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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terrace Jan 10. 2019

제주의 삶을 마무리하며

이제 정말로 제육부부



남편과 함께 제주에서 함께 지낸지 3개월. 달력을 들여다보니 육지로 돌아가기까지 딱 3주가 남아있었다. 고작 3주라니. 한 달 살기 할 때도 그렇게 시간이 빨리 가더니 세 달을 살아도 제주에서의 시간은 정말 쏜 살과 같다.   


한없이 수다스럽게 나의 마음에 대해 떠들고 싶기도 하고, 누구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지 않고 나 역시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냥 들려오는 바람소리와 파도소리에 집중하고 싶기도 하다.   


마음이 조급해진다. 지금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무엇을 해야 할지 좀처럼 결정을 할 수가 없다. 뿐만 아니라 앞으로 떨어져 '주말부부'로서의 삶도 이제 현실로 다가온 것 같다.  


점심시간에 남편을 불러내었다. 커피 한잔을 마시며 나의 감정에 대해 토로하며 지나온 시간들과 앞으로의 시간들에 대해 논의한다. 남편과 나는 비슷한 감성인 편인데 다행스럽게도 내가 감정적일 때 남편은 이성적이며, 남편이 감정적일 때 내가 이성적으로 반응하는 편이다.  


육지에서 아빠 없이, 남편 없이 둘만의 삶을 꾸려내는 것이 막연하게 두렵기만 하다. 그렇다고 남편이 있는 제주에서 키우려면 포기해야 할 것들이 하나 둘 떠오른다. '내가 그만두고 오면 돼'라고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야기하지만, 막상 제주에서 살면 우리의 고민이 해결될까, 라는 질문에 확신이 서지 않는다.  


우리 세 식구만 행복하면 그만인가 하는 고민. 그리고, 지금까지의 나를 만들어 준 교사라는 직업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결단. 세 달간의 제주살이를 하다보니 끊임없이 아이와 우리 부부를 그리워하는 양가 부모님이 계심을 절실히 깨달았고, 직업이 없는 내 삶에 대한 그림이 완벽하게 그려지지 않는데서 오는 불안감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 불안감이 온전히 경제적인 우려에서 오는 것은 아니다. 가정경제는 어렸을 적 우리 엄마처럼 벌이 안에서 씀씀이를 조절하면 될 일이기 때문이다. 그저 나라는 '개인'이 미래에 어떤 모습일지가 상상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제주라는 곳의 장점은 주말마다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피곤하지 않냐는 나의 물음에 '이러려고 제주에 온 거니까'라는 답을 돌려주는 남편이기에 나 역시 제주에서의 삶이 좋기는 하다. 제주가 아니고도 주말마다 갈 수 있는 곳이 없겠냐마는 그 좋다는 곳엔 사람들로 북적거리지만, 제주는 그렇지 않아서 좋다. 하지만 이런 삶도 시간이 지나면 물리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막상 아이의 엄마로서의 삶만 살게 되었을 때 후회스럽지는 않을까 라는 물음에 자신 있게 대답할 수가 없는 것이다.  


지금의 불안과 여러 가지 고민들을 브레인스토밍처럼 쏟아내다 보면 결국 귀결점은 우리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것에 이른다. 이른바 '큰 그림'을 그릴 수 없다는데서 오는 불안감이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우리 부부는 유독 먼 미래에 대한 막연한 걱정이 있는데 원천적으로는 '주말 부부의 삶'을 살아야 하는 것에서 온다.


과연 우리, 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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