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회사를 떠나다, 방향을 틀어_퇴사

by Frank

#섭섭함을 달래다



송별회 : 떠나는 사람을 이별하여 보내면서, 섭섭함을 달래고 앞날의 행운을 바라는 뜻으로 베푸는 모임.


지난주 금요일, 여러 사무실로 나눠져 있는 모든 인원들이 한자리에 모여 한 해를 마무리하는 종무식을 진행하지 않고 각 사무실마다 업무 종료 후 회식으로 행사를 대체했다. 본사 근처에 있는 3개의 사무실 인원들이 모여서 회식을 진행을 했는데 30명 정도가 모였다.


나를 떠나보내는 송별회도 이날 함께 진행했다. 퇴사 일자가 갑자기 줄어들어서 작별 인사를 할 시간이 부족했다. 그래서 송별회와 겸사겸사 같이 하게 되었다. 회식은 평소와 다르지 않았다. 술 한 잔을 기울이며 함께 지냈던 동료들과 여러 대화들을 나누고 있었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함께했던 팀원이 케이크에 초를 하나 꽂아서 들어왔다. 그리고 모인 사람들이 퇴사 축하 노래를 불러줬다. 그 순간 실감이 나기 시작했다.


‘나 이제 진짜 떠나는구나’


수많은 핸드폰 카메라 앞에서 난 초의 불을 끄고 간단한 작별 인사를 했다.

“미운 정, 고운 정 다 들었던 곳을 저는 떠납니다. 남은 여러분들은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1차 회식이 끝난 후에도 많은 사람들이 인사를 하기 위해 2차에 참여해 주었다. 우리는 뭐 이리 할 말이 많았던지 대화가 끊이지 않았다. 누군가와는 떠난다는 아쉬움을 달랬고, 누군가와는 지난 추억에 빠졌으며, 누군가는 더 이상 함께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눈물을 흘렸다. 퇴사 후에도 작별인사를 더 하러 다닐 예정이다. 함께 나눈 추억이 많은 만큼, 아쉬움도 더 많이 달래야 할 시간이 필요하다.


누군가와 새로 만나 가까워지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듯 함께한 후 헤어지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마침표를 찍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날인 12월 31일, 6년 이상의 시간을 함께 했던 회사에서의 업무를 마무리했다.


미운 정, 고운 정이 많이 들었던 회사를 떠나는 날, 아침부터 여러 사람들과 인사를 나눴다. 함께한 시간이 길었던 만큼 작별 인사를 해야 할 사람들도 많았다. 다들 고생만 하다가 나간다며 아쉬워했고 나는 항상 건강하기를 바란다며 답을 했다. 그리고 후에 다시 한번은 만나 밥 한 끼 하자는 약속을 나눴다. 퇴사 2일차인 오늘도 여러 사람들을 만나서 섭섭함을 달래고 왔다. 한 동료는 퇴사를 축하한다며 올 한해 나의 해가 되기를 바란다는 글을 선물에 적어주었고 다른 동료는 제주도에 가서도 마실 만큼의 커피를 챙겨주었다. 고마웠다. 떠나는 날 위해 이렇게 마음을 써주니 다음에 제주도 가면 귤 한 박스씩은 보내줘야겠다. 그리고 아직 작별 인사를 해야 할 사람들은 많이 남아있다. 제주도를 가기 전까지 몇 군데는 더 돌아다닐 예정이다.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 한때는 진심으로 이 회사에서 더 많은 걸 이루고 더 좋게 만들기를 바랐던 내가 퇴사를 했다. 인사총무팀장으로 있을 때, 여러 직원들에게 퇴사를 하게 되면 서로 웃으면서 헤어졌으면 좋겠다는 말을 종종 했었다. 그리고 나 역시 그렇게 떠나고 싶었다.


오전에 경영진분들과 악수를 나누며 훈훈한 마무리를 했고 오후에는 팀원들과 한 명씩 따로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에게 듣고 싶은 말은 솔직히 답변을 해주었고 잘되기를 바라는 여러 말들을 해주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은 금세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는 떠나야 할 시간, 나는 하나 둘 짐을 챙겼다. 그리고 지난날 함께했던 동료들에게 떠난다는 작별 인사를 하고 먼저 사무실을 나왔다. 매일 나오던 그 길이 그날따라 나에게 복잡 미묘한 감정을 느끼게 했다. 아마 다시는 이곳을 지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던 것 같다.

이제 나를 소개하던 내 이름 앞의 타이틀은 없어졌다.

그리고 오롯이 나로 돌아갔다.




