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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Jun 08. 2020

초보 편집장의 반성문

기자와 편집장은 달랐다


안녕하세요, 테크M 편집장을 맡고 있는 허준입니다. 벌써 테크M에 합류한 지 4개월이나 지났습니다.

브런치로 처음 인사드린 게 4월이니, 그로부터도 벌써 2개월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별일 없으셨나요?

끝날 것만 같던 코로나19는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비정상적인 생활이 이제는 일상 같은 요즘입니다. 오늘은 처음 편집장이라는 업무를 맡은 제가 요즘 느끼고 있는 것들을 독자분들께도 전해드리려고 합니다.




지난번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https://brunch.co.kr/@techmmedia/4) 저는 이번에 테크M에서 처음 편집장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지난 13년간 현장에서 발로 뛰는 기자로 살아오다 처음 편집장이자, 후배 기자들의 글을 최종적으로 확인하고 송고하는 역할을 하는 이른바 '데스크' 업무를 맡았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기자나 편집장이나 다를 게 있겠나 싶은 생각도 했습니다. 기자로 일하다 보면 언젠가 편집장을 하는 건데, 조금 일찍 한다고 해서 크게 다르겠나 싶었죠.


네, 오판이었습니다. 기자는 기자고, 편집장은 편집장이더라고요. 아직도 혼란에 빠져 있지만, 지난 4개월간 제가 느낀 기자와 편집장의 다른 점을 조금 써볼까 합니다.



가장 다른 점은, 솔직히 제가 제 기사를 쓸 시간이 별로 없다는 점이었습니다. 저는 지난 13년간 기자로 살았습니다. 매일 발생하는 이슈를 따라 기사를 썼죠. 주요 이슈가 발생하면 시리즈 기사나 기획 기사도 썼습니다. 이름을 단 고정코너도 많이 써봤습니다. 이름이 특이해서요...'허준의 게임보감' 뭐 이런 것도 있었습니다.


후배 기자들한테 '선배는 기사 쓰는 기계야?'라고 하는 얘기도 들어봤습니다. 그만큼, 저는 항상 글이 쓰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편집장을 맡았을 때도, 후배들 기사를 검토하면서 짬을 내서 기사를 쓰는 편집장이 돼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제가 요즘 기사를 잘 못쓰고 있습니다. 게을러졌기 때문일까요? 그럴지도 모르죠. 하지만, 저 정말 바쁘게 살고 있거든요ㅠㅠ


역할이 너무 달랐습니다. 기자일 때는 제 출입처만 신경 쓰고, 제 출입처에서 발생하는 이슈들을 살피면서 기사를 쓰면 됐습니다. 그리고 솔직히, 내가 기사를 제출하면, 편집장이 잘 고쳐서 송고해주겠지란 생각도 있었고요. 하루하루, 기사를 발제하고 마감하는 것만 신경 쓰면 됐습니다.


그런데, 편집장이 되니까 제 출입처가 없었습니다. 세상에서 벌어지는 모든 이슈에 제가 반응해야 하는 겁니다. 그리고, 후배 기자들이 내놓는 결과물을 하나하나, 제가 점검해야 했습니다. 이게 또 은근히 시간이 많이 필요하더라고요.


후배들 기사의 오탈자 점검, 비문 수정해주기, 기사 방향 설정해주기와 같은 일을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갑니다. 어느새 점심시간이에요. 그나마 초기에는 코로나 때문에 점심 미팅도 거의 없었습니다. 후딱 점심 먹고 와서 일을 시작하면, 그래도 시간이 있었습니다. 짬을 내서 제 기사를 쓸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 거리두기로 바뀌고, 이제 주요 기업 관계자들과 만남이 시작되면서 점심 미팅도 많아졌습니다. 기업 관계자들과 만나서 테크M의 비전도 설명하고, 우리 출입기자들도 소개하고 하다 보면 어느새 1~2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그리고 다시 회사로 돌아오면 기사를 송고해달라고 요청한 후배 기자들의 기사는 쌓여있습니다. 다시 열심히 후배 기자들의 기사를 살펴봐야 합니다.


그리고, 기사 마감이 어느 정도 끝나면, 이제 편집장의 또 다른 일이 시작됩니다. 바로 후배 기자들의 기사를 조금 더 예쁘게, 조금 더 잘 읽히게 만드는 일입니다. 래픽 작업, 제목 수정 작업, 홈페이지 메인기사 배치 등의 일이죠. 그러고 나면, 내일 오전 6시에 독자분들이 받아볼 뉴스레터 작업까지...


정말 하루가 부족합니다. 왜 매번 편집장 선배들이 저녁 약속시간에 항상 늦는 것인지... 이제야 알겠더라고요...

지난 4개월간 편집장 일을 하면서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편집장은 더 이상 기사를 쓰는 기자가 아니구나, 후배 기자들이 더 좋은 기사를 만들도록, 후배들이 잘 만들어 준 기사를 더 많은 사람들이 보도록 만들어주는 사람이구나"


그동안 '편집장도 기자인데 기사는 써야 하는 거 아니냐?' '기자가 왜 기사를 안 써?'라는 편협하고, 오만한 생각을 했던 지난 과거를 반성합니다. OOO선배, □□□선배, △△△선배, 그리고 ◇◇◇선배 등등 모두 죄송합니다. ㅠㅠ


그렇다고 이제 기사를 쓰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은 아닙니다. 예전 기자일 때보다는 훨씬 적게 쓰겠지만, 꼭 제가 써야 한다고 생각하는 기사나, 후배들이 바빠서 챙기지 못하는 기사는 제가 쓰려고 합니다. 물론 편집장 일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만요.


아, 끝으로 이 얘기도 꼭 하고 싶었습니다. 솔직히 좋은 점도 하나 있습니다. 언제까지 좋을진 모르겠지만... 매번 잠들기 전에, "내일 기사 뭐 쓰지"... 매번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기사 뭐 쓰지"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건 좋습니다. 13년간 끊임없이, 항상 저에게 스트레스였던 '기사 뭐 쓰지'가 사라진 겁니다.


그런데 다른 스트레스가 생겼네요. "얘네들(후배 기자들) 오늘 발제가 왜 이러지?", "요즘 애들 취재 안 하나? 발제가 왜 이래?" 같은 스트레스 말입니다. 가끔 기자 시절 악몽이었던 '전원 재발제'를 외쳐야 하나... 생각하기도 합니다. ^^


오늘도 열심히 취재하고 기사 쓰는 우리 후배 기자들에게 늘 고맙다는 말을 전합니다. 항상 테크M 기사 많이 봐주시고 응원해주시고, 질책해주시는 독자분들도 감사합니다. 저희는 지치지 않고 열심히 새로운 미디어 스타트업의 길을 묵묵히 가보겠습니다. 날이 덥습니다. 항상 건강 챙기시고요. 코로나 사태도 얼른 마무리돼서 더 가까이에서 자주 뵐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허준 기자의 기사 바로가기=>

https://www.techm.kr/news/articleView.html?idxno=72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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