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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aterrace Oct 19. 2017

제주 위클리에서 아이들과 가볼 만한 관광지로 선정한 곳

28. <기저귀 차고 제주 한 달> 21일 차




오랜만에 아침부터 햇살이 비친다. 요 며칠 날씨가 춥지는 않지만 흐려서 햇빛이 그리워지려던 찰나다. 


아이는 요즘 가끔 제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하기로 했잖아”라며 능청을 떠는데, 오늘은 그 욕구를 ‘코코몽’에 조준했다. “엄마, 코코몽 만나러 가기로 약속했잖아.”란다. 내 운전 솜씨로 가기엔 제법 먼 길이지만 날도 화창하고 오늘은 너의 날을 보내보라며 출발했다. 


가는 길은 지난번 사려니숲길을 가는 1112번 삼나무길을 지나, 성읍 민속마을 쪽까지는 비슷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완전히 낯선 길이었다. 그래도 한두 번 가본 길은 덜 긴장되는데, 낯설고 커브가 심한 곳에서는 속도를 낮춘다고 해도 바짝 쫓는 차가 있으면 나도 모르게 튕겨나갈 것처럼 운전을 하고는 가슴을 쓸어내린다. 웬만하게 속도를 내고 있거나 갓길이 있는 도로라면 한 켠으로 비켜서서 먼저 보내고 따라가는데 오늘 길은 그렇지 못하니 운전의 절반은 긴장으로 보낸 것 같다. 





어쨌든 무사히 코코몽 에코파크에 도착했다. 다른 지점과 다르게, 성인과 소아 모두 동일요금을 적용하고 있었고, 24개월 이상 아이들은 유료입장 대상이었다. 아이와 함께 제주를 방문할 때 들르는 코스다 보니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 부모들을 노린 것 같다. 하지만, 이보다 더 황당한 것이 있는데 그 이야기는 뒤에 쓰도록 하겠다.



아무튼 입장을 하자마자, 눈앞에 보이는 거대한 로보콩. 아이는 뭔가에 홀린 것처럼 달려갔다. 코코몽(소시지 원숭이) 의자에도 앉아보고 캐로(당근 당나귀) 다리도 안아보고, 아로미(달걀 토끼)를 보며 웃기도 했다가 세균킹(쥐로 변신한 곰팡이 귤)을 심각한 표정으로 바라보기도 했다. 




이윽고 나오는 방송 소리. 코코몽 기차가 출발한다는 방송이다. 키즈카페에 가서도 기차는 빼놓지 않고 탔기에 얼른 기차역으로 갔는데, 유료시설이다. 분명 적잖은 입장료를 내고 들어왔건만, 그것은 말 그대로 그냥 입장만 시켜주는 것이고, 이렇게 탑승시설을 이용할 때는 회당 3천 원을 지불하거나, 6천 원의 자유이용권을 또 구매해야 한다. 아이가 어른과 동일한 요금을 적용하는 것도 당황스러웠는데 레이싱카나 기차를 타려면 따로 이용권을 구매해야 하다니 이해하기 어려운 시스템이었다. 게다가 5분도 채 안 되는 원을 한 바퀴 도는 가격이 3천 원이라니 결국 자유이용권을 구매하도록 만드는 가격이었다. 


비교의 기준이 다르겠지만, 용인의 E랜드 같은 경우, 비싸기는 해도 자유이용권으로 통합되어 어른도 볼만한 것들이 매우 많고 추가로 부담하는 것이 거의 없다. 잠실의 L월드도 어른은 입장권만 사도 아깝지 않은 볼거리가 있고 카드 혜택 등 할인 적용이 많아서 나름 합리적인 이용이 가능한데, 아무리 캐릭터 테마파크라지만 부모의 지갑을 노리는 좀도둑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캐릭터 키즈카페만 보아도 보호자의 입장료는 아이들의 입장료보다 저렴하게 책정되어 있다. 제주에서의 테마파크라는 것에 방점을 둔다손쳐도 식사 장소 외에는 제주라는 것을 느낄 수 없기에 어떤 방식으로도 이해를 하기는 어려웠다. 



어쨌든 현금 3천 원을 지불하고 아이와 함께 탔다.(뒤쪽의 레이싱카는 현금은 안 된다고 못 박았는데 기차는 그냥 현금 내고 타라 하라 한다. 돈을 내주는데 무언가 석연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숲속 놀이터라는 곳을 지나기에 기차에서 내려 그리로 갔는데 나무 그늘이 제법 시원하고 좋았다. 해가 나지 않을 때는 해가 그립더니 해가 쨍하니까 다시 그늘이 그립다. 해먹 그네와 타이어 그네도 타보고, 꼬마 미끄럼틀도 타봤는데, 다람쥐통은 아빠들도 힘들어 하기에 포기하고 나니 숲속 놀이터는 그걸로 끝이다. 




