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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k Feb 08. 2020

#짧으면 한 달 길면 6개월

1. 시한부 선고, 그 끝자락에서

2018년 07월 03일. 화요일



강릉행 KTX에 몸을 실었다. 아빠의 MRI 결과를 확인하러 가는 길. 내 마음과 달리 날은 맑고 따뜻했다. 주말 이후, 난 많이 바빠졌다. 가족들과 아빠의 상황에 대해서 여러 대화를 나누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여러 방안들을 고민했다. 가족들은 모두 각자가 알아볼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보았다. 그렇게 내 시간은 바쁘게 지나가다 고요해질 때면 두 눈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잠시라도 벗어나고 싶었다. 조용한 기차안에서 책을 펼쳤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오히려 운다고 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책의 제목처럼 내 마음은 더욱 먹먹해지기만 했다. 


병원에 도착했다. 10%의 희망을 기대하며 이곳에 왔다. 접수를 하고 담당 의사를 기다리는 그 시간은 길게만 느껴졌다. 담당 의사는 내게 결과를 알려준다. 혹시나 하는 기대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고 작은 희망은 사라지는 순간이다. 췌장암 말기. 여러 시술이 필요하나 상의 중이고 함암 치료를 하지 않을 경우 통증 완화를 위해 호스피스 치료가 적절하다는 담당 의사의 소견서를 받았다. 그리고 주말에 아빠에게 줄 약을 챙겨서 병원을 뒤로했다. 


‘짧으면 한 달 길면 6개월’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라고 한다. 아빠에게 결과를 정확하게 말하지는 못했다. 주말에 보자고, 약 챙겨서 가겠다고만 했다. 차마 말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 나는 나에게 말했다. 정신차려야 한다고. 나까지 흔들리면 안 된다고. 다른 무언가에 집중을 해야 했다. 가만히 있으면 슬픔의 늪에서 헤어나오지를 못했다. 역으로 가는 택시 안. 이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경포대로 방향을 틀었다.


문득 바다가 보고 싶었다. 

잠시나마 답답한 내 마음과 다른 바다를 보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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