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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먼지 superdust Feb 12. 2022

가난이라는 얼룩

1. 최초의 우주, 어린 시절- (4)



   나는 살아온 대부분의 날이 가난했다. 20살 대학생이 되어 아르바이트를 하고, 취업을 해서 회사를 다니면서 나도 그리고 부모님도 예전보다는 먹고 싶은 것을 먹고, 가끔은 갖고 싶은 것을 살 수 있게 되었다.


  고등학교 때까지의 나는 그렇지 못했다. 내 신발은 시장 골목에서 파는 이름 없는 만 원짜리 운동화였다. 컨버스 신발과 닮은 이름 없는 운동화. 학교에서 대부분의 친구들은 나이키, 아디다스, 컨버스 같은 브랜드 신발을 신고 다니곤 했지만 나는 그렇지 못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 친구들은 친구가 브랜드 없는 신발을 신는다고 무시하거나 차별하는 아이들은 아니었다. 그리고 브랜드만 없을 뿐 신고 다니기에도 별다른 불편함은 없었다.


  그러나 딱 하나. 비가 오는 날이 문제였다. 나는 여고를 다녔는데, 비가 많이 오는 날에는 다들 실내화로 갈아 신고 신발과 우산 그리고 젖은 양말을 창가에 말려두곤 했다. 비가 많이 오는 등교 날이면 나 또한 비가 뚝뚝 떨어지는 축축한 운동화를 벗어 말려둘 수밖에 없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아야만 했다. 


  다른 아이들의 운동화와 달리 비에 맞은 내 운동화는 양말에 까만 얼룩을 남기곤 했다. 부끄러운 얼룩. 가난이라는 이름의.


  운동화를 벗을 때면 나는 주위를 휘휘 둘러보곤 아무도 보지 못하게 양말을 벗어 실내화 가방에 넣어두곤 했다. 들키지 않으면, 아무것도 아니야 하고 애써 웃으며.



인스타그램 @super_munji

이메일 tearofm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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