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nk Jun 05. 2023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북리뷰



- 제목 : 잘못은 우리 별에 있어

- 저자 : 존 그린  



- 책소개

미국 작가 존 그린의 장편소설. 존 그린은 한해 가장 뛰어난 청소년 교양도서를 선정, 수여하는 프린츠 상과 가장 뛰어난 미스터리에 수여하는 에드거상을 동시에 수상한 다재다능한 소설가이다. 반짝이는 유머와 절절한 눈물이 어우러진 이 책은 존 그린의 검증된 문학성과 재기를 응축한 결정체라 할 만하다. 


그런 점을 인정받아 출간 즉시 베스트셀러가 된 것은 물론, 일일이 글로 옮기기 힘들 정도의 무수한 찬사를 받았다. 그 애정 고백의 상당수는 쟁쟁한 언론과 평론가, 그리고 동료 작가들로부터 나왔다. 가장 아름다운 것만이 가장 슬프다. 빛나는 유머와 생생한 슬픔으로 꽉 찬 보석 같은 소설. 현재 아마존닷컴 선정 2012년 최고의 책(Best Books of the Year So Far)에 올라 있기도 하다. 


16세 소녀 헤이즐은 말기암환자다. '의학적 기적' 덕에 시간을 벌긴 했어도, 헤이즐의 인생 마지막 장은 암 진단을 받는 순간 이미 쓰이고 만 셈이다. 다른 십 대와 달리 화장품 대신 산소탱크를 상비해야 하지만 매순간 유머를 잃지 않는 근사한 소녀. 암 환우 모임에서 만난 어거스터스와 헤이즐이 첫눈에 드라마틱하게 빠져든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또래에 비해 한없이 죽음에 가까운 두 사람은, 지구에서 가장 보편적인 질문에 관한 답을 함께 풀어간다. "사람들은 나를 기억해 줄까? 우린 이 세계에 어떤 흔적을 남길 수 있을까?"

[출처 : 알라딘]  



- 기억에 남은 한 문장

넌 우리에게 수류탄이 아니란다. 죽음을 생각하면 슬프지만, 헤이즐, 그래도 넌 수류탄은 아니야. 너는 근사해. 넌 모를 테지, 우리 딸. 아이를 낳아 그 아이가 영리하고 독서를 좋아하며 부수적으로 끔찍한 텔레비전 쇼를 보는 취미가 있는 청소년으로 자라나는 걸 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네가 우리에게 준 기쁨은 우리가 네 병 때문에 느낀 슬픔보다 훨씬 더 크단다. 

p. 112  



참을 수가 없었다. 모든 것들이. 매 분 매 초가 전보다 더더욱 끔찍했다. 나는 그저 계속해서 그에게 전화를 걸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혹시 누군가가 받을까 하는 생각만 했다. 지난 몇 주 동안 우리가 함게 보낸 추억의 시간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추억하는 기쁨을 빼앗겨 버린 느낌이었다. 더 이상 함께 추억을 되살릴 사람이 없으니까 함께 추억할 사람을 잃는 건 마치 추억 그 자체를 잃는 것 같았다. 우리가 했던 일들이 몇 시간 전에 떠올렸을 때보다 덜 중요하고 비현실적으로 변해 버린 것 같았다. 

p. 274    



- 감상평

오랜만에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소설을 만났다. 16세 소녀인 주인공 헤이즐은 말기 암 환자이다. 그래서 우울한 이야기가 대부분 일 것 같지만, 유머와 즐거움도 있고 감동도 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그저 그런 10대 성장 이야기는 아니었다. 비극 앞에서 거스는 말한다. “세상은 소원을 들어주는 공장이 아니야”라고. 늘 강인하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던 사람도 한순간 무너진다. 그래도 주인공 거스는 잠시뿐이었다. 비극적 결함이 생겼다며. 


이런 소설이나 영화를 볼 때면 늘 내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과연 나는 죽음을 곧 마주하는 순간에도 씩씩하고 담담할 수 있을지, 유머와 미소를 유지할 수 있을지. 지금의 나는 그렇다고 대답을 하겠지만 그때의 나는 모르겠다. 그저 지금의 마음과 같기를 바란다.  


“상처를 받을지 안 받을지를 선택할 수는 없지만, 

누구로부터 상처를 받을지는 고를 수 있어요. 

난 내 선택이 좋아요.

그 애도 자기 선택을 좋아하면 좋겠어요.”


상처는 받는 게 아니라, 내가 만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이게 나에게는 ‘상처’라고 선택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위의 대사에 공감하는 건 ‘선택’이다. 훗날 그때가 된다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대신 선택해 줄 수는 없지만 내가 누군가에게 수류탄은 아니기를, 상처가 된다면 아주 작고 잠시뿐이기를. 



작가의 이전글 변론을 시작하겠습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