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 국제학교 그리고 제주의 생활 1

제주 국제학교에서 IB교육으로 아이를 키우고 있는 제주살이 아빠의 잡담

by Teddy Kim

1. IB가 뭐예요?


International Baccalaureate 줄여서 IB라는 교육 과정을 아이가 학교에 입학하기 전까지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 그러다 막연히 수능과 대입에만 포커스가 맞춰진 문제 풀이식 한국 공교육이 싫어 아이가 태어나면 다른 방식의 교육을 시켜보고 싶다 생각하던 차 정말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가 태어나기 직전 프랑스식 육아법이라던지 북유럽식 교육법, EBS에서 하는 관련 교육 다큐멘터리들을 접하면서 그리고 무엇 보다도 내가 경험했던 교육 방식의 문제점을 깨닫게 되면서 아이에게는 20년의 시간을 그렇게 허비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졌다.


삶을 위한 올바른 교육을 받고 더 넓은 사회로 나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귀하게 여기며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에 부합하는 교육을 제공해 줄 수 있는 환경을 고민했다.



2. 왜 제주인 거죠?


다양한 교육 과정 중 공교육을 제외하고 나니 내게 남은 선택지는 별로 많지 않았다. 환경이 좋은 대안학교 중에도 인가인 곳에 보내거나 내가 외국에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 해외로 아이와 함께 이사하거나 국내에서 보낼 수 있는 국제학교에 보내는 방법 정도가 내가 생각해 볼 수 있는 남은 선택지였다. 아이와 떨어져 지내는 것은 아빠와의 유대감, 아빠의 역할 그리고 아이의 성장 전반에 좋지 못하다는 확신이 강했기 때문에 떨어져 지내는 것에 대해서는 아예 고려하지 않고 있기도 했다.


그러다 아이 3살 무렵, 당시 직장이 있던 삼성동에서 우연히 국제학교의 설명회에 참석하게 됐고 그 학교가 제주에 있다는 것, 제주에는 가족 중 한 명인 어머니가 거주하고 계시다는 이유 그리고 최초 입학이 가능한 5세에 때마침 회사의 퇴직을 결정하게 되면서 우리 세 가족은 제주로 이사하게 되었다.



3. 영어는 시험공부가 아니다.


IT에서 20여 년 근무하며 가장 아쉬웠던 부분이 해외로 이직해 보는 경험을 갖지 못한 것이었다. 결혼을 하면서 와이프 덕분에 해외여행을 알게 되었고 서른이 넘어 접하게 된 한국 밖의 세상은 내게 많은 영감을 안겨주기도 했다. 외국에서의 생활이 내 사고방식과 더 많이 닮아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해외에서 몇 년을 거주해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되었지만 생활비 마련을 위한 직업을 구해야 한다는 결과에 도달하면 항상 넘을 수 없는 높은 벽처럼 느껴지기만 했다.


그런 반면 여행에서 마주했던 20대 초중반의 젊은 친구들 특히 여자 아이들이 자유롭게 직업을 선택하고 자신이 선택한 직업에 귀천을 두지 않으며 최선을 다하고도 즐기기까지 하는 모습이 무척이나 좋아 보였는데 내 아이의 성별이 딸로 정해지면서 태어날 아이가 훗날에는 한국 밖의 좀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 자신의 꿈을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펼칠 수 있기를 소망하게 됐다. 그런 아이가 세상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언어의 장벽에서 주저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고 영어는 시험을 잘 보기 위한 수단이 아닌 세상을 자유롭게 다니기 위한 도구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하게 됐다.



4. 왜 BHA였지?


BHA는 제주에 있는 4곳의 국제학교 중 5세 반이 있는 2개의 학교 중 하나다. 입학 테스트가 있었지만 어린 나이라 영어 실력의 테스트는 아닌 듯했고 외국인 선생님과 수업에 한 타임 참여하는 것이었는데 아이가 수업을 잘 따라올 수 있는지 혹여 진행하는 수업에 큰 불편이 있거나 아이를 가르치기 어려운 경우가 있는지 정도를 체크하는 것 같았다.


