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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terrace Aug 09. 2017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in 제주

피서 대신 떠올려 본 제주의 겨울

덥다.


절기는 분명 가을의 문턱을 넘어섰는데, 더위는 아직도  맹위를 떨치고 있다. 에어컨 속에만 있기에는 시간이 너무 아깝고, 나가자니 찜통이 두려운 요즘.


더위를 피하자고 '피서(避暑)'인데, 막상 오가는 길은 더위 그 자체이고, 도착해보면 사람들로 찜통이다.

무슨 시원해지는 일 없을까.


이름만으로 괜히 설레는 크리스마스를 떠올려보았다.

붉은색, 캐롤, 하얀 눈.

입가에 배시시 미소가 머금어진다.


일명, 트리 투어. 메마른 겨울바람이 세차게 뺨을 때리는 제주의 겨울이 아닌 흥미롭고 신나는 모습을 한 각기 다른 모습의 크리스마스트리가 머무는 내내 지루하지 않은 시간을 선사해주었다.




웬드구니



아프리카 토속 언어로 '신의 선물'이라는 뜻을 가진 베이커리 카페였는데, 이곳의 트리는 화려한 리스나 전구 장식이 아니라 각각의 사연을 품은 엽서를 매달아 놓아 단정하면서 분위기가 있었다. 바로 옆 책장의 분위기와도 아주 잘 어울리는 이곳은 한 밤중 도착한 우리에게 정신적, 육체적 허기를 채워주었다.




수제 빵과 커피로 배를 채우면서, 책 한 권을 뚝딱 읽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던 곳.




켄싱턴리조트(서귀포)



숙소 컨디션은 좀 떨어지지만, 트리 장식은 화려하고 풍성했다. 더 좋은 것은 사진 촬영을 위한 소품들도 구비해 놓았다는 것. 매일 저녁 사진을 찍어도 매일 예쁘게 나왔더랬다.



로비를 지나다 보면, 산타할아버지도 만날 수 있다. 좋은 점은 엄마 아빠가 미리 준비한 선물을 부탁하면, 산타할아버지가 숙소로 선물을 배달해 준다는 사실. (산타 대역을 부르는 것도 몇 만 원이 드는데 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레드.브라운



커피맛이 인상적이던 이곳에는 크고 화려한 트리가 아닌 아기자기한 소품에 어울리는 아담한 트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트리 하나로 눈을 끌기보다는 구석구석이 포근하고 따뜻한 크리스마스 자체였다. 박수기정의 격정적인 장면을 보고 나서 몸을 녹이는데 충분했던 기억.





테디베어 박물관



나무 한 가득 곰인형을 달고 있는 이런 트리 본 적 있을까. 이곳의 상징인 테디베어가 대형 트리 전체에 매달려 있는데, 위에서부터 아래에 이르기까지 테디의 크기가 점점 더 커진다. 테디베어만큼이나 재미있고 귀여운 트리를 보고 나면, 아이나 어른이나 장난꾸러기가 된다.





스테이.위드.커피



겨울 올레꾼들에게 커피만큼 달가운 것이 없다. 그 길의 끝에서 만난 그곳은 책과 그림과 바다가 자연스럽게 녹아있었다. 특별히 크리스마스다라고 할 것은 작은 트리 하나뿐이었지만, 커피와 그 앞바다 천연의 자연 속에서 아이와 나누는 입맞춤은 그 겨울의 추위도 잊게 만든다.




제주공항



제주공항에는 하르방과 함께 꾸며진 트리가 있다. 크리스마스 꽃인 포인세티아도 그 겨울의 추위를 붉게 달구어주었다.





추운 계절을 상상하며, 추위를 녹여주었던 고맙던 '따뜻함'을 떠올리니 지금 더위가 마냥 밉지만은 않은 같다.


여행을 떠나기 전, 장소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여행의 테마를 정하고 그에 맞는 여행을 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를 가져다준다. 아직 끝나지 않은 피서여행.




근사한 테마 하나 잡고, 떠나 보는 건 어떨까?








{어떻게 여행 갈지 고민될 때: 여러분과 저의 경험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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