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테크M Jul 30. 2020

'프로 N잡러'가 되고 싶은 분들께

안녕하세요. 테크M에서 템누나로 유튜브에 출연하고 오디오클립에서 뉴스를 진행하고 가끔 기사도 쓰고 다양한 걸 하고 있는 신지은입니다.


저는 다양한 일을 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저를 부르는 다양한 명칭들이 있습니다. 삼성이라는 대기업에 취직했다가 세상 무서운 줄 모르고 회사를 관둔 이후로 꽤 오래전부터 그랬던 것 같습니다.


아나운서님,MC님,기자님,작가님,강사님,선생님,팀장님 등등..

그렇게 많은 직업을 거친 후에 테크M에 합류했고 여전히 저는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몇 년 전 아나운서 아카데미에 일하면서 만났던 학원 수강생이 '선생님'하며 카카오톡으로 고민을 나누는 일도 있고요. 예전 회사에서 같이 일하던 분이 부탁을 하며 '팀장님'이라고 불러주시기도 합니다. 방송에서 만났던 분들은 아나운서님~이라고 하기도 하고요.


처음엔...내가 이렇게 불릴 자격이 있나?

라는 고민에 직급을 이야기하는 '팀장님' 빼고는 그렇게 부담스러울 수가 없더라고요.

이제는 누가 뭐라고 불러주시든 크게 신경을 쓰지 않습니다.

조금 건방지게 들리실 수 있겠지만 그게 어떤것이라고 해도 아주 쪼금! 한 30% 정도 자신감이 붙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아직 자신 없는 영역이 더 많은 사회생활 13년차입니다....^^)


제가 오늘 제목을 좀 자극적으로 달았죠? 아마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실 주제가 아닐까요? 이런 이야기를 이렇게 과감하게 해본 적이 별로 없긴 한데요.

역시 브런치 당번의 힘은 위대합니다. 제가 쓸 차례가 이미 한참 지났는데 진부하지 않고 좋은 소재를 찾으려다보니 야밤에 맥주마시며 이런 글까지 쓰게 되네요.


세상은 춥다. 바깥은 춥다. 대기업이 최고다

 

저는 삼성 공채 49기로 첫 사회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1년 6개월을 다니고 퇴사를 결심했습니다.

그만둘 때 참 힘들었습니다. 면담에 면담의 면담을 끝도 없는 면담을 하며 지쳐있을 때 즈음..(하는 것도 삼성이니 가능했단 것도 지금은 감탄하고 있습니다) 통과해야만 했던 마지막 본사 면담에서 인사담당자님(?)이 하셨던 말씀이 생각납니다.


"대한민국 최고의 기업에서 나가면 다시 이런 기회가 없을 것..LG에 가면 받아줄 것 같냐 절대 안받아줄것이다"라고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꾸면 괜찮다고 하시더군요.  그 앞에서  26살의 저는 세상 쿨한 척 하며 "제 미래는 삼성에도 LG에도 없습니다"라는 호기넘치는 발언을 했었죠. 지금 생각하면 참 당차고 철없었지만. 결국 그런 당찬 저도 퇴사하는 날 노트북 반납하고 서초동 삼성전자빌딩을 나오자마자 두려움에 떨며 울었던 생각이 문득 나네요. 여튼 그 무서움을 극복하고 나서 제가 다짐했던 건. '회사 이름 뒤에 숨는 사람이 되지 말고  내 이름으로 당당한 사람이 되자' 는 것이었습니다. 처음 방송 생활을 시작하고 나서부터는 정말 닥치는대로 '불러주는데서 무조건 일'을 했습니다. 정말로 무섭더군요. 제 이름만으로 당당하려 했지만....저는 경력이라고는 대기업 1년 6개월 밖에 없는 그것도 약간 적응 못한 신입사원 느낌의 1년 6개월...의 기간을 가진 사람이었고 저를 '어이쿠 어서오세요' 해주는 곳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매일 밤 잠이 안오더군요. 생각해보면 그 과정을 너무나 빨리 20대에 겪었던 게 '천만다행'인 것 같습니다.

