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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먼지 superdust Dec 29. 2021

고물터에서 노는 아이

1. 최초의 우주, 어린 시절-(3)


   어릴 적 집 옆에 고물을 모아 놓은 공터가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버려진 고물을 가지고 노는 걸 좋아했는데 이상하게도 그곳에서 무언가 발견할 것 같은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미 다 쓰고 굳어버린 매니큐어, 어딘가 망가진 장난감들. 알이 빠진 머리핀까지. 한때는 누군가에게 새로웠을, 저마다 주인을 잃고 버려진 물건들. 그 물건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린 나에게는 마치 보물찾기 게임이라도 되듯 이상하게도 신비로운 느낌이 있었다. 

  최근 해외 뉴스들을 보면 간혹 오래된 창고나 차고 등에서 희귀한 보물이나 유물 등이 발견되곤 하지만 어린아이였던 나는 그런 이야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그랬음에도 왜인지 이상한 기대감에 부풀어 고물들을 탐구하고 발견하며 놀곤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모두가 버린 쓰레기 더미 속에서 반짝임을 찾던 아이. 어쩐지 지금의 내 모습과 맞닿아 있다고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이상과 현실에 대한 괴리, 나의 부족함과 더 열심히 살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원망, 그로부터 오는 우울과 슬픔에 이르기까지 내 머릿속에 휘몰아치는 온갖 부정적 감정 속에서도 애써 좋은 것을 찾아보려 하는 현재의 내 모습이 아이의 모습에 비친다. 


  그 아이는 아직 여기 내 안에 있었다.

 



인스타그램 @super_munji

이메일 tearofm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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