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불편하면 어때
쓸데없이 낭만적인가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근데 바로 머리에서 지워버렸다.
내가 사는 방식이 그런 걸.
퇴근 후에 홀짝이는 와인 한잔이 좋다.
요번 주에 찾은 녀석은 라파우라 스프링스 2023.
컨벤셔널 화이트 같은데 무슨 모스카토처럼 톡 쏘는 맛이 있다.
슬램덩크가 좋다.
슬램덩크는 만화책이며 애니메이션이며 영화며 모두 사랑하는 편. 핸드폰게임까지 정복했으니 말 다했다.
유튜브에 슬램덩크 플레이리스트 들으며 그들의 일상까지 상상해 본 건 비밀.
해방촌이 좋다.
여름이 어울리는 곳이라고 생각한다.
한 여름의 뜨거운 열기를 온전히 받아낼 수 있을 것 같은 몇 안 되는 장소.
연연세세를 드디어 완독.
누군가를 과거에 남겨두지 않게.
닿을 수 없게끔 느끼지 않게.
잘 살자. 그러니까.
첫눈에 반했던 콜렉트마이페이보릿 2회 차 방문도 좋았다.
마지막 손님으로서 퇴장하기 전에 사장님께 눈 여겨보던 조명에 대해 물었다. 이거 어디서 구하셨냐고.
못 구한단다. 빈티지 가게에서 산 건데, 어느 나라 건지도 몰라서 변압을 2번이나 거쳐서 사용한다고.
역시 낭만은 불편한 거다.
그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나의 인생을 멋지게 차지해 주는 고마운 녀석이다.
커피 맛은 잘 모르지만 산미 있는 녀석이 좋다.
이 녀석은 'Ethiophia Bombe natural wine'.
처음 들어본 원두지만, 와인이란 단어에 끌려 골랐다.
산미 뒤에 느껴지는 꿉꿉함이 좋았다.
여름은 뭐가 됐든 입맛 돌게 하면 좋다.
성수동 무비랜드가 좋다.
문화와 공간에 진심이면 어느 결과물이 나올 수 있는지 보여준다.
시나몬 묻힌 추로스와 와인의 궁합이 좋아 한 달에 한 번은 꼭 오지 않을까.
먹으러 온다는 건 아니다.
내일은 출근이다.
평일 저녁에는 해방촌에 들러 LP를 구입해 볼 계획.
어디서 봤는데,
직장인은 이렇게 사는 거라고.
하루하루 평일 약속 기다리며 버티고, 다가오는 주말에 버티고.
우와 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