그렇게 헝그리 정신으로 제가 그토록 하고팠던 방송일을 준비했고 그렇게 일을 하다보니 어느덧 20대 후반이 됐고  저는 '부르면 어디든 가는' '입금만 해주면 어디든 가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요즘 말로 '자낳괴'였던 것만은 아니에요. 보다 제 '포트폴리오'에 경력을 남길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야했죠. '대기업 퇴사' 1주일 차의 저를 생각하며, 강남역 가서 삼성전자빌딩만 보면 눈물이 흘렀던 '초라함'을 되새기면서 말이죠.


너는 대체 직업이 뭐니?


일을 하다보니 이런 고민이 들었습니다. '세상에 정말 잘하는 사람, 잘난 사람, 잘난 척 하는 사람 너무 많다..난 뭘로 승부하지?'. 저는 잘난 척도 못하고, 아는 척도 잘 못하고, 그렇다고 성격이 상냥하지도 않고 무뚝뚝한 사람이기에 승부할 게 없더군요. 제가 어떤 판단을 내렸는 지 짐작이 가시죠. 그냥 능력은 어짜피 타고나는 것 같으니 '무조건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하자' 가 그 때부터 제 모토가 되었습니다. 열심히 열심히 열심히 하다보니 사람들이 이거 하난 인정해주더군요. '책임감'은 있구나, '정말 열심히 사는구나' '쟤한테 맡기면 흐지부지 되지는 않겠구나'. 실제로 저는 쉽게 뭔가를 포기하거나 싫증내지도 못합니다. 그게 무슨 일이든, 돈을 얼마를 주든, 일단 저한테 맡겨진 일은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해내려고 노력하죠. 그리고 못하면 자책합니다.

여러 분야의 경력을 쌓아갈 때 즈음 고민이 조금씩 생기더군요. 저랑 가장 가까이서 저를 걱정해주시는 분들께서  '너는 도대체 직업이 뭐니?'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옮겨다니는 철새 이미지로 저를 보실 때마다 너무 속상했습니다. 나는 나에게 온 기회를 모두 잡았고 그걸 대충하지 못해서 열심히 살았을 뿐인데....어느 하나도 제대로 집중하지 못해서 방황하는 '철새'로 저를 보실 때마다 과연 이렇게 사는 게 맞는건가? 고민했던 밤도 많았음을 고백합니다...


스티브 잡스는 그랬지.

작은 점이 모여 선이 된다고.


사람들은 흔히 저를 '일중독' 워커홀릭이라고 표현하십니다. 아뇨. 저는 엄청 게으릅니다. 노는 거 좋아하고요. 자는 거 진짜 좋아합니다. 세상에서 아무 것도 안하고 가만히 있는 게 제일 좋습니다. 여행가도 루트도 안짜고요. 그냥 가만히 돌아다닙니다. 어찌보면 저의 본성을 거스르며 살고 있는 원동력은 그 철새이미지를 벗고 모든 걸 다 잘해낼 수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경험이 다 헛된 것이 아니고 언젠가 모든 게 이어질거다! 는걸 증명해내기 위해서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이런 말을 봤습니다.

누구나 아실 스티브 잡스의 '작은 점이 모여 선이 된다'

아 스티브 잡스!

이 분은 나를 이해해주시는구나! 어? 이거 내생각인데? 라고 느낄 때 즈음 되니 이미 열심히 사는 건 몸에 배었고 성취감을 느끼며 행복해하고 여전히 다양한 업무를 열심히 하 좋은 사람들과 행복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너무나 하고 싶은 일을

지금 당장 시작하자!


구구절절 생각나는대로 적었지만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가끔 주위 분들이 물어보십니다..이런저런 다양한 N잡은 어떻게 할 수 있나요? 지금 당장 뭔가를 시작하고 투자를 해두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드리면 바빠서 힘들어.. 라는 대답이 돌아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런 생각이 드시는 분은 N잡러를 안하시는 게 좋을 듯 합니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거든요. N잡러를 하시려면 뭔가를 포기하셔야 하는데, 그게 저녁 시간 드라마일 수도, 운동일수도, 술일수도, 여행일수도 있습니다.   