코코몽과 기념촬영이 있다는 방송을 듣고 찾아가니 이미 줄은 길게 늘어섰다. 하지만, 아이는 원한다. 기다려서 사진을 찍으니 아이는 살아있는 코코몽을 만난 것이 믿기지 않는 모양이다. 바로 옆 미로 하우스에서 놀다가 밥을 잘 먹으면 또 코코몽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무언의 압박을 하고 식당으로 갔다. 




'태평양 바다가 바로 보이는 레스토랑'이라는 카피답게 뷰가 멋졌다. 해산물 토마토파스타를 주문하고 야외 테라스로 나가 기다렸다. 여기를 보니 제주 같았다. 음식값은 테마파크이니 저렴하지는 않았고 맛은 나름 괜찮았는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따져 평가하면 당연히 별로이다. 하지만 레스토랑 뷰view를 성능으로 놓고 본다면 가성비는 좋은 편이다. 




식사를 마치고 공룡 잔디밭으로 내려갔는데 이곳은 코코몽 에코파크는 아니고, 아마 바로 옆 '신영영화박물관'의 잔디밭인 듯했다. 멋도 모르고 공룡 구경하고 잔디밭을 따라 나가니 코코몽 에코랜드 밖으로 나가 있었다. 재입장은 불가하다고 하니 다시 돌아갔는데 마침 아이와의 약속을 지켜주려는 듯 코코몽 기념촬영 방송이 또 흘러나왔다. 직원은  만사가 귀찮은 듯, “다음이요.”라고 외치고 그 가운데 아이들만 신이 나 있었다. 




전체적으로 평가를 하자면, 3월 초 억새가 없는 메마른 산굼부리를 6천 원이라는 입장료를 주고 방문해서는 부모님과 엄청 욕하면서 나왔던 이후로 제주에서 가 본 곳 중에 실망스러운 곳 탑 2에 올릴 수 있다. 왜 이곳을 제주 위클리에서 아이들과 가볼 만한 관광지로 선정했을까 의아하다. 결론은 단 하나. 캐릭터가 있으니 아이들은 좋아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가성비로 따진다면 차라리 캐릭터 키즈카페가 낫다. 그렇지만 내가 이렇게 혹평을 하는 이유도 결국은 애월에서 먼 길을 찾아간 노력에 비해 만족도가 너무 낮았기 때문이므로, 이 역시 객관적인 평가라고 말할 수는 없다. 여름철에는 풀장도 운영하고, 족욕도 할 수 있어 만족도가 조금 더 높은 듯하니 숙소 위치가 가깝다면 아이들은 분명 좋아하니 본전 생각하지 않고 방문하겠다면 막지 않을 정도로 평가하겠다. 


마지막으로 여느 관광지가 그렇듯 기념품 샾을 통과해 출구로 나오게 되어있는데 여기도 예외는 아니었다. 게다가 캐릭터 상품들이 즐비한 곳이라 나오는 아이들마다 눈물 한 바가지를 쏟는다. 다행히 우리 아이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성품이 온순한 건지, 돈을 가지러 여행집에 가야 한다는 나의 말을 듣고 순순히 그곳을 나와 주었다. 출발해서 잠들기 전까지 “엄마, 코코몽 집 물건들 사려면 돈이 필요해요.”라며 몇 번을 확인했다.




해가 지기 전에 오려고 서둘렀는데 오는 길은 석양이 정면에서 비추어 눈이 부시고 일순간 안 보이는 상황도 가끔 대면해야 했다. 그래도 한 번 경험했던 터라 굽은 길이 많을 것을 예상하고 가니 갈 때보다는 견딜 만했다. 


도서관에 들러서 책 반납하면서 책도 몇 권 읽어주려고 했는데 하필 애월도서관 휴관일이다. 잠에서 깬 아이는 도서관에 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울기 시작한다. 하는 수 없이 윗집 이모네서 빌리자고 아이를 달래고는 집에 도착했다. 다행히 이모네 부부가 나와 계신다. 금요일 밤이라고 고기를 굽는 모양이다. 상황을 설명했더니 책을 빌리러 오라신다. 


저녁을 먹고 있는데 노크소리. 윗집 이모가 맛있게 구워진 앞다리 바베큐를 책과 함께 들고 오셨다. 아무리 생각해도 나랑 겸이는 먹을 복은 정말 많은 가 보다. 항상 먹을 것을 들고 계실 때 우리와 마주했다. 물론 하나라도 나누어 주시려는 마음이 있는 분들이기에 이렇게 얻어먹는 기회를 얻는 것이지만, 그런 상황을 자꾸 마주하는 것도 우리의 복이 아닐까. 



오늘은 정말 머리도 아프고 사지도 쑤시는 듯 아픈 것 같다. 하지만 기분 탓일 것이다.        




Epilogue

{오늘의 가계부}
코코몽 에코파크 입장권 3.4만 원(에코랜드 세트권 구매로 성인 1.8만 원, 24개월 이상 유료)
코코몽 기차 3천 원
해산물 토마토파스타 1.3만 원 +음료 2천 원



Today's meal

-조식: 크림 리조또

-중식: 토마토 해산물 파스타  

-석식: 앞다리 통바베큐 +계란후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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