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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ank Sep 07. 2021

#나무

3. 나를 만들어 가는 길, 다시 한 걸음을 내딛다

옛날에 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나무에게는 소년 친구가 있었는데 그 나무는 소년을 몹시 아꼈고 매일 함께할 수 있어 행복했다. 소년은 나무의 기둥을 타고 올라 매달리고, 그네를 타고, 숨바꼭질을 즐기며 나무가 주는 열매를 먹기도 했다. 놀다가 지치면 나무가 만들어주는 그늘 아래에서 낮잠을 자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소년이 나이가 들면서 나무는 홀로 있을 때가 많아졌다. 오랜만에 찾아온 소년은 나무에게 많은 것들을 요구했다. 나무는 소년에게 돈이 필요하면 열매를 주고, 집이 필요하면 자신의 가지를, 배가 필요하면 자신의 기둥을 베어서 만들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또 오랜 세월이 흘러 나무는 할아버지가 된 소년을 위해 더는 줄 것이 없었고 마지막 남은 자신의 밑동으로 쉴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누구나 어릴 적에 한번쯤 들어봤을 만한 이야기의 줄거리이다. 


나무에게 소년은 어떤 존재일까? 사랑. 사랑이란 그렇게 자신의 모든 것을 아낌없이 내어 줄 만큼의 마음이다. 측정할 수 없는 사랑의 크기는 모두가 다르겠지만 나무는 전혀 작지 않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랑의 크기는 행복과 비례할까? 동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작가는 나무의 마음을 이렇게 표현했다. ‘그래서 나무는 행복했지만… 정말 그런 것은 아니었습니다.’


문득, 내가 지금까지 해왔던 사랑의 크기는 얼마만큼의 크기일지 궁금해졌다. 그리고 내가 주었던 사랑을 그녀는 얼마만큼 받았다고 느꼈을까. 난 그녀에게 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동화 속의 나무와는 다르겠지만 내 마음을 다하려고 했었다. 그녀를 즐겁게 해주기 위해 나뭇가지로 놀이터가 되어주고, 강한 햇볕이 내리쬐거나 소나기가 내릴 때 지붕이 되어 막아주고 싶었다. 그리고 마음이 힘들고 도움이 필요할 때는 든든한 버팀목처럼 힘이 되는 존재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나는 동화 속의 나무처럼 줄 것이 많이 남아있지 않았다. 남은 건 같은 자리에서 기대 쉴 수 있는 기둥뿐. 다시 잎을 풍성하게 만들어 그늘이 되어주고 열매를 주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녀는 봄을 기다리지 못하고 떠났다. 그녀에게 겨울은 너무 춥고 힘들었던 것 같다. 


나무가 건강하기 자라기 위해서는 땅에서 영양분과 수분을 얻어야 한다. 사랑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나는 그녀에게 가끔 그런 말을 했었다. 많은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고. 그저 따뜻한 말 한마디면 된다고 했었다. 그것은 나의 바람일 뿐 서로가 바라는 사랑의 크기는 다르다. 


다시 따뜻한 계절은 돌아오고 나는 건강한 나무가 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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