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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terrace Oct 16. 2017

엄마도 무서운 게 많단다.

26. <기저귀 차고 제주 한 달> 19일 차



날씨가 좋다. 


맨 발로 마당에 나가서 초록들과 인사하고 기지개도 켜 본다.



그 사이, 나는 아침식사를 준비했다. 집에서라면 아침식사를 준비하기 위해 아이에게 무엇을 쥐어줘야 했을까. 부엌으로 뛰었다 거실로 뛰었다 하며 살펴야 했을 것이고, 이도저도 안되면 부스터에 아이를 묶어놓고 마냥 기다리게 했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이런 것들이 싫어서 많은 부모들이 핸드폰으로 동영상을 보여주는 손쉬운 방법을 택하게 되었겠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오늘의 아침은 호박과 두부를 부치고, 감자계란국에 밤과 함께 지은 밥을 내었다. 아이도 잘 먹어주었다.

 


오늘은 공룡랜드에 가기로 했다. 지난 번 '공룡휴게소박물관'에 갔을 때도 아이가 엄청 좋아했기에 이번엔 집에서 가까운 공룡랜드로 간다. 공룡이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날 아이이니 오늘 하루는 끄떡없을 것 같다.


입장은 지난 번 세트권으로 구매해둔 것이 있어서 추가금액이 들지 않았다. 제주의 많은 관광지들을 가려면 세트로 묶인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저렴하다. 아이의 성향을 파악해서 좋아할 만한 것들끼리 묶인 것으로 사면 시간도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단, 세트권 중 일부를 사용하고 나서는 환불이 안된다는 단점만 빼면.


입장권으로 바꾸고 들어가니, 지난 번 갔던 '공룡휴게소박물관'의 공룡과는 스캐일이 다르다. 고래를 젖히고 올려다 보아야 겨우 다 볼 수 있을만한 크기의 공룡이 떡하니 서 있다. 성인이 곁에 서도 다리 하나 크기에도 채 미치지 못할 정도의 크기이다. 아이의 입이 떡 벌어졌다.

 


우선, 거대한 공룡 굴로 들어갔다. 거대한 동굴속에 공룡들의 번식과 생태를 한눈에 볼 수 있다는 설명처럼 어두컴컴한 동굴 속에 나랑 아이 둘만이 그 정적을 깨는 유일한 생명체였다. 



동굴 안이라 기온이 서늘한데다 우리의 말소리가 큰 울림이 되어 돌아왔다. 커다란 몸집의 공룡들은 제각기 자기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나, 우리 둘은 유일한 '인간'으로서 혹시 모를 미지의 공포에 휩싸여 조심스럽게 발자국을 떼고 있었다. 엄마가 이렇게 긴장할 정도였으니 두 돌배기 아이는 말해서 무엇하랴.



평소같으면 공룡에 손을 뻗어 만지고 올라타고 할 아이가 잔뜩 긴장한 얼굴이다. 그도 그럴것이 어떤 공룡은 우리의 움직임을 감지하고 큰 울음소리를 내기도 했으며, 어떤 공룡은 거대한 몸을 틀어 가까이 다가오기도 했다. 


"무섭지, 겸아?"

"엄마도 무서워요?"

"그럼! 엄마도 무서운게 많아."


급기야 아이는 나에게 대롱대롱 매달려서 나가자고 했다. 다른 손님과 함께 입장한 것이 아니라 나름의 공포를 만끽할 수는 있었지만, 우리는 다음에 아빠와 함께 오는 것으로 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잔디광장으로 나왔다. 뭐니뭐니해도 공룡랜드의 가장 훌륭한 스팟은 잔디광장이다. '공룡휴게소박물관'이 실내위주로 되어 있는 소규모의 공룡박물관이라면, 이곳 공룡랜드는 넓은 잔디밭 곳곳에 공룡들이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기 좋을 뿐 아니라, 실제 자연 속에 공룡들이 살고 있는 상상을 현실에서 확인할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평화의 광장이라는 곳에는 실제 크기로 재현한 브라키오사우르스도 있는데다 폭포도 있어 실제 공룡들이 사는 공간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잔디광장을 걷다보면 자연사박물관과 해양박물관이 나온다. 공룡의 골격들과 수십억만년 해양동물들의 생태를 전시해 놓았다. 



뿐만아니라 앵무새 사파리미니동물원도 있다. 앵무새, 당나귀, 라마, 산양, 토끼 등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동물들이 소담스럽게 자리하고 있어 심심치 않다. 시설이나 규모면에서 훌륭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가보았던 동물원보다 조금 더 가까이 동물을 볼 수 있다는 점이 괜찮다.



너른 곳을 쉼도 없이 다녔더니 아이도 나도 피곤해졌다. 점심도 걸렀는데 시간도 늦었다. 아이를 태워 집에 오는데 아니나다를까 잠이 들어버렸다. 


꿈속에서 아이는 공룡과 함께 놀고 있겠지. 


미지의 세계로 떠나요!




자고 일어나서 오무라이스를 해주었더니 신이 난 모양이다. 다 먹고 나서는 지난 번 사온 잼을 얹은 크래커를 윗집과 나누어 먹었다.



오늘도 어김없이 이모네 집에서 재미난 것을 얻어온 아이. 신기한 장난감을 가지고 노느라 밤이 깊어가는 줄도 몰랐다. 엄마는 너의 체력을 따라가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아가.


형아, 고마워




Epilogue

{오늘의 가계부}
공룡랜드 입장권 0원(지난번 세트권 구매, 36개월 미만 무료)



Today's meal

-조식: 호박전 +두부부침 +감자계란국 +밤밥 +생크림케이크 +우유

-중식: (잠이 들어서 점심은 거름)  

-석식: 오무라이스 +감자계란국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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