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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테크M Oct 05. 2020

C형간염 바이러스 발견, 노벨상을 거머쥐다

2020년 노벨 생리의학상은 하비 알터(Harvey J.Alter), 마이클 휴튼(Michael Houghton),찰스 라이스(Charles M. Rice)에게 돌아갔다. 


스웨덴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 노벨위원회는 5일(현지시간) 이들 3명에 대해 'C형 간염 바이러스'를 발견한 공로로 2020년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에서 수상자를 선정하는 화학, 물리학상과는 달리 생리의학상은 카롤린스카 의학연구소에서 선정한다.  


'C형 간염 발견 공로'


하비 알터는 미국 국립보건원(NIH) 출신의 미국 의학자다. 1970년대 중반, 수혈 후 전염된 간염의 원인이 A형 간염과 B형 간염이 아님을 입증했다. 침팬지 연구를 통해 새로운 바이러스가 간염의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입증한 후 1988년 C형 간염 바이러스을 발견한 바 있다.


마이클 휴튼은 영국의 과학자로 1989년에 C형 간염을 발견했다. 앞선 1986년에는 D형 간염 유전체를 공동 발견하기도 했다.


찰스 라이스 록펠러대학교 바이러스학 교수는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주요 연구 영역으로 하고 있다. 그는 1981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생화학 박사학위를 받은 후  RNA 바이러스를 연구했다. 박사 후 연구 도중에는  황열병 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기여하기도 했다. 이후 주로 C형 간염 바이러스 연구를 해왔다.





C형 간염은 무증상 전염이 특징이다.  만성 간염 뿐 아니라 급성 간염의 경우에도 약 70~80%의 환자가 무증상을 보인다. 한 번 감염되면 70% 가까이 만성이 된다. 3명 가운데 1명은 간경화나 간암으로 악화한다.  일상생활에서 사람 간 전파 가능성은 낮으나 주사기 공동 사용이나 수혈, 혈액투석, 성접촉, 모자간 수직 감염 등 혈액매개로 전파된다. 수혈과 침습 시술의 경우 특히 감염 위험이 높다. 예방백신은 아직 없다. 완치 후 재감염도 가능하다.




노벨위원회는 전세계 7000만 명이 C형 간염 바이러스(Hepatitis C virus) 에 감염되고 매년 40만 명이 사망에 이르게 하는 점을 고려했을 때 이들의 공로가 크다는 점을 수상 이유로 꼽았다.


면역학, 신경학, 암 연구자 제치고 '예상 뒤엎은 수상'


앞서 노벨상 수상자를 예측해 온 글로벌 학술정보 분석기관 '클래이베이트 애널리틱스'는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 유력 후보 4명을 제시했었다.


먼저 파멜라 미요르크맨(Pamela J. Bjorkman)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교수, 잭 스트로밍거(Jack L. Strominger) 하버드 대학교 명예교수는 MHC(주조직적합성 복합체,Major histocompatibility complex) 단백질의 구조와 기능을 밝혀낸 공로로 예상 수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MHC는 크게 1형과 2형으로 구분된다. 1형은 세포의 주민등록증 같은 역할을 한다. 우리 몸의 것이 아닌 주민등록증을 가진 세포는 면역 세포가 공격한다. 장기 이식 수술 때 조직 적합성이 맞다, 맞지 않다 따지는 데 관여하는 게 1형이다. 2형은 전투 담당자 격이다. 우리 몸에 바이러스 같은 외부 물질이 침입하면 APC(항원제시세포)가 먼저 이 물질을 포식한 뒤 작은 단백질 조각으로 분해한다. 잘게 부서진 적군의 조각들을 담아 T세포가 인식해 공격할 수 있도록 하는 게 MHC 2형 단백질의 몫이다. 백신 개발이나 장기 이식 등 면역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물질로 앞서 1980년 MHC 연구에 대한 공로로 바루 베나세라프, 장 도세, 도지 데이비스 스넬이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후다 조그비(Huda Y. Zoghbi) 베일러대학교 교수는 레트 증후군 같은 신경 장애의 발병 원인을 규명한 공로로 예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었다. 2016년 실리콘 밸리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레이크스루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나카무라 유스케 박사는 유일한 일본인으로 인간게놈 연구, 유방암 연구 확립 등 유전체 의료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로 이름을 올렸다. 유스케 박사는 유전체 서비스를 하는 바이오그룹 테라젠바이오와 공동으로 일본 합작법인 CPM사를 설립하고 유전체 기반의 맞춤형 암 백신을 공동 개발 중이기도 하다. 나카무라 유스케 박사가 수상자 명단에서 제외되며 일본은 2년 만의 노벨 생리의학상 탈환에는 실패했다. 


일본은 앞선 2015년과 2016년 그리고 2018년에도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를 배출했었다. 2015년에는 오무라 사토시 기타사토대 명예 교수가 기생충 감염에 관한 연구로 수상했다. 오무라 사토시 교수는 윌리엄 캠벨 미국 드류대 교수와 함께 1979년 '아버멕틴'이라는 천연물에서 ‘이버멕틴’이라는 구충제를 만들어 낸 공로를 인정받았다. 2016년에는 오토파지(자가포식) 현상을 연구한 공로로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명예교수가 수상했다. 오토파지는 세포 내 손상되거나 불필요한 기관을 분해하고 새로운 단백질과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현상을 말한다. 2018년 수상자 혼조 다스쿠 교토대 의대 명예교수는 면역세포가 종양세포를 공겨하는 것을 막는 단백질에 대한 연구 공로를 인정받아 노벨상을 거머쥔 바 있다.


의료 발전에 크게 기여한 '노벨 생리의학상'


노벨 생리의학상은 해마다 다양한 수상자를 낳았다. 특히 인간 생체 기능을 연구해 의학적 진보를 이룩한 사람이 수상하는 경향이 컸다. 인슐린 연구, 탄수화물, 아미노산 서열, 컴퓨터단층촬영 연구, RNA의 촉매성질 연구, 녹색형광단백질, 리보솜 연구 등 인류의 의학 기술 발전에 지대한 영향을 준 연구들이 모두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2010년에는 체외수정(IVF) 기술을 개발해 시험관 아기 탄생을 가능케 한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생리학자 로버트 에즈워즈 명예교수가 수상했다.


2019년에는 '산소 농도가 변했을 때 세포가 어떻게 적응하는 지'를 밝혀낸 하버드대 윌리엄 케일린, 존스홉킨스대 그래그 세멘자, 옥스퍼드대 피터 랫클리프 교수 등 3명의 세포 의과학자가 수상했다. 혈중 산소 농도는 보통 1~5%다. 외부 환경 변화로 산소 농도가 0.1%까지 떨어지는 등 산소가 부족해지면 세포는 살아남기 위해 없던 혈관을 만들어 내는 등 변화를 꾀한다. 


초창기에는 '동물행동학' 연구자가 수상하기도 했다. 곤충, 조류 등의 연구가 인간의 이해에 도움을 줬다는 이유에서다.  1973년 동물학자 카를 폰 프리슈가 ‘꿀벌의 춤’ 연구로 수상을 했었고 동물학자 라트 차하리아스 로렌츠가 '조류가 태어나서 처음 본 움직이는 물체를 어미로 인식하는 본능'이 있다는 것을 연구한 공로로 같은 해 수상하기도 했다.


한편 이번 생리의학상 수상을 시작으로 6일과 7일 오후 6시 45분에는 물리학상과 화학상 수상자도 발표될 예정이다.


신지은 기자 sophie@tech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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