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글 뒤에 나의 브런치 북이 있었다.
미괄식을 사랑하는 나이지만 두괄식으로 쓰는 이유는 좋아서다. 너무나 좋아서.
이런 글을 쓰는 것을 매우 부끄러워하는 나지만 쓰는 이유는 좋아서다. 너무나 좋아서.
브런치 북 공모전에 탈락하면서 조금 오래 힘들었다. 바로 첫 브런치 북에 대한 강한 애착 때문이었다. 누구나 다 그러했겠지만 나 역시 너무나 치열하게 글을 써왔다. 잠을 쪼개고 시간을 쪼개고 어둠을 몰아내고 쓴 글들을 모으고 모아 만들어냈기에 애틋했다. 내 힘으로 만든 내 책. 내 글. 무엇보다 소중했다.
하지만 세상에 글을 쓰는 이는 많았고 글을 잘 쓰는 이는 더 많았다. 내 글은 나에게는 소중했지만 다른 사람들에게는 그저 아무개 씨의 글 중 하나일 뿐이었다. 머리로 알고 있던 사실을 마음으로 느끼니 찢어질 듯 아팠다. 내 글은 결국 나만 읽는 글이 되는 건가 하는 생각에 한 동안 우울했고, 긴 호흡의 글을 쓰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단 한 번이라도 '브런치 홈'에 소개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 적도 많다. 내가 직접 찍은 사진들, 그림이 있는 내 책이 한 번이라도 홈에 소개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면서 매일 같이 브런치 앱을 켰다. 혹시나 혹시나 모르잖아? 저 페이지 뒤에, 저 글 뒤에, 저 브런치 북 뒤에 내 것이 있을지도 모르잖아, 라는 생각에 난 아침 10시에도 새벽 4시에도 늘 브런치 앱을 켜왔다.
그러던 중 오늘! 드디어 꿈에 그리던 브런치 홈에 내 책 <도시락이 좋아서>가 소개가 된 것이다. 너무 짧은 시간에 사라질까 싶어 보이는 족족 캡처를 해두었다. 아이가 자는 중만 아니었다면 딸을 끌어안고 소리 지르며 뽀뽀세례를 해주었을 만큼 좋았다. '좋았다'는 촌스러우면서도 직접적인 표현으로밖에는 설명이 안 되는 기분이었다.
사실 오늘 아침부터 조금 이상하긴 했다. 평소와 다르게 조회수가 꽤 높았기 때문이다. 평소 두 자리도 겨우 넘는 조회수가 오늘따라 세 자릿수를 웃돌더니 밤 9시경에는 3,000회 까지 오른 것. 처음엔 괜히 기대했다가 실망할까 싶어 아예 머릿속에서 지워버리려고 노력했는데, 웬걸. 진짜로 브런치 북이 소개되어서 그랬던 것이라니! 놀랍고, 고맙고, 기쁘고, 그렇다.
브런치에 글을 쓰면서 늘 행복했던 것은 솔직히 아니다. 우울하고 기운 빠지고 힘들 때가 더 많았다. 나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라 라이킷이 많고 조회수가 높으면 자연스럽게 기분이 좋아졌고 낮아지면 기분도 가라앉았다. 앞으로도 계속 글을 쓰는 삶을 살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되는 사람인가 싶은 생각까지 드는 날이면 울적해졌다. 그러면 꼭 나는 '그래, 내가 무슨 글이야. 이런 글은 아무도 안 읽어줄 거야. 넌 이렇게 밖에 못 쓰냐?'라는 생각까지 끌고 가며 나를 들들 볶아대기도 했다.
그런데, 브런치 홈에 공개된 내 책을 보니 다시금 마음에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만 같다. 꾸준히 써도 된다고, 괜찮다고, 네 글 잘 보고 있다고 칭찬해주는 것 같다. 힘이 난다. 중간에 포기하지 말고 네가 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해보라고 북돋아 주는 것 같은, 아무도 내게 그렇게 말 해주진 않지만 그렇게 말하는 느낌이다. 조금 과장하자면 학교 다닐 때 기대도 하지 않았던 상을 받는 느낌. 얼른 엄마에게 달려가서 자랑하고 싶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좋다.
다행히 성실함을 무기로 그동안 쉬지 않고 꾸준히 써왔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잘 나오면 나름 잘 나온 대로 그렇게 올리고 스스로 반성하고 다시 쓰는 삶을 살아왔다. 중간에 몇 번 흔들리긴 했지만 그래도 쓰는 걸 멈출 생각은 하지 않았다. 한 걸음 한 걸음의 힘을 믿기 때문이다. 성실함을 이겨낼 재간은 없다고 스스로 굳게 믿기 때문이다.
브런치 덕분에 앞으로 난 이 믿음을 가지고 쭉, 꾸준히, 성실하게 글을 써갈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언젠가는 꼭 원하는 '출간 작가'가 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그 '언젠가'가 되어 내가 정말 출간 작가가 되었을 때에 그 모든 시작에 '브런치'와 '브런치 북'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