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카노 한 잔과

평일, 낮, 빵과, 카페, 그리고 사람들

by 안녕


적당한 재즈풍의 음악이 흘러나오고

적당히 띄엄띄엄 앉은 사람들은

각자 조용히, 시끄러이 할 일을 하고들 있다.

평일, 낮의 카페는 한적하다.


나는 마주 앉은 이와 함께

몇 년간 잊고 있던 요새 카페의 분위기와 메뉴와

요새 젊은 이들을 힐끗힐끗 구경하며

간간히 우리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좀 전에 산 빵은 눈에도 예쁜 것이 맛도 훌륭하다.

커스터드 크림과 우유 크림, 그리고 오레오 쿠키가 조화롭다.

나는 시켜 놓은 아메리카노를 쭈욱 들이키곤 크림을 한 입 베어 문다.

웬만하면 아메리카노, 그것도 아이스가 좋다.


평소에 누리지 못한 여유가 반갑고도 낯설어

한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다.

이래도 되는가 싶다가, 이러라고 있는 시간이라 다잡고

하루를 1년처럼 길게 늘여 보내고 있다.


시간이 주어진다면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카페에 앉아 한가로이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었다.

분 단위로 쪼개 살던 것을 멈추고

흘러가는 시간과 함께 유유히 같이 흘러가는

하루를 보내고 싶었다.


그래서 지금 나는 매일같이 행복하다.

4,000원이면 좋아하는 커피 한 잔을

거기에 5,000원 정도만 더 투자하면 적당히 배를 채울 빵을

마지막으로 모든 걸 누릴 수 있는 공간을 얻을 수 있으니

무척이나 행복하다.


마침 오늘은 이렇게 글도 쓰고 책도 읽었으니

지쳤던 마음들이 충분히 충전된 듯하다.

두어 시간 후 벌어질 육아의 시간도

너끈히 즐길 수 있을 것만 같다.


.

.


어느새 얼음이 녹아 아메리카노에 스며들고

음악은 두 번이나 돌고 돌아 바뀌었으며

마주 앉은 이는 책을 삼분의 일이나 읽고 있고

배터리는 절반 가까이 닳아있으며

사람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그리고 그 속의 나는

나로서 행복해져 있다.







Photo By Wade Austin Ellis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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