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나무숲이 떠오르는 무유다원 우전(2022년)
초코나무숲 한국 녹차 - 충남 천안 무유다원 우전 (2022년)
올 가을에는 작년도 무유다원 우전을 자주 마셨습니다.
무유다원 우전은 베스킨라빈스 초코나무숲 아이스크림을 연상시키는 다크 초코렛, 말차향이 특징인데요.
보통 '우전' 하면 풋풋한 들풀, 부드럽고 고소한 밤향(율향), 여리여리한 단맛, 가벼운 바디감을 특징으로 꼽는데요. 무유다원의 우전은 다크초코렛의 풍미를 떠올리게 하는 묵직한 단맛과 중후한 바디감을 지녔습니다.
작년에는 쇠맛과 불기운이 워낙 강렬하게 느껴져서 선뜻 손이 잘 가지 않았는데요. 한 해가 지나니 불기운이 사라지고 녹직한 초코의 풍미만 남았습니다. 햇녹차를 최고로 치는 분들도 많지만, 개인적으로 잘 숙성시킨 녹차의 매력도 무궁무진하거든요.
무유다원 우전은 제가 산 게 아니고 아빠에게 선물 받았는데요.
작년에 아빠에게 이 차를 받았을 때 고마운 마음보다는 떨떠름한 마음이 컸어요.
사실 제 취향은 부드럽고 고소한 밤향을 느낄 수 있는 하동 우전이거든요.
아빠는 광주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차 박람회에서 여러 다원의 차를 시음해보고 가장 맛있는 걸 골랐다고 말해주셨어요. 하지만 아빠가 보내준 무유다원 우전을 처음 마셨을 때 제가 기대했던 우전의 맛과 향이 아니라서 솔직히 당황스러웠습니다.
초코렛을 닮은 향미와 묵직한 바디감, 낭낭한 불기운, 쇠맛이 감도는 회감까지 처음 맛보는 우전 맛이었어요. 그동안 마셔온 우전에서는 대개 여성스럽고 우아한 인상을 받았는데, 무유다원 우전에서는 남성적이고 강인한 인상을 받았거든요. 무유다원 우전, 참 낯설고 생소한 우전이었습니다.
무유다원 우전, 그동안 마셔왔던 우전과 너무 달라서 자주 마시진 않았어요. '그래도 아빠가 선물해줬으니까 마셔야지'라는 의무감으로 종종 마셔왔는데요. 올 여름 전후로 초코나무숲을 닮은 풍미로 확 맛있게 익어버리더군요. 덕분에 올 가을 무유다원 우전을 맛있게 즐겼습니다.
어느 날 문득 무유다원 우전을 마시다 아빠의 마음을 생각해봤어요.
취미를 직업으로 삼게 된 딸을 위해 고른 선물.
관심과 애정, 응원과 지지의 마음이 담긴 선물.
그 마음을 헤아려 보니, 취향에 맞지 않는 선물을 받아도 진심으로 감사할 줄 아는 사람. 그 마음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 그런 사람으로 나이 들고 싶어졌어요. 그치만 사람의 마음은 간사해서 조금만 신경 쓰지 않으면 소중한 마음을 소홀히 다루게 되더라고요.
오늘도 일렁이는 감정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차를 마셔요.
그날그날의 날씨와 기분, 분위기에 어울리는 차를 고르는 재미를 즐기면서요.
언제나 찻자리를 방해하는 귀여운 고양이도 함께:)
나에겐 언제나 사랑스러운 털복숭이 풍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