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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k Dec 12. 2019

#나는 왜 퇴사를 하려고 하는 것일까?

2. 회사를 떠나다, 방향을 틀어

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다. 그동안 나에게는 어떤 일들이 있었을까? 퇴사 준비생이 되어 떠나려고 마음먹은 지금. 스스로에게 질문을 하며 지난날들을 돌아본다.


2013년 10월, 총무파트로 지원을 하여 입사를 했다. 그때 나에게도 팀장이 있었다. 하지만 함께한 시간은 고작 5일. 그는 회사와 본인이 안 맞는다며 떠났다. 어쩌면 회사를 금방 파악했었나 보다. 덕분에 나는 혼자가 되어 몇 달간 참 바쁘게 일했다. 내 눈에 이 회사는 황무지처럼 보였다. 말 그대로 아무것도 없었다. 그런 곳에서 도시를 건설해야 했다. 새로운 것을 개척한다는 것, 생각보다 쉽지 않았지만 나는 하나 둘 만들어 나갔다. 그러는 동안 잡음도 꽤 있었다. 변화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들. 경영진에서 내가 하고 있는 일에 집중하다 보니 시기와 질투를 하는 사람들, 이러니 평탄한 길을 걷지는 못했다. 물론 도와가면서 함께 나아갔던 사람들도 있었기에 나에겐 힘이 될 수 있었다.


어느 정도의 조직의 기반이 만들어진 후, 다른 부분을 신경 쓰기 시작했다. 대외행사, 사업 확장 그리고 인사관리에 눈을 돌렸다. 자연스레 인사 분야까지 맡아서 일을 하게 되었다. 더불어 대외행사를 운영하는 팀에 소속되어 여러 날들을 타부서 사람들과 함께 하면서 많이 가까워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때 함께 했던 사람들과는 지금까지도 가까이 잘 지내고 있다. 또, 취업규칙을 시작으로 미흡했던 인사제도를 정비했다. 가장 큰 건은 출퇴근 시간 변경이었다.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리는 건 생각만큼 쉽지는 않았지만 이뤄냈다. 그리고 성장하기 위해 여러 교육들을 받으러 다녔다. 회사에서 외부 교육을 가장 많이 다녀온 건 나다. 그만큼 공부도 많이 할 수 있었으며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기에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인사 분야에 관심을 가지면서 조금씩 회사에서 생각하는 방향과의 차이를 느끼기 시작했다. ‘사람이 있고 일이 있지, 일이 있고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했다. 숫자로는 정확히 측정할 수 없는 사람의 마음, 의지, 동기부여 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회사는 그렇지 않았다. 사람을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돈 몇 푼 더 주면 동기부여가 되고, 한 마디 말이면 다 된다고 생각했다. 군대보다 더 군대가 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보안이라는 이유로 많은 것을 공유하지 않았으며, 불투명한 급여체계에 불만을 가지는 사람들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이러다 보니 자연스레 회사를 떠나는 사람들이 많이 생겼다. 아쉬운 건, 회사를 위해 정말 열심히 하고 앞장섰던 사람들이 의욕을 잃거나 더 이상 함께 할 수 없었다. 


그런 상황을 바꾸고 싶었다. 경영진에게 현 상황에 대해서 건의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만 느끼게 되었다. 내가 아무리 좋은 의견을 말해도 결정권자가 공감하지 못하고 의지가 없다면 아무것도 변화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직원들이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100의 에너지를 쓴다고 해도 안되지만 결정권자는 10의 에너지만으로도 변화를 이룰 수 있다. 아쉽지만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그리고 나의 실망감은 커져갔다. 


회사에서는 사람을 숫자로만 평가했다. 영업팀이 아니면 인정받기가 어려웠다. 근데 그런 영업팀도 공정한 기반에서의 평가가 아니다 보니 불만이 자연스레 넘치기 시작했다.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들이 나왔지만 회사는 무시하고 입을 막았다. 그리고 나는 회사에 기여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 되어갔다.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이유였다. 회사에서 가장 큰 대외행사 기획과 운영도 나에게 넘어왔다. 영업하는 부서는 매출을 내야 하니, 매출을 내지 않는 네가 하라는 이유였다. 이렇게 영업을 제외한 여러 분야의 일들을 하게 되었지만 내 연 소득은 줄었다. 불투명한 인센 급여체계에서 회사가 어렵다는 이유로 삭감을 하다 보니 지난해에 비해 연 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이 발생하였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동기부여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기에 이 사실을 보고했지만 경영진에서는 믿지 않았다. 그럴 리가 없다는 것이다. 몇 번의 보고 후 내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피드백은 없었다. 오랜 시간이 지난 후, 같은 내용의 대화를 할 기회가 생겼는데 내게 미안하다는 말을 하더라.


올해 초, 인사발령을 있었다. 회사에서는 인사팀을 없애버렸다. 그래서 난 기획리테일팀에서 여러 방면의 일을 하게 되었다. 그중에서 온라인샵을 운영하고 있는데 매출 숫자가 올라갈 수 없는 구조이다. 보통 사람들은 매장에서 물건을 확인하고 온라인에서 구매한다. 왜냐하면 제일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는 온라인샵이 제일 비싸다. 그러니 아는 고객들은 빠져나간다. 숫자로 평가를 받지만 숫자를 올릴 수 없는 상황이 답답했다. 이렇게 내게는 그동안 여러 일들이 있었다. 이 상황이 누군가의 잘못이라고 탓하고 싶지는 않다. 각자의 생각과 방향이 다를 뿐. 떠나려는 이유는 내 정신건강이 피폐해지고 있음을 느낀다. 더 이상은 안되겠다. 


얼마 전, 팀원들 면담을 하며 한 가지 질문을 했다.

‘1년 뒤의 나는 어떻게 변해있을까?’

이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도 했다. 난 긍정적인 답이 나오지 않았다. 이렇게 하나 둘씩 쌓여서 퇴사를 생각하게 되었다. 더 늦기 전에 새로운 도전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는 요즘. 더 성장하고 싶지만 희망이 사라진 요즘. 이제는 차근차근 준비하려 한다. 1월 중순, 사직서를 던지려 마음먹었다. 한 분기 동안의 성과로 지급받는 인센티브. 지급 기준은 아무도 모른다. 그리고 지급일 이전에 사직서를 제출하면 지금까지 받았던 금액에서 반 토막이 난다고 모두들 알고 있다. 예전에 누군가 이유를 물었더니 앞으로 잘하라는 의미도 인센티브에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그래서 퇴사시에는 그 부분이 차감되어 그렇다는 논리이다. 전혀 공감이 되지 않는다. 

 모든 걸 내려놓고 마음만 먹으면 편하게 회사를 다닐 수 있다. 누구의 표현대로 하면 회사에 와서 숨만 쉬다가 갈 수 있을 듯했다. 출퇴근도 편도 30분 정도이며 워라밸도 좋은 편이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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