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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terrace Jan 10. 2019

주말부부의 결혼기념일



우리의 결혼기념일은 10월 9일. 한글날이다. 결혼할 당시에는 수요일이었는데, 벌써 6년이 지나 올해는 화요일이 결혼기념일이 되었다. 결혼기념일이 공휴일이라 시간적여유는 확보된 셈이니 평소보다 식사 한끼라도 제대로, 그리고 근사하게 먹으려고 노력하며 지내왔다. 예년과 다른 것을 찾자면 주말부부로 지내면서 처음 맞이하는 결혼기념일이라는 사실과 이런 이유로 남편이 월요일 하루를 연가를 내서 조금 더 오래 함께 머물렀다는 점이다.


남편은 집에 오기 전부터 서울의 유명한 스테이크집에 예약을 해두었다고 했다. 미리 준비한 남편에게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도, 한편으로는 허리가 아파서 출근도 비정상적으로 하고 있는 상태로 어딘가 외출을 해서 밥을 먹는다는 것이 부담이 되었다. 또한 함께 지내고 있었다면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보내는 지에 대해 미리부터 상의하며 신경을 썼겠지만, 떨어져 지내다보니 그저 결혼기념일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것' 자체에 감사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결혼기념일이 시작되는 0시가 지나자 남편은 미리 준비한 목걸이를 선물로 내밀었다. 몸져 누워있느라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한 나는, 기쁨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앞섰다. 사실 잘 생각해보면 결혼기념일에 먼저 선물을 챙기고 식사장소를 챙기는 것은 주로 남편 쪽이었다. 결혼하기 전에는 결혼기념일은 부부 두 사람 모두가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야한다고 생각했었고, 결혼기념일 선물을 준비한다면 남편 일방만의 일은 아니라고 이야기하곤 했다. 그리고 결혼을 해서도 그렇게 지내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선물을 받는 쪽에 속했고, 남편의 선물을 받고나서야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뒤늦게 남편선물을 준비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버린 것 같다.


물론 선물을 언제 주던 '받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라면 문제는 없다. 다만, 선물을 주는 사람이 '고민을 통해서 고른 선물이 무엇인지 기대하고 받을 때의 기쁨이 더 큰 사람'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리 남편은 후자에 속한다. "뭐 갖고 싶어?"라는 나의 질문에 "사주고 싶은 거. 어떤 선물일지 기대하는 것이 더 설레고 좋아"라고 대답한다. 하기에, 늘 뒤늦은 선물은 남편의 마음에 서운함을 남기고 있을 것이 분명하다. 그것을 모르는 바 아닌데도 항상 여러 상황들로 나는 뒤늦은 선물을 하게 된다. 이번의 경우에도 허리가 아파 최소한의 외출만을 하고 있던터라 남편의 선물을 받는 두 손은 매우 안해졌다. 물론 인터넷으로 여러가지 아이템을 장바구니에 담아두기는 했었다. 하지만, 바빴는지 정하지 못했는지 어떤 이유로 주문을 해놓지 못했다. 하지만, 남편에게 미안하다는 말도 못했다. 그 말을 하는 순간, 결혼기념일이 채 끝나지 않은 그 에 남편이 실망하는 얼굴을 봐야하기 때문이다. 그럴 자신은 없다.


남편은 본래 나와 둘만 하는 식사를 예약해 뒀었다. 공휴일이라 아이도 원에 가지 않는데 굳이 아이는 넣지 않았다. 평소 우리를 대신해서 아이를 돌보는 부모님께 휴일이라도 휴식을 드려야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으로 한편으로는 서운하기도 했지만, 깐이라도 둘만 식사를 하는 것이 '오롯이 서로만의 축하'를 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했던 거라고 여기기로 했다. 다른 아빠들도 다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들은 모든 일에 아이를 빼놓지 않고 생각하는데 반해, 아빠들은 아무래도 공사의 구분이 엄마보다는 잘 되는 것 같다. 여기에서 말하는 공사의 부분이란, 아이와 함께 해도 좋은 것과 아이와 함께 하지 않을 때 더 의미가 있는 것을 구분할 수 있는 마음의 강단을 의미한다. 나에게는 '아이의 재롱이 주는 기쁨'이 무엇과 대비해도 바꿀 수 없는 절대적 우위인 것에 반해, 아내로부터 얻는 인정 그리고 가족 모두가 함께 할 때 얻는 행복이 있을 때야 비로소 아이가 주는 기쁨에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 남편인 것 같다.


남편은 화요일이 휴일이어서 샌드위치가 된 월요일도 연차를 내서 함께 머물렀다. 하지만, 내년에는 그마저도 어려울지도 모른다. 그래서 올해는 더욱 소중한 제육부부의 결혼기념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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