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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Teddy May 30. 2019

S3#22 수멜라 수도원 그리고 터키 한류

19.05.27 이란 비자 실패 Feat. 이란 공휴일

 어제 장 본 것들로 아침을 만들었다. 난생처음 계란말이를 성공했다. 역시 하면 된다. 꼬들꼬들한 게 오믈렛보다 훨씬 먹기 좋고 보기가 좋다. 치킨은 그냥 날 닭을 에어프라이어 같은 곳에 넣고 했는데, 비린내가 좀 많이 심했다. 하루 종일 입에 맴돌 정도인데 잡내를 없애는 방법을 모색해봐야겠다. 요리 역시 하다 보면 늘 것이라고 생각한다.

첫 요리

 급으로 이란을 가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며칠 되긴 했는데, 아무래도 도시보다는 약간 모래먼지 폴폴 날리는 컨츄리함이 좋았던 나는 생각보다 문명화되어 있고, 큰 터키와 조지아의 끄트머리 바투미에서 조금 지쳤나 보다. 터키를 너무 과소평가했던 탓도 있다. 

 폭풍 검색 결과 이란의 도착비자는 육로 입국 시에는 안된다는 것을 알았다. 이란의 도착비자는 오로지 테헤란 공항에서만 된다고 대사관에서 들은 정보이다. 그런데 이런 나라들의 특징이 물을 때마다 혹은 묻는 곳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하지만 중요한 것은 육로 입국 시의 심사장에서는 도착비자를 발급할 여건이 안된다는 것 같다. 트라브존의 이란 대사관인지 영사관에서 발급이 가능하다고 하는데, 대략 2015년 에서 2016년 이후에 실패했다는 글이 수두룩했다. 글 자체도 15년도 이전의 글만 많고 그 이후는 안되더라 몇 번을 거절당해서 바투미로 갔다는 글 혹은 바투미도 안된다라는 글이었다. 그래도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가기로 했고 호스트와 아침부터 메이단 공원, 트라브존 센터로 향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날은 아니지만 나는 이란의 E-Visa 이비자를 트라브존에서 이틀 만에 발급받았다. 메이단 공원 위쪽의 언덕을 올라가면 나오는 가정집 같이 생긴 곳인데 구글맵에서 찾기 쉽다. 대충 검색어는 iran embassy. 침착하게 벨을 누르고 가지런히 손을 모으고 기다렸는데, 한참을 몇 번을 눌러도 답이 없다. 블로그에 나오는 가보니 공휴일이더라 쉬는 날이더라 하는 글이 설마 나한테도 일어나나 했더니, 마침 지나가던 어떤 분이 오늘 공휴일이란다. 그래서 허무하게 발길을 돌렸다. 뭔가 이란은 안되려나 하는 불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지나치기 쉬운 가정집 분위기, 벨은 오른쪽 작은 문을 눌러야 한다

 애매한 10시 30분 정도의 시간인데 무얼 하나 돌아다니아 문득 든 생각이 가까운 수멜라 수도원을 가보기로 한다. 돌아다녀보니 모든 여행사의 가격은 왕복 60리라 패키지로 여기저기 들르는데 모두 10시에 출발이다. 애매하게 넘겨버린 시간, 일단 할 일이 없어 아침을 든든히 먹었는데도 괜히 맥도널드에서 햄버거를 먹었다. 곰곰이 생각하다가 돌무쉬로 수멜라 수도원을 가는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다. 여행사에 가서 다시 물어보니 친절하게도 종이에 적어 어느 곳을 가라고 일러준다. 메이단 공원에서 경찰에게 물으니 어느 방향을 일러주는데 어느 누구도 영어를 하지 못해 육감을 따라간다. 이란 대사관 가던 길 다리 밑에 맡던 돌무쉬로 향했다. 

라마단에도 운영하는 맥도널드는 나의 빛

 수멜라라고 발음하면 알아는 듣는데 다들 어딘가를 가리킨다. 잘 보니 언덕을 내려가고 뭔가 주택들 사이로 들어가는 느낌인데 일단 그들 말을 듣고 어렵사리 수멜라 행 돌무쉬가 출발하는 버스정류장 찾았고 그 좌표를 구글맵으로 남긴다. 차에 수멜라라고 적혀있는 차들이 주욱 늘어서 있고, 행선지를 말하니 차를 안내해주는데 70~80 리라를 말한다. 고민이 돼서 통역을 위해 에제에게 전화를 했고 기사님과 대화를 했는데도 요지부동 가격이다. 아주 심한 호객이나 고압적인 태도는 없고 기사들도 차분히 뭔가를 설명하면서 미안하다고만 한다. 그러던 중에 아시안같이 생긴 여자 두 분이 기사와 오길래 얼른 전화를 끊고 그들에게 말을 걸어 합류했다. 인당 40에 가기로 했는데, 알고 보니 현지인들을 태우고 가는 돌무쉬가 여행객이 있을 때 경로를 더 연장해서 언덕 위 오프로드를 오르고 기다려주는 값을 세는 것이었다. 그러니 혼자 가면 70이 나올 법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40 이하도 절대로 깎아주시지는 않았다. 두 분은 중국인이었는데 30대 말쯤 되는 여성분과 그분의 남자 친구의 어머니와 함께 왔다는 특이한 조합이었다. 그래도 동양인을 만나니 의지가 되고, 발 벗고 흥정을 해주니 그들도 의지가 되는 모양이었다.

