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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k Dec 12. 2019

#나 홀로 떠나는 여행

3. 나를 만들어 가는 길, 다시 한 걸음을 내딛다

누구나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친구나 가족들과 같이 계획을 짜고 준비해서 여행을 다녀오는 경우가 많다. 예전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혼자 떠나는 여행이 진짜 여행이다"라는 말을... 그 후로 난 1년에 한두번은 꼭 혼자서 여행을 떠나곤 한다.


주변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면 혼자 떠나는 여행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꽤 있다. 새로운 곳을 가는 것에 대한, 치안에 대한, 언어 차이에 대한 등등 여러 가지 두려움들이다. 내가 처음으로 혼자 여행을 갔었던 곳은 일본 도쿄였다. 난 일본어를 할 줄 모른다. 고작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배운 정도의 수준이다. 그래도 한번은 가보고 싶었던 곳이기에 떠났다. 도쿄에서의 일주일 동안 일본 여행 책 한 권을 손에 쥐고 이곳 저곳을 많이 돌아다녔었다. 지하철이 워낙 넓어서 고생을 조금 했었지만 책에 있는 몇 문장으로 물어보며 돌아다녔다. 아주 쉽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아주 힘든 정도의 어려움도 아니었다. 충분히 혼자서 돌아다닐만 했던 경험이었다. 


밥도 혼자 먹어야 했다. 그런데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식당에 들어가 주위를 둘러보면 혼자 밥을 먹는 사람들이 심심치 않게 눈에 들어왔다. 그렇기에 이질감이 들지 않고 자연스러워졌다. 그리고 일본 여행을 다녀온 후로 혼자 밥을 먹는 것에 대한 부정적인 마인드와 혼자 여행을 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기회가 되었다. 사람은 마음먹기에 따라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로 난 혼자 하는 여행을 좋아하게 되었다. 둘 이상의 사람과 함께 할 때와의 다른 매력에 빠져들게 되었다. 내 생각에 혼자 하는 여행의 가장 큰 매력은 오롯이 나만을 위하고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그 누구를 위한 여행이 아닌 내가 가장 가보고 싶고, 해보고 싶고, 먹고 싶은 것들을 즐기는 그런 여행을 말이다. 


몇 년 전, 그 매력을 느끼기 위해 제주도로 5일동안 다녀왔다. 여행을 떠나기 전 숙소와 렌터카를 예약하고 1~5일차의 스케줄을 간략하게 짜놨었다. 물론 충분히 변경될 수 있을 거란 예상도 하고 있었다. 첫날 제주도에 도착 후 렌터카를 받고 일정을 시작했다. 우선 제주도도 식후경, 고기국수로 허기를 달래고 계획했던 1일차 여행코스 리스트 중 한곳인 만장굴로 이동했다. 제주도는 6월도 너무 더웠기에 우선 시원한 곳을 가고 싶었다. 그 후에는 김녕 미로공원, 김녕 해수욕장을 돌아 월정리 숙소에 도착했다. 혼자 여행을 할 때는 보통 게스트 하우스를 이용한다. 가격도 저렴한 편이며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많은 도움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행을 처음 간 곳이라면 더욱 그렇다. 저녁에 바비큐 파티를 하며 다음에 갈 여행코스를 추천 받기도 한다. 이번에도 그런 도움을 받았었다. 여행코스를 추천받고 스마트폰 검색을 하여 내가 원하는 스타일이면 여행코스 리스트에 올려놓는다. 이번 여행 리스트에 올라간 코스는 3일차에 다녀온 ‘사려니 숲길’ 이었다.


5일간의 제주도 여행 일정 중 가장 좋았던 곳은 ‘한라산’과 ‘사려니 숲길’ 그리고 ‘해안도로 드라이브’였다. ‘한라산’과 ‘사려니 숲길’은 아침에 갔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덕분에 혼자하는 여행의 장점 중 하나인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두 곳 모두 날씨가 화창하여 기분 역시 좋았다. 특히 ‘사려니 숲길’을 걸을 때는 주위에 아무도 없이 혼자 걷는 시간이 많았었는데 서울 도심에서 벗어나 자연속에서 힐링을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주위에 들리는 소리는 나의 발자국 소리, 지저귀는 새 소리와 바람에 흩날리는 나뭇잎 소리뿐이었다. “이것이 힐링이구나”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3일차에는 숙소를 협재쪽으로 옮겼다. 그리고 다음날은 여행코스를 생각하지 않고 그냥 발길 닿는 대로 돌아다녀보겠다고 마음 먹었다. 요즘 많은 사람들이 운전을 할 때 네비게이션에 의존한다. 난 네비게이션을 꺼두고 해안을 따라 핸들을 돌렸다. 한참을 돌아다니는 중에 눈에 들어오는 카페가 있어서 잠시 쉼표를 찍었다. 시원한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잔을 마시며 잠시 책 몇 장을 넘긴다. 그러다 카페 이곳 저곳에 붙은 메모장을 읽어본다. 어느 어린아이가 삐뚤빼뚤 쓴 메모가 눈에 들어왔다. “2015년 10월 11일 하율이가 여기에서 잘 마시고 갈께요. 그리고 또, 난 느꼈어요. 여기가 얼마나 예쁜지 다음에 더 잘 마시고 갈게요.” 내 입가에 배시시 미소가 생긴다. 혹시라도 그 아이를 만난다면 “나도 너와 같은 느낌을 받았단다. 꼭 다음에 또 와서 나도 잘 마시고 갈께~”라고 전하고 싶다. 


누군가와 같이 여행을 하게 되면 나의 시선에는 여행지보다 함께 한 사람들을 신경 쓰게 되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혼자 여행을 하게 되면 주위에 작은 것들도 내 눈에 더 잘 들어오는 것 같다. 덕분에 혼자 여행을 하면서 생긴 습관은 ‘사진 찍기’와 ‘메모’이다. 새로운 곳을 여행하며 내 눈에만 담기에는 아쉬운 경우가 많아 사진으로 남겨 나중에 돌아와서 추억에 빠지곤 한다. 그리고 그때의 기분과 느낌을 기억하기 위해 여행 코스를 돌고 메모하는 습관이 생겼다. 좋은 습관이 생긴 것 같다.


요즘 이곳 저곳에서 나오는 소식을 들어보면 우리는 많은 어려움, 걱정 그리고 힘든 생활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 가고 있다. 그 힘든 생활을 견뎌내기 위해서는 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그럴 때 가끔 내가 있는 곳에서 좀 떨어진 다른 곳으로 혼자 여행을 떠나보면 어떨까? 혼자만의 시간을 가져보면 지금 보이지 않던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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