#그 후 일 년



어느덧 1년이라는 시간이 더 흘렀다. 그동안 나는 여러 가지 경험을 하였다. 잠깐의 시간을 가진 뒤, 내 버킷리스트에 있는 항목 하나를 지웠다. 제주도 한 달 살기. 차에 짐을 가득 싣고 배를 타고 제주도로 향했다. 제주도를 비행기가 아닌 배편으로 가는 건 처음이었다. 제주도행 편도 4시간은 짧지 않았다. 다른 섬을 하나 거쳐 제주도로 들어가는 동안 기억에 남는 건 파란색이 아닌 짙은 바다의 모습이었다. 거대한 배가 앞으로 나아가며 갈라지는 파도. 그리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는 두려움을 느끼게 만들었었다. 그렇게 헤쳐나가며 도착한 제주도. 한 달이라는 시간은 하루하루가 지나갈수록 빨리 지나감을 느끼게 했다. 그 시간 동안 나는 지금껏 살면서 가장 마음 편히 시간을 보낸 시기가 되었다.


커튼을 걷으면 에메랄드빛 바다가 바로 앞에 보이는 곳. 바다만큼이나 파랗던 하늘과 밤 하늘에 보이는 수많은 별들이 다른 세계에 온 듯한 느낌을 주었다. 점심을 먹은 후 카페에서 책을 읽고 글을 썼다. 그리고 해안 길을 따라 산책을 하며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했던 말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고민만 하지 말고 무엇이든 실천하자.’이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버킷리스트의 하나는 목록에서 지워져갔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더 오랜 시간을 머물고 싶었다.


다시 서울로 돌아온 후, 취업을 준비하였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코로나였다. 1월부터 조금씩 싹을 틔우던 바이러스는 점점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퍼져갔다. 봄이 다가오고 있었지만 코로나는 채용시장을 겨울로 만들었다. 잠시 그 바람을 피해 회사에 들어갔지만 오랫동안 바람을 피할 수는 없었다. 처음 시작을 할 때는 더 멀리 함께 바라보며 회사에 보탬이 되고 싶었지만 회사는 그럴 능력이 부족했다. 호기롭게 시작했던 프로젝트가 실패로 끝나자 어려움에 빠졌고 더 이상 함께하기 힘들었다. 그리고 대표님과 면담을 한 후 나는 다시 회사를 떠났다.


마침, 코로나는 겨울을 더 차갑게 만들었다. 보통 겨울이 아닌 한파를 몰고 왔다. 채용시장 역시 함께 얼어갔다. 채용사이트에 보이던 수많은 공고들은 하나 둘 사라졌고 공고 하나에 지원하는 사람의 수는 셀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지금 인사업무를 하면서 가장 많이 보았던 지원자의 수에 두 배를 넘기고 있었다. 충분히 이해는 되었다. 많은 회사들의 매출이 대부분 떨어지는 상황이고 감염이라는 위험까지 안고 무리한 채용을 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그렇게 온 나라는 최악이라는 소식들만 뉴스에서 연일 보도되고 있었다.


1년이라는 시간은 따뜻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겨울 중에서도 겨울이었지만 아무 의미 없는 시간은 아니었다. 나무가 추운 겨울을 나듯 나 역시도 잎이 없는 앙상한 가지로 눈과 바람을 맞으며 버텨갔다. 그렇게 생존력을 키우며 하나 둘 배워갔다.


첫째, 회사는 나를 책임져주지 않는다. 처음 인연을 만나면 영원할 듯 미래를 말한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약속은 대부분 언젠가 깨지기 마련이다. 누군가의 잘못으로, 누군가의 변심으로, 또는 현실적인 이유로 함께 걸었던 손가락은 풀어진다.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오래 함께하자는 약속을 했지만 현실적인 이유로 등을 돌렸다. 평생직장이 없다는 걸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그리고 회사는 내가 살아가기 위한 수단에 불과할 뿐 너무 큰 의미를 두지 않기로 마음먹었다. 기대가 너무 크면 실망도 큰 법이다.


둘째, 혼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뚜렷한 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기에 여러 시도를 해보았다. 이것저것 하다 보니 무엇을 공부해야 할지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 즐겁게 할 수 있는 일을 통해 수익화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을 시도해보려 한다. 언젠가 회사를 다시 떠나게 될 것이다. 그 울타리를 벗어나기 전까지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을 배우는 도제의 시간이 되어야 한다.


학창 시절에는 대학만 가면 끝일 줄 알았다.

대학 시절에는 취업만 하면 끝일 줄 알았다.

하지만 그렇지는 않더라.


취업을 하면 한 회사에서 오래 즐겁게 일할 거라는 생각은 착각이었다. 누군가를 만나 평생을 함께 할 수도 있겠지만 언젠가 원하든 원치 않든 이별의 시간이 온다. 그러면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함께 웃으며 보내다 인연이 아니라면 또다시 이별의 시간을 맞이하게 된다. 회사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나와 잘 맞는다면 오랜 시간을 함께 하겠지만 아니라면 이별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슬퍼하지는 말자. 내 인연은 분명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그때까지 내가 해야 할 것은 지금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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