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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k Dec 12. 2019

#입은 하나, 귀가 두 개인 이유

2. 회사를 떠나다, 방향을 틀어

상사와의 미팅 중 여러 이야기들이 오갔다. 그중에 팀을 나누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하셨다. 사람이 집중을 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 최대한 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집중하며 일을 할 수 있는데 우리 팀은 지금 너무 여러 방향의 일들을 하고 있다. 기획, 쇼핑몰 운영, 홍보, 마케팅, CS, 영업 등 여러 일들을 하고 있다 보니 팀원들도 힘들어하며 불만이 나오고 있었다. 그래서 부장님의 말에 동의한다고 했다.


그게 실수였다. 그런 말이 왜 나오냐며 팀장이 팀원들을 다독이지 않는다며 비난이 시작되었다. 얼마 전, 팀원이 면담을 요청했었다. 자신은 이 팀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이냐며 지금 본인이 맡고 있는 업무들이 하찮게 느껴지고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고 했다. 그렇게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왜냐면 지금 내가 생각하는 가장 우선순위 상단에 위치한 업무는 신규 쇼핑몰 오픈이다. 현재 운영하고 있는 자사 쇼핑몰은 만들었던 인원이 퇴사하여 문제 발생 시 대처를 할 수가 없고 기본적인 기능도 제공하고 있지 않아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일일이 다 만들어야 하며 수고가 너무 많이 들어간다는 불편함이 있다. 그 팀원은 신규 쇼핑몰보다 기존 쇼핑몰을 운영하는데 더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느끼고 있었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고 있는 방향과 현재의 상황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본인이 하고 있는 역할이 절대 작은 것이 아니며 당신의 노력으로 인해 새로운 쇼핑몰을 준비할 수 있다는 말을 하며 다독여 주었다. 하지만 상사는 이런 사실까지는 모른다. 내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확인을 해보지도 않고 비난부터 한 것이라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 후 상사는 현재 사내의 정치적인 상황과 그 속에서 본인이 생각하는 큰 그림 그리고 나아가려는 방향을 설명하며 본인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가 잘해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말이 받아들이기 나름이지만 그때의 분위기상 나에게는 그리 긍정적으로 들리지 않았다. 아마도 난 비난을 받은 후부터 방어적으로 대처했는지 모른다. 하지만 비난은 끝나지 않았다. 상사는 타 팀과 비교를 하며 결국 모든 문제는 ‘네가 제대로 안 했기 때문이다’로 흘러갔다. 그리고 다른 인원들은 종종 야근을 하는데 넌 왜 야근을 하지 않냐며 한 마디를 더 추가했다. 필요시에는 야근을 했기에 어이가 없었다. 얼마 전 경영진에서 출퇴근 기록의 야근 횟수로 직원들을 평가하고 있다며 비난했던 상사가 나에게 똑같이 하고 있었다. 그리고 회사 분위기에 대해서도 한 마디 더 하셨다. 본인이 여기에 와서 보니 ‘답정너’인 임원들도 문제이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직원들도 문제라고 했다. 


사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여러 번의 기회가 있었다. 민감한 내용에 대해 논의를 할 때마다 직원들 입을 막았기에 점점 말을 하지 않게 된 것이다. 나와의 생각 차이가 조금 더 벌어졌다. 할 말은 많지만 하고 싶지 않았다. 민감한 내용의 대화 소재를 꺼내면 늘 불만만 얘기한다며 대안을 가지고 오라는 말을 반복했다. 방안은 늘 얘기했었다. 그러나 임원들을 설득해야 하는 것이기에 쉽지 않은 방안이었다. 결과는 대부분 같았다.


변화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난 얼마 전까지 이 회사의 인사총무 팀장이었다. 조직문화, 직원들의 동기부여 등 개선을 위한 시도를 했었기에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문제이다. 쉽지 않다고 안 할 수는 없다. 해결을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첫걸음은 소통이다. 모든 문제의 근원은 소통의 부재에서 출발한다. 사람들 사이의 문제는 말 한마디만 잘해도 최대한 원만하게 지나갈 수 있지만 불통 속에서는 서로 오해가 쌓이며 그 골이 깊어지면 깊어질수록 사이는 더 벌어지게 된다. 우리 회사는 소통이 부족하다. 임원들은 직원들을 잘 믿지 않기에 직원들과는 공유하지 않으며 어떤 사항이 결정된 후 통보하는 식으로 지금까지 진행을 해왔었다. 그렇기에 직원들 입장에서는 현장에서의 애로사항을 정확히 모르는 상황에서 업무가 가중된다고 느끼기에 불만이 쌓여왔다. 그때마다 임원들은 그냥 하면 되는 게 아니냐며 현실을 모른 체 쉽게 말했다. 그러면 직원들은 불만이 또 쌓였다. 악순환의 반복이었다.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둘인 이유는 그만큼 말을 조심하고 상대방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본인의 의견을 말하기 전에 상대방에게 먼저 묻고 충분히 경청하고 공감을 한다면 조금 더 원만하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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