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처음 영화관에서 영화를 본 것은 중학교 3학년이었다. 학교 친구들과 영화를 보러 가기로 한 것이었는데, 처음 영화를 보는 것을 티내지 않으려고 두근거리던 기억이 있다. 우리 집은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러 갈만큼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고, 엄마, 아빠와 영화관에 같이 간 것도 내가 성인이 지나 돈을 벌기 시작한 후였던 것 같다.
그러나 어릴적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엄마와 영화를 보던 기억은 내게도 있다. 아빠의 고향은 바닷가였다. 여름밤에 종종 바닷가에서 큰 스크린을 가져다 영화를 무료로 상영해주곤 했다. 엄마는 어린 나를 데리고 바닷가로 영화를 보러 가곤했다. 준비물은 그저 돗자리 하나. 나란히 앉아서 TV에서 해줄 법한 영화를 본다. 나는 금방 지루해져 눈이 무거워진다. 졸리면 엄마의 다리를 베고 누워 엄마 한 번, 영화 한 번 번갈아 보다가 이내 잠이 들곤 했다.
사실 그 때 본 영화도,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 지도 기억이 잘 안나지만 엄마의 따뜻했던 손길, 포근했던 등, 밤바다 냄새, 사각사각 모래알, 주황색 가로등 불빛, 따뜻했던 느낌만은 여전히 기억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