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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terrace Jun 08. 2017

비행기를 놓쳤다.

<여행으로 크는 아이 1> 오랜만에, 아이와, 단둘이 1




비행기를 놓쳤다.


1시간 서둘러 퇴근하고, 아이만 픽업해서 5시에 출발하는 것이 목표였다. 목표는 성공했다.


원인은 공항으로 가는 시간대가 퇴근시간과 맞물린다는 것과 그 날이 하필 금요일이라는 사실을 간과한 것. 아이마저 먹은 우유를 그대로 게워냈다. 공항을 10km 앞에 두고, 젖 비린내가 진동하는 차 안에서 30분 동안 마음을 졸였지만, 결과는 저러했다.


몇 차례 호명 끝에 대기자를 보딩시키고, 3분 전 카운터를 마감했다고 한다. 결국, 우리는 아직 출발하지 않은 우리 비행기를 눈 앞에서 포기하고, 대기손님으로 전락해버렸다.


국내선의 경우, 20분 전 카운터를 마감하는데 그래도 5분 정도는 더 기다려주는 듯하다. 평소에는 공석으로 출발을 하는데, 이번처럼 연휴기간에는 전 비행기가 만석이기 때문에, 예약자가 탑승하지 않을 경우 대기자를 탑승시킨다고 한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3분 밖에 안 지났으니 제발 좀 태워달라'는 부탁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우리 비행기에 탑승한 손님은 기도가 세었나보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이 상황에서 이런 농담이 가능했던 것은 이번 여행이 적잖은 걱정과 함께였기 때문이다. 출발과 도착을 남편 없이 아이랑만 둘이 가는 것이 처음인데, 렌터카 인수며 낯선 차종의 운전이며, 수없이 복잡해지는 생각 속에, 차라리 비행기를 놓쳤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었던 것이다. 이에 정말 웃기게도 비행기를 놓친 사실이 마냥 슬프지만은 않았다.


그래서 대기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것도 순간 고민했다.

포기할까.


항공권 취소수수료랑 자동차 렌트비만 포기하면 된다. 한 달 전 일본 여행을 통해 무리해서 간 여행은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사실을 확실히 경험하지 않았나. 그때 나는 일정 부분을 포기하고 얻게 되는 만족이 더 합리적이라는 생각을 했었다.

"가는 게 맞아?"

"그러엄!"

남편은 한치의 고민도 없이 대답했다.


사실 돈보다도 숙소를 갑자기 공실로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더 마음에 걸렸다. 일단은 숙소에 알리는 게 우선이었다. 하지만, 나의 마음을 알았는지 '숙소 때문이라면 무리해서 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먼저 건네주는 그녀.


어떻게든 가야겠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뒤이은 2차례의 항공 모두 부도 없이 끝나버렸다.




이제 대기조차도 다음날 새벽부터 가능하단다. 게다가 카운터 오픈 시간이 새벽 5시다.  아이를 데리고 공항에서 새벽 댓바람부터 기약 없는 대기를 해야 한다니. 혹시나 지금 대기 리스트에 올려놔줄 수 없냐고 하니, 매일 담당 카운터가 바뀌어서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그때, 처음부터 이 모든 상황을 알고 있던 직원이 곁으로 다가왔다.

"내일 제가 1번 카운터에서 근무를 하니, 내일 늦어도 5시 40분까지는 꼭 와주세요. 제가 대기 1번으로 올려드릴게요. 첫 비행기는 늦는 분들이 많으니까요. 아가야, 내일은 아프지 마~."





그리고 우리는

다음날 새벽, 그녀를 통해 대기표가 아닌 정식 항공권을 건네받을 수 있었다.




고마워요. 제주항공, 김경미 계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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