게 편지를 써 주고,
소설도 써주고 하던 시간들이
떠오를 때면 혼자서 주책맞게 눈물이 납니다.
가을도 한몫합니다.
그런데 뭐,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고요.
당장 졸업식에 못 갈 수도 있는
현생 좀 정리해 볼게요.
그리고 일단은
오늘에 집중할게요.
오늘은 한가로이 보내봅니다.
가을이고요,
좋은 날이니까요.
추신: 오늘 생일인 소중한 두 사람에게 선물을 주었더랬습니다.
유의미한 그 두 사람이 오늘 각각의 자리에서 행복하길 바랍니다.
생일 축하해요. 다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