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Frank Dec 16. 2019

#면접은 언제나 떨린다

2. 회사를 떠나다, 방향을 틀어

‘안되면 어떠냐? 다음에 다시 하면 된다. 그리고 안되면 난 제주도 한달 살기의 기회가 생기니 어떤 결과가 나와도 괜찮다.’


심호흡을 한번 내쉬고 회사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대기한다. 담당자가 시간이 되면 면접관이 부를 거라는 안내와 함께 50% 쿠폰을 면접비 대신 건네준다. 역시 이 회사는 자신들의 서비스 쿠폰을 주는구나 하며 웃으며 받았다.


면접시간 3분전, 면접관이 내 이름을 부른다. 대기 중에 다른 면접자가 들어와 같이 보나 했지만 나와는 지원부서가 다른지 1:1로 진행되었다. 면접관은 간단히 자기소개를 한 후 면접은 시작되었다. 우선 이력서에 있는 내용을 바탕으로 질문을 시작한다. 쉴 새 없이 질문을 한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 대한 설명과 해왔던 일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 그리고 지원한 회사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내용들이었다. 또 차이점도 느낄 수 있었다. 재직중인 회사의 규모와 지원한 회사의 규모가 다르기에 내가 해왔던 방식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질문을 한다. 2초정도 생각 후 답변을 한다. 무난히 넘어갔다. 그리고 여러 질문들이 뒤따라왔다. 


그중 기억에 남는 면접관의 반응들이 있었다. 하나는 회사에서 인사팀을 없앴다는 점에 어이없어했다. 물론 나도 그 당시에 어이가 없고 당황스러웠다. 난 작년까지 인사총무팀장이었다. 회사에서는 지금 사정이 좋지 않으니 매출에 더 기여할 수 있는 일을 하라며 기획/신규사업팀이라는 곳을 신설한 후 인사발령을 했다. 몇 달 뒤, 홍보마케팀팀의 주축 인원들이 전부 퇴사하여 팀장급 인원이 공석이 되었다. 그리고 그쪽으로 다시 인사발령을 하며 기획리테일팀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영업적인 일까지 더 주었다. 다른 하나는 희망연봉을 얘기하면서였다. 지금 회사는 기본급과 인센티브로 총 연봉을 맞춰주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인센티브이다. 변동급이라 본인 연봉을 얼마라고 정확히 얘기할 수가 없는 것이다. 내 소득은 얼마라고 말은 했지만 근로계약서의 급액은 총 연봉에 75% 수준이다. 어차피 확인을 하면 알게 되겠지만 급여 제도가 왜 그러냐는 듯한 표정이었다. 마지막 질문은 지원한 분야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무엇이냐는 질문이었다. 나의 답은 면접관이 원하던 답은 아니었다고 한다. 그래서 조금 덧붙이며 그 부분에 대해서 대화를 더 이어갔다.


면접관의 질문이 끝나고 나에게도 질문의 시간이 돌아왔다. 난 우선 면접관이 생각하는 회사가 어떤지 물어봤다. 면접관은 구체적인 질문을 요구하는 눈치라 조금 더 질문을 했다. 답변은 현재 이쪽 업계에서 1위이고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가 답일 거라고 얘기했다. 수긍이 됐다. 그리고 면접관의 근속기간과 입사하게 될 팀의 구성과 어떤 역할을 기대하는지 물었으며 성실히 답변을 해주었다고 느껴진다. 마지막으로 면접은 이번 주에 계속 진행되며 이번 주 말쯤이나 다음 주 초에 연락을 줄거라고 했다. 이렇게 면접은 마무리되었다. 서로 인사를 하고, 면접관은 회사 입구까지 나와서 문을 열어주며 배웅해 주었다. 


면접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으며 압박이나 불편함도 느끼지 않았다. 평범한 면접이었다고 생각한다. 잡플래닛에서 봤던 면접 후기와 비슷한 듯했다. 그리고 면접관이 조언을 해준 것이 기억에 남는다. 난 면접 결과와 상관없이 사직서를 제출할 생각이다. 입사 가능 일자에 대한 얘기 중에 면접관은 재직 중과 퇴사 후에는 마음이 달라지기 때문에 부정적이라는 현실적인 얘기를 해주었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난 당분간 쉬면서 나를 돌아보려 한다. 앞으로 더 잘 살아갈 날을 위해 잠시 나를 위한 시간을 가지고 싶다. 그리고 그 시간에 대한 대비도 할 예정이기에 괜찮다. 물론 언제 무조건 취업할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그만큼 더 준비를 할 것이기에 난 자신이 있다.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회사는 분명히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하루에 이력서 10곳으로 안되면 20곳, 30곳 더 찾아볼 것이다. 지금까지 홀로 잘 버티면서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수 있다는 근거 없는 자신감이 있다. 


인생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하지만 길을 찾으려 하면 길은 보일 거라고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사직서를 꺼낼 D-day를 고민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