와 나도 그렇게 살 준비가 됐다! 하시는 분들은 지금부터 뭐라도 시작하세요.


나도 1인 방송 해볼까? 생각하고 1년을 그냥 가만히... 계신 분들.

회사 관두고 유튜브 해볼까? 라는 분들.

책을 써볼까? 하고 생각만 몇 년 째인 분들.

이런 분들이 많이 계시더라고요.


지금 당장 뭐라도 시작하세요.

그게 돈이 돼 ? (돈이 안되도 하셔야 합니다)

회사 일만 끝나면 피곤해서 못해.(회사 일을 안하고 하루종일 가만히 있어도 원래 저녁되면 피곤합니다)

시간 없어...(시간은...만들면 있더라고요)


이거 다 핑계입니다. 아시죠?^^

난 피곤하게 살기 싫다!

그러면 그냥 하나만 제대로 파시는 것도 좋습니다.



N잡러의 한계

하나에 올인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한계도 많습니다.

기회비용이라는 것은 어디에나 있기에....

쉬는 시간도 필요하고, 자는 시간도 필요한데 시간은 한계가 있으니까요. 모든 걸 다 하는 건 애초에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중요도를 정하고 무리가 안되는 선에서 무언가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일을 다 끌어안기보다 적절한 투자를 하는 것도 중요하고요.


제가 아는 최고의 능력자 중 한 분이 '하나에 올인해야 하는 거 아닌가?' 고민에 빠진 저에게 이런 말을 해줬습니다. '요즘 세상엔 하나를 잘 하는 사람이 둘도 셋도 잘한다'고요. 점이 모여 선이 된다면 결국 여기저기서 쌓아온 역량들의 큰 흐름은 일치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걸 잘 분배하고 활용하는 게 N잡의 포인트겠죠. 이젠 저도 설사 당장 돈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하나쯤의 사이드 프로젝트는 오히려 본업에 활력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 모든 것의 전제 조건은 'N잡을 완벽하게 수행할 수 있는 정신력과 체력과 책임감과 신뢰'가 아닐까 싶습니다. 참 어렵죠? 그래서 저 역시 스스로의 한계를 느끼며 아직도 고민을 하며 살아갑니다. 다만, 고민의 시간은 낭비! 그 시간에 실천을 해야만 '오늘 밤 더 일찍 잠자리에 들 수 있기 때문에' 해봐야 답없는 고민은 많이는 못하고, 아주 1차원적인 고민, 템TV의 구독자는 도대체 왜 안 늘까? 우리 브런치에는 뭘 써야 한 번 메인에 걸어주실까 어떻게 하면 시간 관리를 더 잘할까....뭐 이런 고민...많이 한답니다^^  


자 이 글을 쓰다보니 어느새 또 늦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너무 길었죠? 그래도 이해해주세요.

너는 뭔데 잘난척이야?라는 시선보다는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구나! 의 마음으로 의견을 나눠주시면 감사할게요. 지각을 만회하기 위하여, 좀 더 많은 분들이 저희 테크M 글을 읽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으로, 근시일내 그 어디에도 쏟지 못했던 에너지를 이 글에 쏟았습니다. (살짝 너무 말이 많았나 후회되긴 하지만, 너무 많이 썼기에 지우진 않겠습니다^^)


요즘 많은 분들께서 N잡에 대해서 이야기하시기도 하고,

'자유롭고 정제되지 않았지만 살아있는 느낌이 너무 드는' 미디어 스타트업 테크M 브런치에서

여러분과 이 주제로 소통을 해보고 싶어 긴 글을 씁니다.

부디 이 글이 메인에라도 걸리길 빌며^^

글을 마칠게요.


마지막으로 좀 뜬금없지만 이 시대의 모든 직장인, 1잡,2잡,3잡,n잡러들을 응원합니다^^

저희 테크M도 제발!!! 많이 사랑해주세요^^

유튜브도 많은 고민중에 개편을 염두에 두고 있는만큼 구독해두셨다가 많은 정보와 재미 얻어가시길 바랍니다.



신지은 드림





 



 












매거진의 이전글 코로나19와 언론 미디어의 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