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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k Dec 27. 2019

#그날이 다가오고 있다

2. 회사를 떠나다, 방향을 틀어

얼마 전, 나는 가슴속에 품고 있었던 사직서를 꺼냈다. 살짝 떨렸던 그날의 기억, 이내 나는 덤덤해졌다. 그리고 홀가분한 기분까지도 들었었다. 이전의 회사는 사정이 좋지 않아 많은 사람들이 한 번에 떠나게 되었었기에 사직서라는 서류에 직접 자필로 서명을 한 건 처음이었다. 그때의 기분은 아마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다.


차례대로 윗분들과의 면담을 진행했다. 그리고 며칠 전에 회사에서 가장 어른이신 회장님과의 면담도 마무리했다. 모두들 본인들의 인생 얘기를 포함하여 여러 가지 말들을 해주셨다. 앞으로 살아가면서 한 번쯤 생각해 볼 만한 그런 얘기들이었다. 그리고 회장님께서는 그동안 미안했다는 말과 수고했다며 악수를 하고 마무리했다. 순간 뭉클해졌었다. 이제 정말 마무리를 다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껏 떠나는 사람들의 여러 모습을 보았지만 떠나는 나를 스스로 보니 누구보다 좋은 분위기에서 마무리하고 있어서 이곳 생활을 나쁘게 하지는 않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난날을 돌아보면, 윗분들과 나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있었다. 다 회사가 잘 되게 만들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걸 만들어가는 과정에서의 방법이 달랐던 것 같다. 그게 조금 아쉬웠었다. 일개 직원으로써 업무 지시를 따르는 건 맞지만 여러 직원들의 의견이 반영되고 더 나아지기를 바랐던 것뿐이다. 더 나은 성과를 위해서는 직원들의 마음을 잡아 그들이 수동적이 아니라 능동적으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렇게 만드는데 도움이 되고 싶었었다.


상무님과의 2차 면담을 통해 내 퇴사 일자는 12월 31일로 정해졌다. 1월 중순까지는 생각했었지만 인센티브와 급여까지 모두 챙겨주신다고 하셨다. 아마 나름 생각해 주는 방향이라고 여기실 것 같다. 갑자기 훅 줄어든 날짜에 살짝 당황을 하기는 했지만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나에게 나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제부터 하나씩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쌓아두었던 메모들과 불필요한 물건들을 버렸다. 오늘은 종무식 겸 송별회 회식도 있다. 이제 나에게 남은 시간은 3일, 한 해를 마무리하는 날과 함께 짧지 않은 시간을 보냈던 곳에서의 시간도 마무리하게 된다.


궁금하다. 

그때의 난, 기분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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