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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terrace May 26. 2017

결정장애자의 또 다른 고민

02. 제주 한 달 살이, 렌트냐? 탁송이냐?



결정장애의 최고봉을 찍은 올해는 차량마저도 고민이었다. 


카페나 지식인에 버젓이 ‘보름 이상은 렌트보다는 탁송이 훨씬 나아요’라고 쓰여 있건만 

결정도 못하는 주제에 의심은 많다. 


직접 조사해보아야 믿을 수 있고 후회도 없다. 





‘한달살이’에는 렌트가 더 별로라고들 하니 쉽게 포기할 수 있는 렌트부터 조사했다. 


렌트의 경우 정말 다양한 옵션이 존재했다. 

크게는 메이저 렌터카 회사와 소규모 렌터카 회사로 나뉘고, 

여기에 1일 렌트비와 보험료를 산정하여 견적을 낸다. 


자차보험은 선택적이지만, 나 같은 초보운전은 보험이 필수인 데다가 보험을 들어놔야 반납 시 비교적 까다롭지 않게 일처리가 되었던 바, 완전 자차보험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견적을 의뢰했다. 


일반적으로 소셜에서 판매하는 소규모 렌터카 회사는 1일 1만 원 미만으로도 대여할 수 있는 대신에 보험료가 비쌌다. 면책금과 휴차 보상료가 없는 일명 ‘완전 자차’ 보험을 포함한 1일 렌트료는 아반떼 기준 2만 원 정도였고, 일부 성수기 기간은 약 두 배나 되었다. 


차라리 메이저 렌터카 회사에 한 달 렌트를 문의하는 것이 더 저렴했다.


물론 저렴한 렌터카를 대여하고 원데이보험을 가입할 수도 있다. 

단, 원데이보험의 경우 1일 보험료가 비교불가로 저렴한 대신 보상범위가 차대차 사고로만 한정되어있다. 




이번엔 탁송을 조사했다. 


‘탁송’은 위탁운송의 줄임말이다. 


원하는 곳까지 차량을 픽업하러 오며 또한 제주의 원하는 곳까지 운반해준다. 

그야말로 홈 투 홈 서비스가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자차를 맡기다 보니 여러 가지 고려사항이 생겼다. 


보험은 제대로 들어있는 업체인지, 

차량관리는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혹시 내 차로 무슨 나쁜(?) 짓을 하지는 않을지 여러모로 걱정이 되었다. 


카페에서 가장 추천이 많은 한 회사는 입고부터 출고까지의 전 과정을 중간중간에 사진으로 보내준다고 한다. 탁송업체로서는 나름 메이저급 회사인 이곳에 견적을 의뢰하였다. 


출발지, 도착지, 차종에 따라 견적이 달라진다. 





나의 경우 인천 청라에서 출발해서 제주공항에서 받기를 희망하였고, 차종은 소렌토 R였다.

 (렌트 차종과 탁송 차종이 다른 이유는 렌트는 차량이 커질수록 비싸지기 때문에 소형차기준 아반떼로 문의하였고, 탁송은 평소에 운전하는 차량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소렌토 R로 의뢰하였다.) 


목포항에서 선적할 경우, 왕복 60만 원이었고, 출발지인 인천항에서 선적할 경우 왕복 80만 원이었다. 

(2~3개 업체에 추가 의뢰했으나, 3~5만 원 저렴한 수준이었다.)


고민은 이때부터였다. 


렌트를 해도 약 60만 원이 소요되고, 자차를 탁송해도 60만 원이 들면


 ‘굳이 내 차를 소모하면서까지 탁송할 필요가 있을까?’


가 주요 쟁점이었다. 


물론 자차를 사용하면 운전이 익숙해서 편안하다는 점을 빼면 굳이 탁송이 좋은 점은 무엇인가. 

분명히 나와 같은 고민을 했던 사람이 있을 것이다. 카페에 질문을 올렸다. 


결론은, 


나는 '아이와 함께 가기 때문에' 탁송이 더 낫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나는 기본적인 한달살이 살림에 더해 부피가 큰 유모차와 카시트까지 가져가야 한다. 

성인 2명이 가는 것보다 짐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물론 제주에 가서 대여도 가능하지만, 1일 대여료를 3~5천 원으로 산정했을 때 30일간의 대여비용도 최소 20~30만 원은 든다. 


더 저렴하게 하려면 택배로 부피가 큰 짐을 부쳐버리는 방법도 있지만 수고스럽고, 과연 얼마나 절약이 될지도 의심스럽다. 


{렌트할 경우 드는 비용}

렌트비 + 유모차&카시트 대여료 + 유모차&카시트 대여 및 반납의 수고로움  
+ 한 달 짐 택배비 + 왕복 택배 포장 및 발송의 수고로움.


고로, 아이와 함께 하는 나로서는 비용을 고려해도, 수고로움을 고려해도 탁송이 낫다는 것이다. 





질문의 좋은 점은 질문한 내용 이외의 대답, 즉, '새로운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탁송은 업체가 대리 선적을 하는 것인데, 셀프 선적도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셀프 선적!


안 그래도 내 차를 목포까지 가져가서 선적한다는 것도 찜찜하던 차에 반가운 소식이었다.  


루트는 2가지였다. 

경인항에서 선적하느냐 인천항에서 선적하느냐. 


경인항의 경우 ‘조양마린’이라는 회사에서 관리하며 

화요일과 금요일에 출항, 출항 하루 전 오후 4시까지 차량을 접수하면 된다. 

그런데! 홈페이지 접속이 불가함은 물론 대표전화, 인천지점 모두 전화를 안 받는다. 

심지어는 없어진 번호라고 안내한다. 

이에 견적도 받지 못했다.  


인천항의 경우 ‘제양항공해운’이라는 회사에서 관리하며 

월․수․금요일 오후 7시에 출항, 출항 당일 오후 3시까지 차량을 접수하면 된다. 

제주항에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인도받을 수 있다. 제주항에서의 접수는 원래는 요일무관이었는데 이제는 화․목․토요일로 바뀌었다. 

전화로 예약하며 선적 용량을 초과하면 더 이상 접수받지 않으므로 서두를수록 좋다. 

예약은 인천 사무실(032-891-9007)과 제주 사무실(064-740-3933)로 전화 예약하면 된다. 

CJ대한통운에서 차량의 하역을 담당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두면 좋겠다.


렌트와 비교 가능한 아반떼와 자차인 소렌토R로 문의한 결과 

아반떼는 편도비용 261,400원이었고, 소렌토R은 331,600원(2016년 9월 기준)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탁송 운임 견적을 받아보고 예상보다 비싸다고 여겼다. 

하지만, 셀프 선적 비용을 알고 나니 대리운행과 접수를 포함한 서비스 비용으로 생각하면 지나치게 과한 운임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풀 탱크로 주유해두어야 하고, 목포항까지 가면서 사고나 여타 위반사항에 대한 처리로 분쟁이 발생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9월 24일, 소렌토R, 5706 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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