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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먼지 superdust Dec 11. 2021

크리스마스 선물을 기다리는 아이

1. 최초의 우주, 어린 시절 - (1)



  나는 7살 이후 산타 할아버지를 믿지 않았다. 정확히 되짚어보자면 아마 유치원 산타 할아버지에게 받을 선물(예쁜 바비인형이었다)을 엄마랑 같이 골랐던 이후부터였던 것 같다. 아마 엄마는 나에게 산타에 대한 환상을 지켜주기보다는 몇 없는 기회이기에 내 마음에 드는 선물을 사주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나는 예쁜 바비인형을 품에 안고 산타 할아버지에 대한 환상을 버렸다. 물론 그 이후에도 여전히 크리스마스 만화나 영화, 노래는 계속 좋아했지만.


  그러나 나는 산타의 환상을 버린 후에도 어김없이 크리스마스 아침이 되면, 혹시나 선물이 놓여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부풀어 혼자 몰래 트리 주위를 기웃거리곤 했다. 어릴 적 우리 집은 넉넉한 편이 아니었기에 대부분의 트리 밑에는 선물이 없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기대감 같은 건 원래부터 없었다는 듯 연기해야 했다. 내가 기대했던 모습을 보면 선물을 놓아두지 못한 엄마도 슬퍼질 게 분명했다. 나는 실망한 모습을 애써 감추고 다시 몰래 잠자리로 돌아오곤 했다. 그리고 그런 크리스마스를 한해 두해 보내며, 어린 나에게 하나의 소망이 생겼다.


  내가 만약 엄마가 된다면, 매년 크리스마스트리 밑에 내 아이를 위한 선물을 놓아둘 거라고.





인스타그램 @super_munji

이메일 tearofm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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