수멜라 수도원 가는 돌무쉬 버스정류장

 대략 한 시간 정도를 스무스하게 달렸는데, 마지막 오르는 길은 꽤나 험한 비포장 길이다. 아 그리고 참고라 수멜라 수도원은 3~4년 정도 보수 공사를 위해서 닫았다가 내가 가는 날 전날 오픈을 했다는 아주 운이 좋은 케이스다. 입구가 나오는데 표를 그냥 준다. 일단은 무료인 것 같았다.

주차장에서 내리면 300m를 걸어가라고 표시가 나오는데 그냥 산책 삼아 10분 정도 걸으면 금방이다. 아직은 공사 중인지, 그리고 시멘트 같은 새 건물 냄새가 난다. 멀리서 절벽 안에 깎아서 만든듯한 수도원 형태가 정말 예술이었는데, 가까이서 보니 규모는 작았고 아직도 100% 오픈은 아니라 가까이 입장한 후 위에서 쳐다보는 정도였다. 경찰들이 막아서고 아직 현장 인부들이 공사를 하고 있는데, 이 중국 여자가 막무가내로 들여보내 달라고 떼를 쓴다. 서투른 영어로 애교를 피우는데 경찰이 하다 하다 문을 열어주고 헬맷을 쓰고 들어가되 조용히 그리고 빨리 나오라고 어쩔 수 없이 허락한다. 그러나 다른 인부가 등장하더니 정중하게 안된다고 절대 안 된다고 나가 달라고 권한다. 그래도 떼를 쓰고 자꾸 아잉 왜 그러셔 이런 식인데 혹시 같은 일행으로 알까 봐 멀찌감치 떨어졌다. 나오고 나서도 투덜투덜 그리고 특유의 중국어 억양과 악센트가 점점 높아지는데, 관람에 집중하기가 어려웠다. 작은 지중해의 포카리스웨트 마을 느낌의 수도원은 정말 인상적이었다.

보이는 게 수멜라 수도원 전부다


 그리고 내려오는 길에 다른 표지판을 따라가면 작은 시청각 자료실 같은 곳과 수멜라 수도원이 멀리 보이는 사진 찍기 좋은 장소도 있다.


 아직 등산로 입구랄까 그곳에는 상점들이 아직 물건을 막 넣고 있는 중이고, 모든 것이 이제 막 오픈한듯한 새로운 곳을 개척한 느낌이 좋았다.

물건을 넣고 있는 상점과 우리가 타고 온 돌무쉬

 메이단 공원으로 다시 돌아와서 트라브존의 명물이라는 함시를 먹어보고 싶은 마음에 검색하고 찾아갔지만, 이 기간은 함시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옆 가게에서 케밥을 먹고 25리라 정도를 내고 어딜 갈까 고민하다 보즈테페를 오르기로 한다. 

 트라브존의 남산 같은 곳인데, 산은 아니고 언덕 위 경치가 좋은 곳이다. 물어물어 돌무쉬를 타고 가는데 어렵지 않다. 미리 기사님께 잘 말씀드리면 딱 좋은 곳에 내리는데, 카페는 영업을 하지 않는다. 정말 경치가 좋고 바람이 좋아서 거의 3시간을 앉아 있었다. 앉기 좋은 의자들이 주욱 있고, 라마단이 끝나가는 7시 30분 즈음이 되자 대가족들이 바리바리 음식을 싸와서 자리를 잡고 앉아 식사시간이 되기를 기다린다. 나도 8시에 터키 친구 큐브라를 만나기로 해서 시간을 맞춰 내려가는데 내려갈 때는 돌무쉬가 없어서 걸어갔다.

보즈테페 정말 좋다

 메이단에서 큐브라를 만나서 Edward Coffee라는 곳을 갔다. 트라브존에는 카페가 많아 노트북을 하며 죽치기 좋은 곳도 많다. 디자이너인데 한복을 좋아해서 한복을 입고 다니고 여러 전시나 이런 곳에서도 한복을 소개하는 친구다. 그리고 대단한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데, 터키 의상을 입고 한국의 전국을 돌아다니며 터키를 홍보할 계획의 프로젝트를 아주 구체적이고 상세히 가지고 있으며 지금은 투자자를 찾고 있는 그런 단계라고 한다. 한국을 정말 사랑하는 모양인데 정말 신기하고 반가웠다.

 사실 호스트가 아침에 데려다주면서 언제든지 돌아가고 싶을 때 얘기하라고 했지만, 직장인이 그게 될까 싶어서 괜찮다고 했다. 그런데 진짜 같이 못 간다는 것이었다. 악짜뱃과 트라브존 센터는 거의 20km 정도 떨어져 있어서 어떻게 가야 하나 막막했는데 다행히 돌무쉬가 있다는 것이었다. 큐브라가 그곳까지 데려다줘서 갈 수 있었고 혹시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그곳의 좌표도 구글맵으로 남긴다.

 문제는 내려서 그 높은 언덕을 올라 호스트 집에 도착하는 것도 힘든데, 그곳을 올라가면서 트라브존 센터로 내일 옮길까 하는 고민도 많이 했다.

 긴 하루가 끝났고 집에 오니 너무 피곤했던 나머지 눈에 다래끼가 잡히는 게 느껴질 정도였다.

 내일 이란 비자를 위해 또 가야 하는데 아무래도 쉬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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