신청자에 한해서는 학교 투어가 가능했는데 상황에 따라 입학처, 학부모, 학생이 직접 투어를 진행해 주기도 했다. 우리 부부의 경우는 당시 초등 후반, 중학교 초반 정도의 과정을 듣고 있던 학생이 가이드를 해주었는데 투어 내내 학생의 모습이 너무 멋져 보였다. 말솜씨도 좋았고 당차 보였고 무엇보다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했다. 딸아이의 모습이 투어를 해주던 언니를 닮았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했고 그런 투어 사이사이에 볼 수 있었던 실제 수업 분위기, 학교 교실들을 포함한 교육 환경 그리고 도서관, 수영장, 강당까지 모든 부분이 매우 만족스러웠다.


부모에게만 의존하지 않고 성인이 되어 당당하게 스스로의 앞길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교육을 시켜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로 망설임 없이 BHA를 선택했다.


명함.jpg 당시 가이드 해주던 학생에게 받았던 명함


5. 제주 생활이 아닌 영도 생활의 시작


제주 국제학교 4곳이 모여있는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는 공항으로부터는 1시간이 소요되고 대중교통은 불편한 제주에서도 서쪽 아래 끝자락에 속해 있는 매우 시골에 해당하는 곳이다. 학교 입학을 위해 주변 도시를 함께 설계하면서 이 지역의 명칭을 영어교육도시 줄여서 영도라고 불렀고 외국인들은 Global Education City GEC라고 불렀지만 도시라는 말이 무색하게 크지 않은 주거지역 안에는 생활을 위한 인프라가 충분하다 느끼기는 힘들었고 영도 밖으로 벗어나면 사계절 작물의 변화를 볼 수 있는 밭과 겨울에만 활발한 귤밭이 대부분인 정말 시골 중에도 시골의 느낌이었다.


학교 등하교를 위해 생활할 집을 구해야 했는데 처음 이사와 살고 있었던 제주시에서는 도저히 등하교 라이딩을 오래 지속하기가 어려워 보였다. 특히 등교 시간이 8시 15분까지로 빨랐기 때문에 5세 아이를 7시 전에 깨워 등교 준비를 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물론 특정 학년이 되면 스쿨버스에 탑승이 가능했지만 그 마저도 아직은 시기가 너무 일렀다. 결국 학교 근처의 집을 구해야 했는데 당시 학교 주변의 주거 공간 대부분은 5층 미만의 저층 빌라형 아파트들이었고 제주까지 내려가 층간소음으로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에 가격도 보다 저렴한 영도 밖의 주택을 수소문했다. 그리고 몇 곳의 타운하우스를 둘러본 끝에 신축에 가까웠던 2층 단독 주택을 계약하고 연세로 생활을 시작하게 됐다.


참고로 영어교육도시 안쪽 학교와 가까운 거리는 등하교가 편하고 그래도 편의 시설 근접성이 높아 연세 가격이 매우 높은 편이다. 영도 인근의 타운 하우스들은 주거 공간이 좀 더 쾌적하고 넓긴 하지만 가격이 높고 등교 거리는 당연히 조금이라도 늘어나게 된다. 아예 연세를 놓지 않아 높은 가격의 매매만 가능한 집들도 있고 시골이기 때문에 근처로부터 지네를 포함한 각종 벌레 심지어는 뱀까지도 나올 수 있는 환경이다. 만약 연단 위로 사라져 버리는 연세 비용이 아깝다면 영어교육도시 생활권에서 2~30분 정도만 멀어져도 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만한 집들을 구할 수 있고 그 지역의 편의 시설도 이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거리가 먼 만큼 이동 시 피로도 커지고 등교 때 아이를 일찍 깨워 준비시켜야 하는 스트레스 그리고 만약 영도 안으로 학원을 다니게 된다면 1시간짜리 학원은 꼼짝없이 차에 앉아 아이를 기다려야 하는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1화를 마치며


한국에서의 IB교육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약간의 제주 생활 이야기와 국제 학교 생활의 느낌을 아빠의 입장에서 공유하려 합니다. 짐작하시겠지만 글은 어쩌면 매우 사적인 내용이 될 수도 있기에 제 이야기가 100% 정답만은 아닐 것입니다. 만 5년이 넘는 시간 경험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그래도 차근차근 풀어보도록 할게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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